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있어도 괜찮아야 다른 사람과도 잘 지낼 수 있다

외로움은 사람이 없어서가 아니라 ‘연결이 필요하다’고 뇌가 보내는 신호외로울수록 경계심 커지고작은 말에도 상처받아 오히려 관계 멀어질 수 있어“사람부터 찾기보다 나를 존중하고 돌보는 마음부터 키워야”

친구의 답장이 조금만 늦어도 ‘나를 싫어하나?’며 상처 받고

외로우면 사람을 만나야 한다. 우리는 당연히 그렇게 생각한다. 그런데 이상하다. 외로움이 깊어질수록 오히려 전화하기가 싫어지고, 사람을 피하게 되고, 별뜻 없는 말에도 쉽게 상처받는다. 친구의 답장이 조금만 늦어도 ‘나를 싫어하나?’ 싶고, 무심한 표정 하나에도 ‘나를 무시하나?’라는 생각이 든다. 사람을 그리워하면서 동시에 사람에게서 멀어지는 것이다. 왜 외로운 사람의 마음에는 이런 모순이 생길까?

며칠 전 김주환 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의 ‘내면소통’ 유튜브 강의를 듣다가 그 이유를 이해할 수 있는 흥미로운 설명을 만났다. 외로움은 단순히 친구가 없어서 느끼는 쓸쓸한 감정이 아니었다. 배가 고프면 뇌가 음식을 찾으라고 신호를 보내듯, 외로움 역시 우리 뇌가 “지금 사회적 연결이 필요하다”고 보내는 생존의 경고 신호라는 것이다.

외로울 때 무조건 사람부터 찾아나서는 건 답이 아니다

더 흥미로운 것은 그다음이다. 사람을 만나라고 울리는 경보가 오히려 사람을 경계하고 피하게 만들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역설을 이해하면 외로움을 다루는 방법도 달라진다. 외로울 때 무조건 사람부터 찾아 나서는 것이 답은 아니다. 먼저 해야 할 일은 ‘혼자 있어도 나는 괜찮다’고 느낄 수 있는 마음의 힘을 기르는 것이다.

김 교수의 설명을 빌리면 외로움은 일종의 ‘뇌의 배고픔’이다. 실제로 강의에서는 일정 시간 사회적으로 고립된 사람에게 사람들이 즐겁게 어울리는 모습을 보여줬을 때 나타나는 뇌 반응과, 음식을 먹지 못한 사람에게 맛있는 음식을 보여줬을 때 나타나는 반응의 유사성을 설명한다. 몸이 음식이라는 영양분을 필요로 하듯 인간의 뇌도 다른 사람과의 연결을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외롭다는 사실을 부끄러워할 이유는 없어

그러니 외롭다는 사실을 부끄러워할 이유는 없다. 배가 고프다고 의지가 약한 사람이 아니듯 외롭다고 마음이 약한 사람도 아니다. 자동차 계기판에 연료 부족 경고등이 켜졌다고 자동차를 탓하지 않는 것처럼 “아, 지금 내 마음에도 연결이 필요하다는 신호가 들어왔구나”라고 받아들이면 된다.

문제는 경고등이 너무 오래 켜져 있을 때다. 외로움이 깊어지면 사람은 오히려 주변을 경계하기 쉬워진다. 친구가 문자에 답하지 않으면 “바쁜가 보다”라고 생각하기보다 “나를 무시하나?”라고 받아들인다. 동료가 인사를 못 보고 지나가도 “못 봤나 보다”가 아니라 “나를 싫어하나?”라고 생각한다. 마음속 경비원이 지나치게 예민해져 멀쩡한 이웃까지 침입자로 오해하는 셈이다.

연료부족 경고등이 켜졌다고 자동차를 탓하지 않는 것처럼

여기서 외로움의 악순환이 시작된다. 외로우니 경계하고, 경계하니 상대의 행동을 부정적으로 해석한다. 오해가 쌓이면 서운해지고, 서운하니 사람을 피한다. 관계가 멀어지면 결국 더 외로워진다. 사람을 그리워하면서 사람에게서 멀어지는 역설이다.

