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두려움에 심장 뛰고 근육 긴장마음보다 먼저 몸이 반응걷기·스트레칭·호흡·근력운동으로긴장 풀면 감정 조절에도 도움무릎 아프면 앉아서라도 움직여라중요한 건 ‘몇 걸음’ 아닌 몸의 변화

불안할 때 머리로만 답을 찾으려 하지 말라
“걱정하지 말자.”
“괜찮을 거야.”
“좋은 생각만 하자.”
사람들은 불안할 때 머릿속에서 답을 찾으려 한다. 스스로를 달래며 생각을 바꾸려고 애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걱정을 하지 않으려고 할수록 걱정은 더 커질 때가 있다. 오늘은 일찍 자야 한다고 마음먹은 날 오히려 잠이 달아나는 것과 비슷하다.
그렇다면 방향을 한번 바꿔보면 어떨까. 마음이 불안할수록 생각과 씨름하기 전에 몸부터 살펴보는 것이다.
불안한 생각과 씨름 전에 몸부터 살펴봐야
연세대 김주환 교수는 ‘내면소통’ 강의에서 불안과 두려움 같은 감정을 이해하려면 몸의 변화를 함께 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우리가 위험을 감지하면 편도체를 포함한 뇌의 위협 반응 체계가 작동한다. 심장은 빨리 뛰고 호흡은 가빠지며 근육은 긴장한다. 몸은 순식간에 위험에 대처할 준비를 한다.
먼 옛날에는 매우 유용한 시스템이었다. 숲에서 갑자기 멧돼지를 만났다고 생각해 보자. 그 순간 철학적인 고민을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도망가든 싸우든 당장 몸을 써야 한다. 심장이 빨리 뛰고 근육에 힘이 들어가는 것은 살아남기 위한 훌륭한 생존 장치다.
멧돼지 만나면 도망가든 싸우든 몸을 쓰듯
문제는 멧돼지가 사라진 현대에도 우리 몸의 ‘비상벨’은 여전히 울린다는 것이다. 시험 결과가 걱정될 때, 직장에서 질책을 받았을 때, 사업 계약이 틀어질 것 같을 때, 자녀에게 문제가 생겼을 때도 가슴이 두근거리고 어깨가 굳는다. 건강검진 결과를 기다리면서 밤새 뒤척이기도 한다. 실제로 눈앞에 맹수가 없어도 몸은 위협에 대비한 상태로 들어갈 수 있다.
그래서 불안할 때에는 생각뿐 아니라 몸에도 개입할 필요가 있다. 심장이 뛰고 호흡이 거칠어지고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가 있는데 머릿속으로만 “나는 편안하다”고 주문한다고 몸이 곧바로 따라오는 것은 아니다.
불안할 때 생각뿐 아니라 몸에도 개입할 필요성
천천히 호흡하고 굳은 근육을 풀고 몸을 움직이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가장 간단한 방법 가운데 하나가 운동이다. 여러 연구에서도 규칙적인 신체활동과 운동이 불안 증상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결과가 보고돼 있다. 운동은 불안을 일으키는 모든 원인을 없애는 만능 치료제는 아니지만 정신건강을 관리하는 중요한 생활습관 가운데 하나다.
그렇다고 반드시 오래 걷거나 뛰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무릎이 아파서 걷지 못하는 사람은 어떻게 합니까?”와 같은 질문은 중요하다. 몸을 움직인다는 말을 ‘몇 천 보를 걸어야 한다’는 뜻으로 받아들일 필요가 없다.
내 몸에 맞는 안전한 움직임 찾아라
무릎이 좋지 않다면 의자에 앉아서 할 수 있다. 어깨를 천천히 돌리고 팔을 움직이며 발목을 움직여도 된다. 통증이 없는 범위에서 다리를 움직이고 스트레칭할 수도 있다. 몸 상태에 따라 실내 자전거나 수중운동처럼 관절 부담을 줄이는 운동을 선택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기록을 세우는 것이 아니라 내 몸에 맞는 안전한 움직임을 찾는 것이다. 통증이 심하거나 관절 질환이 있다면 의료진이나 물리치료사와 적절한 운동 방법을 정하는 것이 우선이다.
천천히 숨 내쉬고 어깨의 힘 빼고...
분노할 때도 몸을 한번 관찰해 보자. 이를 악물고 있지는 않은가. 어깨가 귀 가까이 올라가 있지는 않은가. 주먹에 힘이 들어가 있지는 않은가. 숨을 짧고 빠르게 쉬고 있지는 않은가. 그렇다면 상대방에게 한마디 더 쏘아붙이기 전에 몸부터 풀어보자. 천천히 숨을 내쉬고 어깨의 힘을 빼고 가능하다면 잠시 움직여 보자. 몸의 긴장이 낮아지면 감정을 다룰 여유도 생길 수 있다.
물론 모든 불안과 우울, 공황장애를 운동만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정신건강 문제에는 생물학적·심리적·사회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증상이 심하거나 오래 지속된다면 전문적인 진료와 치료가 필요하다. 몸을 움직이는 것은 치료를 대신하는 처방이 아니라 일상에서 우리가 활용할 수 있는 중요한 자기조절 방법이다.
몸 움직이는 건 중요한 자기조절방법
우리는 마음이 힘들면 마음만 붙잡고 씨름하기 쉽다. 그러나 마음으로 들어가는 문이 머리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몸이라는 문도 있다.
오늘 걱정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면 자리에서 한번 일어나보자. 걸을 수 있으면 걷고, 걷기 어렵다면 앉아서라도 몸을 움직여 보자. 어깨를 펴고 굳은 근육을 풀고 천천히 숨을 내쉬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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