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춘백 신간 『사고의 5S』…AI 시대, ‘생각의 품질’이 경쟁력이다

산업 현장의 5S를 사고법으로 확장…정리·정돈·청소·표준화·습관화 5단계“문제 정의가 80%”…복잡한 문제 구조화하고 판단 오류 걷어내는 실전 해법삼성·LG서 경영·품질혁신 경험한 현장 전문가가 풀어낸 ‘제대로 생각하는 법’AI가 답을 내놓는 시대…생산·품질·R&D 현장에서 활용할 ‘생각의 작업표준서’

문제는 기계가 아니라 ‘생각하는 방식’

공장에 최신 설비를 들여놓았는데 불량이 계속 나온다. 회의는 매주 하는데 똑같은 문제가 다음 달에도 다시 등장한다. 보고서는 두꺼운데 막상 “그래서 원인이 뭡니까?”라고 물으면 선뜻 답하는 사람이 없다. 왜 그럴까. 문제는 기계가 아니라 ‘생각하는 방식’에 있을 수도 있다.

기업의 경영혁신과 품질혁신 현장을 오랫동안 경험한 오춘백 저자가 신간 『사고의 5S』를 펴냈다. 제조 현장에서 익숙한 ‘5S’를 사람의 사고 과정에 적용한 책이다.

5S는 정리·정돈·청소·표준화·습관화를 뜻한다. 필요 없는 것을 버리고, 필요한 것을 찾기 쉽게 정돈하고, 문제의 원인을 깨끗이 찾아내고, 좋은 방법은 표준으로 만들고, 그것을 몸에 밸 때까지 반복하는 현장 혁신의 기본 원리다. 저자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간다. 공장은 그렇게 관리하면서 왜 우리의 생각은 그렇게 관리하지 않는가. 『사고의 5S』의 출발점이다.

5S는 정리·정돈·청소·표준화·습관화

“원래 이렇게 해왔으니까.”

“아마 이것 때문일 거야.”

“다들 그렇게 생각하잖아.”

현장에 불필요한 자재가 쌓이면 작업 동선이 꼬인다. 사람의 머릿속도 비슷하다. 검증하지 않은 가정과 오래된 경험, 중요하지 않은 정보가 머릿속에 쌓이면 정작 중요한 문제가 보이지 않을 수 있다.

그래서 첫 번째 단계가 ‘생각의 정리’다. 저자는 쓸데없는 생각을 버리는 것에서 출발해 문제 정의, 우선순위 설정, 가설 사고로 이어간다. 특히 강조하는 것이 ‘문제 정의가 80%’라는 관점이다. 예를 들어 생산량이 떨어졌다고 하자. 곧바로 “직원들이 더 열심히 일해야 한다”고 결론 내리면 해법은 독려와 작업시간 증가로 향하기 쉽다.

머릿속에 쌓이는 ‘재고’를 정돈해야 하지만 설비 가동률이 떨어진 것인지, 특정 공정에 병목이 생긴 것인지, 불량률이 높아진 것인지, 원자재 공급에 문제가 있는 것인지부터 따져야 한다. 문제의 이름을 잘못 붙이면 열심히 풀어도 엉뚱한 답이 나온다. 단추를 첫 구멍부터 잘못 끼운 채 마지막 단추까지 채우는 것과 같다.

두 번째는 ‘생각의 정돈’이다. 책상 위에 서류가 산처럼 쌓여 있으면 필요한 문서 한 장을 찾기 어렵다. 생각도 마찬가지다. 머릿속에 원인과 결과, 주장과 근거가 뒤섞여 있으면 자신도 헷갈리고 다른 사람에게 설명하기는 더 어렵다.

그래서 저자는 로직 트리, 피라미드 구조, A3 사고법 등을 소개한다. 큰 문제를 작은 문제로 나누고, 원인과 결과를 구분하며, 결론과 근거를 구조화하는 방법이다. 특히 복잡한 문제를 한 장에 담아내는 A3 사고법은 생산·품질·연구개발·경영혁신 업무를 담당하는 실무자들에게 눈길이 갈 만한 대목이다.