따라서 “외로우면 사람을 많이 만나면 된다”는 처방은 절반만 맞는다. 외롭다고 아무 모임이나 찾아가고 연락처에 있는 사람들에게 닥치는 대로 전화를 건다고 마음의 허기가 채워지는 것은 아니다. 배가 고프다고 아무 음식이나 먹으면 탈이 날 수 있듯 외롭다고 아무 관계에나 매달리면 오히려 상처가 커질 수도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혼자 있는 것과 외로운 것을 구별해야 한다. 혼자 밥을 먹고, 산책하고, 책을 읽는다고 반드시 외로운 것은 아니다. 반대로 수백 명이 모인 잔칫집 한가운데에서도 외로울 수 있다. 외로움은 주변에 사람이 몇 명 있느냐를 세는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내가 얼마나 안정적으로 연결되어 있다고 느끼느냐의 문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존중 혼자 있는 것과 외로운 것을 구별해야

둘째, 내가 나에게 하는 말을 바꿔야 한다. 김 교수는 자기 자신을 대하는 태도로 용서·연민·사랑·수용·감사·존중을 강조한다. 특히 중요한 것이 자기존중이다. 시험을 망쳤을 때 “나는 역시 안 돼”라고 자신을 때리는 대신 “이번에는 잘 안됐지만 다시 해보자”고 말해보는 것이다. 직장에서 실수했다고 밤새 자신을 심문하기보다 “누구나 실수할 수 있다. 무엇을 배우면 될까?”라고 물어보는 것이다.

우리는 다른 사람에게 좋은 친구가 되려고 애쓰면서 정작 하루 24시간 붙어 사는 자기 자신에게는 너무 가혹할 때가 많다. 가장 가까운 친구인 내가 매일 나를 비난한다면 세상에 사람이 아무리 많아도 마음은 외로울 수밖에 없다.

사람의 숫자보다 관계의 깊이를 생각해야

셋째, 사람의 숫자보다 관계의 깊이를 생각해야 한다. 친구 100명이 반드시 친구 한 명보다 좋은 것은 아니다. 힘들 때 “오늘 좀 힘들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 말없이 함께 걸어줄 사람 한 명이 더 큰 힘이 될 수 있다. 물이 나오지 않는 얕은 우물 열 개보다 맑은 물이 솟는 깊은 우물 하나가 낫다.

넷째, 작은 연결부터 시작하면 된다. 오랜만에 친구에게 “잘 지내?”라는 문자 한 통을 보내도 좋다. 가족과 밥을 먹으며 휴대전화를 내려놓고 10분만 이야기를 나눠도 좋다. 산책하다 이웃에게 먼저 인사하는 것도 연결이다. 외로움을 없애겠다며 거대한 인간관계를 만들 필요는 없다. 얼어붙은 강도 봄 햇살 한 줄기에서 녹기 시작한다.

오랜만에 친구에게 “잘 지내?” 문자 한 통 보내도 좋아

그러나 그 모든 연결보다 먼저 필요한 것이 있다. ‘혼자 있어도 나는 괜찮다’는 마음이다. 다른 사람이 나를 채워줘야만 행복하다고 생각하면 관계는 사랑이 아니라 의존이 되기 쉽다. 반대로 나 자신과 편안하게 지낼 수 있을 때 우리는 상대방에게 매달리지 않고 한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여유를 갖게 된다.

외로움은 없애야 할 적이 아니라 읽어야 할 신호인지도 모른다. 배고픔이 “밥을 먹으라”고 알려주듯 외로움은 우리에게 “연결이 필요하다”고 알려준다. 다만 그 신호가 울린다고 아무에게나 달려갈 필요는 없다.

평생 나와 함께 살아야 하고 단 한 순간도 완전히 떠날 수 없는 사람, 바로 나 자신

외로운 날에는 먼저 사람의 숫자를 세지 말자. 카카오톡 메시지가 몇 개 왔는지, 나를 찾는 사람이 몇 명인지 세기 전에 내 마음에 먼저 물어보자.

“나는 오늘 나 자신을 따뜻하게 대해주었는가?”외로움을 이겨내기 위해 찾아야 할 첫 번째 친구는 생각보다 가까이에 있다. 평생 나와 함께 살아야 하고 단 한 순간도 완전히 떠날 수 없는 사람, 바로 나 자신이다.

기사 댓글 0

0 / 400

욕설, 타인 비방, 광고 등의 댓글은 예고 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

마음치유

친구 때리고 후회하는 소년, 용서의 문을 여는 지혜

엎질러진 물보다 먼저 닦아야 할 마음의 상처 · 처벌의 저울은 학교에, 용서의 열쇠는 친구에게 · 두려움에 떨기보다 지금 할 수 있는 일부터 · 백 마디 변명보다 한 번의 진심 어린 사과 · 반성은 말로 시작하지만 변화는 행동으로 증명된다

2026.10.05

마음치유

[마음치유] 불안할수록 생각을 멈추고 몸부터 움직여라

걱정·두려움에 심장 뛰고 근육 긴장 · 마음보다 먼저 몸이 반응 · 걷기·스트레칭·호흡·근력운동으로 · 긴장 풀면 감정 조절에도 도움 · 무릎 아프면 앉아서라도 움직여라 · 중요한 건 ‘몇 걸음’ 아닌 몸의 변화

2026.1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