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스탠퍼드대, 인공지능 도입과 직원 반응 조사같은 인공지능인데 사용량 58% 차이“일 더 하라”보다 “귀찮은 일 덜자”가 효과적기업인·자영업자도 주목할 경영 전략

인간중심AI연구소(HAI)서 연구
똑같은 인공지능(AI)을 직원들에게 제공했는데 한쪽은 시큰둥했고, 다른 쪽은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무엇이 달랐을까.
미국 스탠퍼드대 인간중심AI연구소(HAI)는 지난 7일 ‘직원들이 인공지능을 받아들이게 하고 싶은가? 생산성 향상 도구로 홍보하지 말라(Want Employees to Embrace AI? Stop Selling It as a Productivity Tool)’는 제목의 글을 통해 흥미로운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흥미로운 연구 결과 공개
스탠퍼드대·버지니아대·다트머스대 연구진이 미국 법률회사와 광고회사, 정보기술(IT) 서비스 기업의 인공지능 도입 사례를 조사한 결과, 인공지능을 어떻게 소개하고 지원하느냐에 따라 직원들의 활용 태도가 크게 달라졌다.
이번 연구는 국내 기업인과 중소기업 경영자, 자영업자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사장은 인공지능을 도입하면 일이 빨라지고 비용도 줄어들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직원들은 인공지능이 일거리를 늘리거나 자신의 자리를 위협하지 않을까 걱정할 수 있다. 사장 눈에는 든든한 일꾼인 인공지능이 직원 눈에는 무서운 감독관처럼 보일 수도 있다는 뜻이다.
한쪽은 외면, 한쪽은 적극 활용...결과는?
연구진이 조사한 미국의 한 법률회사에서는 업무 조건이 비슷한 두 부서에 똑같은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제공했다. 계약서 등 법률 문서 작성을 돕는 도구였다. 그러나 관리자들의 설명 방식은 달랐다.
첫 번째 부서 관리자는 “인공지능으로 문서를 더 빨리 작성하고 업무 시간을 줄이라”고 강조했다. 직원들은 인공지능을 잘 사용할수록 더 많은 일을 맡게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일부는 자신이 기계의 부품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관리자의 말 한마디만으로 차이 발생
두 번째 부서 관리자는 직원들에게 질문부터 던졌다. “여러분이 하는 일 가운데 가장 지루하고 귀찮은 일은 무엇인가요? 시간이 부족해 하지 못했던 일은 무엇인가요?” 그리고 인공지능에 반복 업무를 맡기고 더 중요한 일에 시간을 써보자고 제안했다.
결과는 달랐다. 두 번째 부서는 첫 번째 부서보다 인공지능 사용량이 58% 많았고, 새로운 활용 방법을 시도한 횟수도 70% 많았다. 직원들은 문서 작성뿐 아니라 법률 자료 조사와 사건 분석에도 인공지능을 활용했다. 다만 두 번째 부서에는 교육과 실습 기회도 더 제공됐기 때문에 관리자의 말 한마디만으로 생긴 차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AI로 두 배 일하라”는 사장과 “일을 줄여보자”는 사장
이 연구를 국내 중소기업에 적용하면 어떨까. 직원 5명을 둔 온라인 쇼핑몰을 예로 들어보자. 사장이 “인공지능을 도입했으니 상품 설명도 두 배로 작성하고 고객 문의도 더 빨리 처리하라”고 지시한다면 직원들은 부담부터 느낄 수 있다.
반대로 “반복되는 고객 문의 답변과 상품 설명 초안은 인공지능에 맡기고, 남는 시간에는 고객 서비스와 판매 전략을 개선해 보자”고 제안한다면 어떨까. 직원들은 인공지능을 일감을 늘리는 도구가 아니라 자신의 업무를 도와주는 조수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커진다.
업무 도와주는 조수로 받아들이게 해야
식당이나 카페에서는 매출 자료 정리와 홍보 문구 작성, 제조업체에서는 작업 보고서와 업무 매뉴얼 작성, 일반 사무실에서는 회의록 요약과 자료 검색에 인공지능을 활용할 수 있다. 다만 고객 개인정보와 회사 기밀이 외부 인공지능 서비스에 유출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사장이 먼저 정답을 내려주는 것이 아니다. “우리 회사에서 인공지능이 대신해 주면 가장 좋을 일이 무엇일까요?”라고 직원들에게 묻는 것이다. 현장의 불편함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그 일을 매일 하는 직원이기 때문이다.
AI 잘 썼더니 일만 늘어난다면 누가 반기겠는가
연구진은 인공지능을 도입한 세 회사의 직원 184명도 인터뷰했다. 인공지능 사용을 강요받은 일부 직원은 자신의 일이 의미를 잃는다고 느꼈고, 새로운 기술을 배우려는 의욕도 떨어졌다.
하루에 보고서 5건을 작성하던 직원이 인공지능 덕분에 10건을 작성할 수 있게 됐다고 가정해 보자. 그런데 사장이 “이제부터 하루 목표는 10건”이라고 지시한다면 어떨까. 직원에게 인공지능은 일을 덜어주는 도구가 아니라 더 무거운 짐을 얹는 도구가 된다.
연구를 이끈 아르빈드 카루나카란 스탠퍼드대 교수는 기업들이 인공지능으로 절약한 시간만큼 직원들에게 더 많은 일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다고 지적했다. 인공지능 도입의 혜택이 회사에만 돌아간다면 직원들이 새로운 기술을 반길 이유도 줄어들 수 있다.
직원들이 기꺼이 AI 활용하도록 만드는 환경 중요
인공지능 활용이 활발했던 부서는 직원들에게 정식 교육과 실습 시간을 제공했다. 서로 경험을 나누고 어려운 문제를 함께 해결할 기회도 마련했다. 국내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도 일주일에 30분 정도 직원들과 인공지능 활용 경험을 공유하는 방법부터 시작할 수 있다.
직원 평가 기준도 달라져야 한다. 인공지능으로 보고서 20건을 작성했다고 복잡한 문제 하나를 해결한 직원보다 반드시 일을 잘했다고 볼 수는 없다. 문서 작성 건수나 인공지능 사용 횟수보다 실제 업무의 정확성과 고객 만족도, 문제 해결 능력을 살펴야 한다.
국내 경영자들도 참고할 만한 교훈
이번 연구는 미국 기업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국내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타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경영자들이 참고할 만한 교훈은 분명하다. 인공지능 도입을 일방적으로 지시하기보다 직원들이 기꺼이 활용하도록 만드는 환경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인공지능은 돈을 주고 구입할 수 있지만 직원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신뢰는 돈만으로 살 수 없다. 아무리 성능 좋은 자동차를 사더라도 운전자가 운전대를 잡지 않으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는 것과 같다.
인공지능 시대의 경쟁력은 최신 기술을 먼저 구입하는 데서만 나오지 않는다. 직원들이 그 기술을 든든한 조수로 여기고 적극 활용하도록 이끄는 경영자의 능력에서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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