보고서가 길다고 생각이 깊은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제대로 이해한 사람은 복잡한 문제를 단순하게 설명할 수 있다. 『사고의 5S』는 ‘생각을 많이 하는 법’보다 ‘생각을 잘 정리하는 법’에 무게를 둔다.

머릿속에도 청소 필요

세 번째 단계는 ‘생각의 청소’다. 기계에 먼지가 끼면 센서가 오작동한다. 사람의 판단에도 눈에 보이지 않는 먼지가 낀다. 대표적인 것이 확증편향이다.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순간부터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만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여기에 조직의 분위기에 따라가는 집단사고까지 더해지면 잘못된 판단이 개인의 실수를 넘어 조직의 결정이 될 수 있다. 데이터도 무조건 안전지대는 아니다.

책은 ‘데이터는 거짓말하지 않지만 사람은 속는다’는 문제를 다룬다. 같은 숫자도 어떤 기간을 선택하고 무엇과 비교하며 어떤 기준으로 해석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AI 시대에는 이 대목이 더욱 중요하다. AI가 몇 초 만에 그럴듯한 보고서를 만들어준다고 해도 그 안에 잘못된 전제나 정보가 들어 있지는 않은지 판단하는 것은 결국 사람이다.

AI가 답을 빨리 만드는 능력을 키워준다면, 『사고의 5S』는 그 답을 제대로 바라보는 눈을 훈련하는 책에 가깝다.

‘김 과장만 아는 노하우’를 회사의 자산으로

네 번째 ‘표준화’부터는 개인의 생각이 조직의 경쟁력으로 확장된다. 현장에는 흔히 ‘그 사람에게 물어보면 된다’는 사람이 있다. 20년 경력의 베테랑은 기계 소리만 들어도 이상을 알아차리고, 숙련된 품질 담당자는 데이터를 보는 순간 어디부터 확인해야 할지 안다. 문제는 그 사람이 퇴직하거나 자리를 옮겼을 때다. 노하우가 사람의 머릿속에만 있다면 사람과 함께 사라진다. 저자는 좋은 판단과 문제 해결 방식을 표준화해야 하는 이유를 여기서 찾는다.

책은 ‘왜 좋은 생각은 사라지는가’, ‘표준이 없으면 개선도 없다’, ‘개인의 역량을 조직의 자산으로 만드는 법’ 등을 통해 한 사람의 경험을 조직 전체의 능력으로 바꾸는 과정을 설명한다. 쉽게 말하면 ‘김 과장만 아는 방법’을 ‘우리 회사가 아는 방법’으로 바꾸는 과정이다.

매뉴얼을 만들었다고 혁신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마지막은 ‘습관화’다. 아무리 훌륭한 개선안도 서랍 속 매뉴얼이 되면 현장은 달라지지 않는다. 그래서 저자는 “왜 사람은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는가”를 묻는다. 실행력과 리더의 역할, 조직문화까지 살펴보며 좋은 사고가 반복되어 습관으로 굳어지는 과정을 설명한다. 정리하고, 정돈하고, 청소한 뒤 표준을 만들었다면 이제 그 표준이 자연스럽게 작동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결국 5S의 마지막 목적지는 ‘사람’이다.

좋은 생각을 한 번 하는 것이 아니라 좋은 생각을 반복하는 조직을 만드는 것. 이것이 『사고의 5S』가 말하는 혁신의 완성에 가깝다.

이 책의 마지막 PART 8은 ‘AI 시대와 사고의 5S’를 다룬다. ‘AI가 대체할 수 없는 것’, ‘사고의 5S와 AI의 결합’, ‘인간의 경쟁력, 사고의 품질’이라는 세 장을 통해 책 전체의 논의를 AI 시대로 연결한다. 과거에는 자료를 많이 가진 사람이 유리했다. 검색을 잘하고, 많은 지식을 기억하고, 보고서를 빨리 작성하는 것도 능력이었다. 그러나 AI가 그 일을 빠르게 지원하기 시작했다.

