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 하나 해결하면 또 다른 걱정흔들리지 않는 힘 아닌 다시 돌아오는 힘 필요파도 없는 바다 기다리지 말고폭풍 속에서도 평온 되찾는 연습을

인생에 ‘걱정 제로’의 통장은 없다
사람들은 흔히 이렇게 생각한다. “이 문제만 해결되면 마음이 편할 텐데.” 자녀가 대학에 합격하면, 사업 계약이 성사되면, 건강검진 결과가 좋으면, 빚을 다 갚으면 비로소 마음 편히 살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인생은 좀처럼 ‘걱정 제로’의 통장을 허락하지 않는다. 걱정 하나를 갚고 나면 어느새 다른 걱정이 이자를 붙여 찾아온다. 그렇다면 전략을 바꿔야 한다. 걱정거리가 없는 사람이 되려 하지 말고, 걱정거리가 있어도 평온을 회복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연세대 김주환 교수(언론홍보영상학부)는 이를 ‘마음근력’이라는 관점에서 설명한다. 두려움과 분노 같은 정서적 반응에 휩쓸리지 않고 다시 평정심을 회복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의 설명에서는 편도체의 위협 반응을 안정시키고 전전두피질을 중심으로 한 조절 기능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한 축으로 등장한다. 결국 강한 마음이란 아무것도 느끼지 않는 돌 같은 마음이 아니라, 흔들린 뒤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는 마음에 가깝다.
다시 평정심 회복하는 능력 키우는 게 중요
심리학자 제임스 그로스(James Gross)의 감정조절 연구도 비슷한 방향을 보여준다. 감정은 단순히 억누른다고 잘 다스려지는 것이 아니다. 상황을 어떻게 해석하느냐를 바꾸는 ‘인지적 재평가’가 중요한 감정조절 전략이다. 최근 215개 연구를 종합한 메타분석에서도 인지적 통제와 효과적인 재평가, 그리고 적은 걱정·반추 사이에 작지만 일관된 관련성이 관찰됐다. (DOI)
예를 들어 중요한 시험을 앞둔 학생에게 “떨어지면 내 인생은 끝이야”라는 생각이 찾아왔다고 하자. 그 생각을 “절대로 걱정하지 말자”고 밀어내는 것보다 “나는 지금 결과가 두려운 것이구나. 그렇다면 오늘 공부할 한 장에 집중하자”고 바꾸는 편이 낫다. 사업가도 마찬가지다. 계약 성사 여부를 밤새 걱정하는 대신 “결과는 상대방도 결정한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자료를 한 번 더 점검하는 것이다”라고 행동의 영역으로 돌아올 수 있다.
스티븐 헤이스(Steven C. Hayes)가 발전시킨 수용전념치료(ACT)의 ‘심리적 유연성’도 이와 맞닿아 있다. 심리적 유연성이란 불편한 생각과 감정을 무조건 제거하려 하기보다 그것이 존재하는 가운데서도 현재에 머물며 자신이 중요하게 여기는 방향으로 행동하는 능력이다.
파도 없는 바다만 기다리면 평생 항구를 떠날 수 없다
파도 없는 바다만 기다리는 배는 평생 항구를 떠날 수 없다. 좋은 배는 파도를 없애는 배가 아니라 파도를 만나도 다시 중심을 잡는 배다. 우리 마음도 마찬가지다. 그러므로 걱정이 찾아오면 먼저 한 가지를 물어보자.
“이것은 지금 내가 행동해서 바꿀 수 있는 일인가?”
바꿀 수 있다면 행동하면 된다. 전화할 일이면 전화하고, 공부할 일이면 책을 펴고, 병원에 갈 일이면 예약하면 된다. 반대로 오늘 아무리 생각해도 바꿀 수 없는 일이라면 잠시 내려놓는 연습을 해야 한다. 아직 오지도 않은 불행을 머릿속에서 백 번 예행연습한다고 미래가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오늘의 평화만 미래의 걱정에 선불로 지불할 수 있다.
걱정하다가도 밥 먹고, 잠 자고, 친구와 웃고...
마음근력은 오뚝이와 닮았다. 오뚝이는 넘어지지 않아서 오뚝이가 아니다. 넘어져도 다시 일어서기 때문에 오뚝이다. 우리도 걱정하지 않는 사람이 될 필요는 없다. 걱정하다가도 밥을 먹고, 잠을 자고, 사랑하는 사람과 웃고, 다시 오늘 해야 할 일로 돌아올 수 있으면 된다.
평온은 폭풍이 사라진 바다가 아니다. 폭풍 속에서도 내 마음의 닻을 어디에 내려야 하는지 아는 것이다. 그래서 마음건강의 목표도 달라져야 한다.걱정거리가 없는 사람이 되려 하지 말자. 걱정거리가 있어도 평온을 회복할 수 있는 사람이 되자. 그것이 우리가 평생 단련해야 할 가장 현실적인 마음의 근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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