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문장인데 목소리가 딴판”… 구글 AI, 말투까지 연기한다

대본과 연기 지시를 따로 입력하는 음성 AI 2종 공개‘제미나이 3.8 플래시 TTS’와‘제미나이 3.8 플래시 라이트 TTS’대본은 그대로 두고 지시문 한 줄로 기쁨·공포·체념 연기

구글서 지난달 23일 두 모델 발표

“방금 봉투를 열었는데요, 안에 뭐가 들어 있는지 말씀드려도 아마 못 믿으실 거예요.”

이 말을 환하게 웃으며 하면 깜짝 선물을 발견한 사람 같다. 겁에 질려 속삭이면 봉투 속에 무서운 비밀이라도 들어 있는 듯하다. 글자는 하나도 바뀌지 않았는데 목소리만으로 이야기가 달라진다.

구글이 공개한 ‘제미나이 3.8 플래시 TTS’와 ‘제미나이 3.8 플래시 라이트 TTS’는 이런 음성을 만드는 인공지능(AI)이다. TTS는 ‘글을 말소리로 바꾸는 기술’이라는 뜻이다. 새 모델은 읽을 대본과 어떻게 읽을지 알려 주는 연기 지시를 따로 받는다. 구글은 두 모델을 지난달 23일 발표했다.

TTS는 ‘글을 말소리로 바꾸는 기술’

사용법의 핵심은 간단하다. 대본 칸에는 “오늘 정말 놀라운 일이 있었어”라고 쓰고, 말투를 정하는 곳에는 “기뻐서 숨이 찬 듯 말하기”라고 지시한다. 다시 만들 때 대본은 그대로 두고 지시만 “겁에 질려 작게 속삭이기”로 바꾼다. 같은 대사를 배우에게 두 가지 방식으로 연기해 달라고 부탁하는 셈이다.

기존처럼 대본 한가운데 “무섭게 말해”라고 적으면 AI가 그 문구까지 읽을 수 있다. 구글은 새 모델에서 계속 유지할 말투는 대본과 분리된 지시 항목에 넣도록 안내한다. 반면 한순간의 웃음이나 한숨, 잠깐 멈추는 동작은 대본 속 표시로 넣을 수 있다.

한 사람은 다급하게 묻고 다른 사람은 차분히 대답하게 할 수 있어

두 사람의 대화도 한 번에 만들 수 있다. 한 사람은 다급하게 묻고 다른 사람은 차분하게 대답하도록 정할 수 있다. 상대가 말하는 도중 “네” 하고 짧게 맞장구치는 소리도 넣는다. 오디오북이나 이야기 방송을 만들 때 인물들이 차례로 글을 읽는 데서 그치지 않고, 실제 대화처럼 주고받게 하려는 기능이다.

두 모델의 쓰임새에는 차이가 있다. 플래시 TTS는 등장인물의 목소리와 세밀한 연기를 만드는 데 초점을 맞췄다. 플래시 라이트 TTS는 더 많은 음성을 효율적으로 만드는 용도로 설계됐다. 구글은 100개가 넘는 언어와 방언에서 목소리의 역할과 억양 등을 지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영상 더빙, 오디오북, 게임 속 대사, 전화 상담 음성 등이 활용 분야다.

영상 더빙, 오디오북, 게임 속 대사, 전화 상담 음성 등이 활용 분야

독자가 가장 쉽게 차이를 확인하는 방법은 이 기사에 링크된 본보기 음성을 차례로 재생하는 것이다. 기사에 실린 한국어 샘플은 대본과 목소리를 같게 두고 연기 지시만 바꿔 만들었다. 기본 목소리부터 환희, 공포에 질린 속삭임, 체념, 떨리는 공포 순서로 들어보자. 말의 속도와 높낮이가 어떻게 바뀌는지, 같은 봉투가 선물처럼 느껴지는지 비밀처럼 느껴지는지 비교하면 된다.

듣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자기 문장으로 직접 시연할 수도 있다. 구글의 AI 스튜디오 음성 만들기 안내에 들어가 음성 만들기 기능을 열고, 모델 목록에서 플래시 TTS나 플래시 라이트 TTS를 고른다.

구글 AI 스튜디오서 시험 가능

대본에는 짧은 한국어 문장 하나를 넣는다. 예를 들어 “드디어 문이 열렸어. 안에 뭐가 있을까?”라고 써 보자. 먼저 별도의 말투 지시 없이 음성을 만든 뒤, 같은 문장에 “기대에 차서 밝게 말하기”라는 지시를 주고 다시 만든다. 마지막으로 “무서워서 조용히 속삭이기”로 바꿔 한 번 더 만든다.

세 음성을 이어 들으면 글은 그대로인데 말투가 이야기를 바꾸는지 스스로 확인할 수 있다. 구글은 AI 스튜디오에서 새 음성 기능과 두 사람 대본 편집기를 시험할 수 있다고 안내한다.

자연스러운 한국어인지는 귀로 확인해야 두 사람 대화도 짧게 시도해 볼 만하다. “지민: 저 문이 왜 열려 있지?” “현우: 글쎄, 누가 들어갔나 봐”처럼 두 줄을 쓴 뒤, 한 사람은 궁금해하고 다른 사람은 걱정하는 말투로 설정한다. 인물이 바뀔 때 목소리가 분명히 구별되는지, 두 사람의 감정이 대화에 어울리는지 들어보면 된다.

구글은 새 모델이 음성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발표했다. 다만 구글이 제시한 언어별 비교표에는 한국어가 없다. 다른 제품보다 한국어를 더 자연스럽게 읽는다고 이 자료만으로 판단할 수는 없다. 기사 속 한국어 샘플과 직접 만든 음성을 들으며 발음이 또렷한지, 감정이 어색하지 않은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언어별 비교표에 한국어는 없어

새 모델에는 30초짜리 녹음으로 목소리를 본떠 만드는 기능도 있다. 구글은 목소리 주인의 동의를 확인하도록 했으며, 일부 국가와 지역에서는 이 기능을 제공하지 않는다.

AI가 만든 음성에는 사람 귀에 들리지 않는 표시인 ‘신스ID’도 넣는다고 밝혔다. 목소리를 더 자유롭게 만들 수 있게 된 만큼, 그 목소리가 누구의 것인지 확인하는 일도 함께 중요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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