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 잡고 망둥어 낚던 어부의 막내아들맨발벗들이 걷는 고향 바다에 남은 추억히딩크가 발굴한 '진공청소기', 감독으로도 활약김남일 "무의도의 자연과 추억, 성장에 소중한 밑거름"고모가 운영하는 광명항의 '선창식당'엔선수 시절의 김남일 사진걸려 있어해물칼국수와 광어회, 농어회로 유명한 맛집

김남일은 핵심 취재원 중 한 명이었다
얼마전 친구와 함께 진짜 오랜만에 인천 무의도 하나개해수욕장에서 바닷물 족욕(접지)을 했다. 만조라서 갯벌에서 맨발걷기를 하지는 못했다. 그런데 오늘, 무의도에 관한 자료를 이것저것 검색하다가 뜻밖의 사실 하나를 발견했다.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이자 '진공청소기'로 불렸던 축구 국가대표 김남일(49)이 바로 이 섬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는 것이다.
반가움과 함께 오래전 취재 현장의 기억이 되살아났다. 필자는 스포츠 기자 시절 허정무 감독이 이끌던 2000년 시드니올림픽 축구대표팀과 히딩크 감독의 2002년 한일월드컵 축구대표팀을 담당했다.
그의 고향이 하나개해수욕장 품은 무의도라니...
시드니올림픽에는 특파원으로 파견됐다. 올림픽과 월드컵을 계기로 김남일은 주요 취재원 가운데 한 명이었다.
그 후 김남일과 다시 만난 것은 10년쯤 전이다. 축구담당 기자 출신으로, 퇴직 후 축구에이전트사를 운영하던 후배의 서울 서초구 사무실 인근에서, 마침 그 후배를 만나러 온 김남일과 재회했다. 그런데 정작 오랫동안 취재했던 김남일의 고향이 하나개해수욕장이 있는 무의도라는 사실은 이번에야 알게 됐다.
아버지는 작은 통통배 가진 어부였다
김남일은 1977년 태어나 초등학교 입학 전까지 하나개해수욕장을 품고 있는 무의도에서 자랐다. 아버지는 작은 통통배를 가진 어부였다. 삼형제 중 막내였던 그는 형들과 바닷가를 누비며 게를 잡고 망둥어를 낚았다. 지치면 바위에 누워 낮잠을 청하기도 했다. 바다와 갯벌이 놀이터였고, 물고기와 게가 장난감이었던 셈이다.
이런 사연은 2002년 7월 16일 조선일보(스포츠조선 이백일 기자 작성)에 실린 김남일의 회고 기사에 자세히 소개돼 있다. 그는 무의도에서 보낸 시간이 자신의 삶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돌아봤다. 특히 "오늘의 김남일을 잉태한 곳이 바로 무의도"라고 밝힌 대목이 인상적이다. 한국 축구의 영웅이 자신의 뿌리를 서해의 작은 섬에서 찾은 것이다.
지치면 갯바위에 누워 낮잠 청하기도
김남일은 일곱 살 무렵 무의도를 떠났지만 고향을 잊지 않았다. 낚싯대를 챙겨 섬을 다시 찾곤 했고, 월드컵이 끝난 뒤에도 텐트를 치고 밤낚시를 하며 어린 시절의 추억을 되살리고 싶다고 했다. 수많은 관중의 함성이 울려 퍼지던 월드컵 경기장을 누비고도 그가 그리워한 것은 고향의 조용한 바다였다.
김남일은 인천 부평고와 한양대를 거쳐 2000년 전남 드래곤즈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1998년 국가대표로 데뷔했고, 2000년 시드니올림픽 대표팀을 거쳐 히딩크 감독이 이끄는 2002년 월드컵 대표팀에서 자신의 진가를 발휘했다.
히딩크 감독 "상대의 공격기회 빨아들인다" 진공청소기 별명
상대 공격의 흐름을 끊고 공을 빼앗는 능력이 탁월했다. 강한 압박과 끈질긴 수비, 왕성한 활동량은 그의 상징이었다. 경기장 구석구석을 누비며 상대의 공격 기회를 빨아들인다고 해서 붙은 별명이 히딩크 감독이 붙인 '진공청소기'였다. 특히 2002년 월드컵을 앞둔 프랑스와의 평가전에서 세계적인 축구 스타 지네딘 지단을 상대로 보여준 투지는 지금도 축구팬들 사이에서 회자된다.