AI 시대, ‘많이 아는 사람’의 의미가 달라져

이제 중요한 질문은 달라진다. 무엇을 검색할 것인가. 무엇을 물을 것인가. 이 답은 믿을 만한가. 우리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가. 여러 대안 가운데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AI는 강력한 엔진이다. 하지만 엔진의 힘이 강해질수록 운전자의 판단은 오히려 중요해진다. 목적지를 잘못 입력한 자동차가 더 빨라진다면 목적지에서 더 빨리 멀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사고의 5S』가 AI 시대에 읽힐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저자 오춘백은 고려대학교에서 금속공학을 공부하고 영국 워릭대학교에서 산업경영을 공부했다. 삼성과 LG 등 기업 현장에서 경영혁신과 품질혁신을 경험했으며, 이후 다양한 산업의 기업과 조직을 대상으로 컨설팅과 교육을 수행해 왔다. 저서로 『변화를 경영하다』가 있다.

이 이력은 『사고의 5S』의 성격을 잘 보여준다. 공학을 공부한 사람이 산업 현장에 들어가 생산과 품질, 경영혁신을 경험했고, 오랫동안 기업과 조직의 문제를 들여다본 끝에 다시 ‘사람은 어떻게 생각하고 판단하는가’라는 문제로 돌아온 것이다. 특히 AI 시대에는 이런 경험의 연결이 의미가 있다.

금속공학 전공자가 경영혁신 현장에서 찾아낸 ‘생각의 기술’

AI 기술 자체를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실제 산업에서는 기술을 생산·품질·원가·공정·조직의 문제와 연결할 사람이 필요하다. 데이터가 알려주는 신호와 현장에서 벌어지는 현실 사이의 간격을 읽어내는 능력도 필요하다.

오춘백은 공학의 언어와 경영의 언어, 그리고 현장의 언어를 함께 경험해온 산업혁신 전문가다. 『사고의 5S』에는 그런 저자가 현장에서 축적한 문제 해결의 지혜가 담겼다.

『사고의 5S』는 모두 8개 파트, 38개 장으로 구성됐다. 생각의 정리→정돈→청소→표준화→습관화의 과정을 따라간 뒤 생산관리 혁신, 품질혁신, 데이터 분석 사례와 조직 정착 방법으로 범위를 넓히고 마지막에는 AI 시대 인간의 경쟁력까지 짚는다.

그래서 이 책은 경영자만을 위한 경영서도, 직장인을 위한 일반적인 자기계발서도 아니다. 특히 생산·품질·공정·설비·연구개발·데이터 분석·경영혁신을 담당하는 이공계 실무자와 관리자에게는 현장의 문제를 다시 들여다보게 하는 실용적인 사고 지침서로 활용할 만하다. 팀장과 기업 경영자는 물론 스타트업과 개인사업자, 교사와 학생 등 문제를 정의하고 판단해야 하는 사람에게도 적용 범위가 넓다.

생산·품질·연구개발 현장의 책상 위에 놓아둘 만한 책 현장의 문제는 대개 “생각 좀 해봐”라는 말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지를 알아야 한다. 불필요한 생각은 버리고, 복잡한 문제는 구조화하고, 자신의 편견은 걷어내고, 좋은 방법은 표준으로 남기고, 그것을 조직의 습관으로 만드는 것.

오춘백의 『사고의 5S』는 제조 현장의 오래된 지혜인 5S에 ‘생각’이라는 새로운 작업장을 열어준다. AI가 지식의 창고를 빠르게 채워가는 시대다. 이제 사람에게 더 필요한 것은 그 창고를 무작정 크게 만드는 일이 아니라 필요한 것을 제대로 꺼내 쓰는 능력인지 모른다. 『사고의 5S』는 그 능력을 산업 현장의 언어로 설명한다.

AI가 답을 만들어주는 시대, 결국 경쟁력을 가르는 것은 질문하고, 의심하고, 구조화하고, 판단하고, 실행하는 인간의 사고다. 그 점에서 『사고의 5S』는 AI 시대를 맞은 산업 현장이 곁에 두고 펼쳐볼 만한 ‘생각의 작업표준서’라 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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