[시민기자 생활 글 기고]
한때 나는 오로지 ‘배'만 살이 찐 적이 있다. 흔히 말하는 ‘ET’ 체형인 셈이다. 단지 배가 불러서, 음식을 먹어서 그런 것이겠지 하는 생각도 해 보았으나, 다음날이 되어도 볼 일을 본 뒤에도 여전히 내 배는 부풀어 있었다. 당시 군대에 있었던 나는 체중계를 찾아 의무실로 향했고 군의관의 허락을 받아 체중계에 올라섰다. 나의 몸무게는 78kg이었고, 내 평균 몸무게인 65kg에서 약 세 달 만에 13kg가 불었다.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그렇게 마르지도 않고 뚱뚱한 체형도 아니었던 내가 어느새 비만이 되어버린 것이다. 너무 놀란 나머지 잠시 멍을 때리던 내게 군의관은 무슨 일이 있냐며 물었다. 내 체중에 관한 얘기를 꺼내자 군의관은 나의 생활 패턴을 얘기해 보라고 하셨다. 식습관, 식단, 군것질, 운동량 심지어 자세까지 얘기하자 잠시 고민한 뒤, 군의관은 내게 문제는 ‘군것질’에 있다고 말했다.

나는 주로 식사를 마치고 군대 안의 마트인 PX에 들러 커피를 산다. 흡연자인 내게 담배와 커피 한잔은 최고의 휴식이 아닐 수 없다. 그렇게 커피를 다 마시면 입이 심심하다는 핑계로 초콜릿 류와 과자나 빵을 사 먹는다. 심지어 주말엔 제대로 된 식사 대신 냉동식품을 먹는 날도 자주 있었다. 그 당시에는 점점 내 배가 불러오는 것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채 맛있다는 생각과 허기짐 때문에 게속 먹은 것이다.
이렇게 돌이켜보니 군의관의 말과 나의 행동습관이 맞아 떨어진 것이다. 어떻게 하면 다시 원래 체중으로 돌아갈지 고민하다가 다시 군의관에게 찾아갔다. 그는 내게 밀가루를 피하라고 권했다. 감사하다고 대답한 뒤 밖으로 나와 밀가루는 뭐가 있을까 고민한 결과 밥과 물 이외에는 대부분이 밀가루와 연관되어 있었다.
수도 없이 밀가루만 먹은 나에게 밀가루를 피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원체 식성이 좋아 어떻게 해결할지 고민하던 나는 밥을 많이 먹는 대신 운동을 병행하기로 하였다. 한 달 두 달 꾸준히 노력한 결과였을까. 체중계는 어느덧 70을 나타냈고 덩달아 근육과 함께 건강도 찾게 되었다.
지금도 배가 부풀어 오를 때면 그때를 생각하며 숟가락을 내려놓는다. 다시 돌아가게 된다면 정말 돌이킬 수 없을 것 같기 때문이다. 먹는 걸 좋아한다고 해서 몸을 망치면서까지 먹는 건 몸뿐만 아니라 정신에도 영향을 끼치는 걸 알기에 조금은 덜, 조금은 양보할 줄 알게 된 것 같다.




기사 댓글 3
욕설, 타인 비방, 광고 등의 댓글은 예고 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
이주연 2019.07.31 11:13
밀가루가 살찌우는 거였군요 좋은글 감사합니다
윤 2019.07.31 13:19
멋져요
심지혜 2019.07.31 13:20
좋은글 감사합니다! 멋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