김남일은 2002년뿐 아니라 2006년 독일월드컵과 2010년 남아공월드컵에도 출전했다. 전남 드래곤즈와 수원 삼성, 인천 유나이티드 등 국내 구단을 비롯해 네덜란드, 러시아, 일본 무대에서도 선수 생활을 했다. 국가대표로 A매치 98경기에 출전한 한국 축구의 대표적인 수비형 미드필더다.
김남일 "고향 무의도의 조용한 바다 그리웠다"
선수 은퇴 후에는 지도자의 길을 걸었다. 중국 장쑤 쑤닝 코치를 시작으로 대한민국 국가대표팀 코치와 전남 드래곤즈 코치를 역임했다. 2020년에는 성남FC 감독으로 부임해 2022년까지 프로축구팀을 지휘했다. 최근에는 축구 해설과 방송 활동으로 팬들을 만나고 있다.
무의도와 김남일의 인연은 어린 시절의 추억에만 그치지 않는다. 무의도 광명항에는 그의 고모가 운영하는 '선창식당'이 있다. 식당엔 김남일의 사진이 걸려 있다. 김남일의 고모는 12일 전화통화에서 "김남일이 어렸을 적에 하나개해수욕장과 광명항의 공터에서 공을 차면서 놀았다"면서 "선창식당은 보통 4시 경까지 손님을 받는데 해물칼국수도 있지만 광어회와 농어회가 좋다"고 추천했다.

무의도 광명항에 김남일 고모가 '선창식당' 운영
오늘날 무의도 하나개해수욕장은 맨발걷기를 즐기는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곳이다. 바닷물이 빠지면 넓은 갯벌이 모습을 드러내고, 맨발벗들은 신발을 벗고 바다와 마주한다. 파도 소리를 들으며 갯벌을 걷는 시간은 일상의 번잡함에서 벗어나 자연을 느끼는 특별한 경험이다.
김남일이 어린 시절 뛰놀았던 무의도 하나개해수욕장에 오늘날 수많은 맨발벗들이 찾아온다는 사실만으로도 흥미롭다. 어린 시절 바닷가에서 게를 잡고 망둥어를 낚던 소년이 훗날 세계적인 선수들과 맞서는 축구 영웅이 됐다.
김남일 뛰어놀던 무의도에 맨발벗들 북적북적
물론 갯벌에서 놀았기 때문에 뛰어난 축구선수가 됐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김남일 스스로 무의도의 자연과 추억이 자신의 성장에 소중한 밑거름이 됐다고 회고한 사실은 의미심장하다.
김남일도 언젠가 하나개해수욕장을 찾아 맨발벗들과 함께 갯벌을 걸어보면 어떨까. 어린 시절의 추억이 서린 고향 바다에서 신발을 벗고 걸으며 축구 인생을 돌아보고, 맨발걷기를 즐기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눈다면 얼마나 뜻깊은 시간이 될까.
'진공청소기'가 맨발벗들과 갯벌 맨발걷기 한다면...
한때 축구장을 누비던 '진공청소기'가 이제는 갯벌 위를 천천히 걸으며 자연을 만나는 모습을 상상해 본다. 빠른 발과 강한 몸싸움이 필요했던 경기장과 달리, 하나개해수욕장에서는 서두를 필요가 없다. 바닷바람을 맞으며 한 걸음씩 걸으면 그만이다.
무의도는 김남일에게 어린 시절의 고향이고, 오늘날 맨발벗들에게는 자연을 만나는 휴식의 공간이다. 김남일에게는 잊지 못할 추억의 장소가 맨발벗들에게는 새로운 활력을 얻는 장소가 되고 있다.
오늘 우연히 알게 된 김남일의 고향 이야기. 오랫동안 축구 현장을 취재했던 기자에게도 반가운 발견이었다. 다음에 하나개해수욕장을 찾는다면 드넓은 갯벌을 바라보는 마음이 조금 달라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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