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때리고 후회하는 소년, 용서의 문을 여는 지혜

엎질러진 물보다 먼저 닦아야 할 마음의 상처처벌의 저울은 학교에, 용서의 열쇠는 친구에게두려움에 떨기보다 지금 할 수 있는 일부터백 마디 변명보다 한 번의 진심 어린 사과반성은 말로 시작하지만 변화는 행동으로 증명된다

같은 실수 하지 않는 법을 배우는 게 중요

친구를 때렸다.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던 순간에는 주먹이 먼저 나갔다. 그런데 사건이 벌어진 뒤 상황이 뒤집혔다. 이번에는 두려움이 그를 때리기 시작한다.

‘학교에서 어떤 처벌을 받지?’ ‘선생님이 그를 나쁜 학생으로 생각하면 어떡하지?’ ‘부모님께 알려지면?’ ‘맞은 친구가 끝까지 용서하지 않으면?’

이미 엎질러진 물 앞에서 그 고등학생은 밤새 바닥만 바라본다. 하지만 아무리 바라본다고 물이 다시 컵으로 들어가지는 않는다. 지금 필요한 것은 엎질러진 물을 없었던 일로 만드는 것이 아니다. 물을 닦고, 다시는 같은 실수를 하지 않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통제할 수 없는 것 통제하려 할수록 불안 증폭

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김주환 교수는 불안을 설명하면서 통제할 수 없는 것을 통제하려 할수록 불안이 커진다고 말한다. 위협은 밖에서 오지만 불안은 안에서 일어난다. 학교의 처분이나 다른 사람의 평가처럼 그가 마음대로 바꿀 수 없는 것까지 붙잡으려 하면 마음은 더욱 불안해진다.

친구를 때린 학생에게도 그가 결정할 수 있는 것과 결정할 수 없는 것이 있다. 학교가 학칙에 따라 어떤 판단을 내릴지는 그가 결정할 수 없다. 선생님이 사건을 어떻게 판단할지도 그의 몫이 아니다. 맞은 친구가 그를 용서할지, 용서한다면 언제 마음을 열지도 그가 결정할 수 없다.

책임 인정하는 순간부터 변화 시작

그러나 그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생각보다 많다. ▲첫째, 잘못을 인정할 수 있다. “그 친구가 먼저 약을 올렸어요”, “저도 화날 만했어요”라는 말부터 꺼내면 사과의 문은 닫히기 쉽다. 갈등의 원인이 무엇이었든 사람을 때린 행동에 대해서는 “친구를 때린 것은 분명히 제 잘못입니다”라고 인정해야 한다. 책임을 인정하는 순간부터 변화는 시작된다.

▲둘째, 맞은 친구의 자리로 건너가 볼 수 있다. 그에게는 몇 초의 사건이었을지 모르지만 맞은 친구에게는 그날 이후에도 남아 있는 두려움과 모욕감일 수 있다. 멍은 며칠이면 사라져도 마음의 멍은 더 오래갈 수 있다. 진짜 반성은 ‘그가 얼마나 큰 처벌을 받을까’를 걱정하는 데서 시작되지 않는다. ‘그의 행동 때문에 친구가 얼마나 힘들었을까’를 생각하는 데서 시작된다.

잘못 인정하고 상대 처지로 가보라

▲셋째, 사과하되 용서를 요구하지 않아야 한다. “정말 잘못했다. 네가 지금 나를 용서하지 못해도 이해한다. 내가 한 행동 때문에 네가 힘들었을 것을 생각하면 미안하다.” 그 말 뒤에 “그러니까 이제 용서해 줘”라는 조건이 붙어서는 안 된다. 용서는 받아내는 서류가 아니다. 상대가 준비됐을 때 스스로 열어 주는 문이다. 피해 학생이 만나기를 원하지 않는다면 직접 찾아가는 것조차 삼가고 선생님의 안내를 따라야 한다.

▲넷째, 반성문보다 ‘다음 행동’을 준비해야 한다. 다시 화가 치밀어 오르면 어떻게 할 것인가. 그 자리에서 물러날 것인가. 깊게 호흡할 것인가. 선생님에게 도움을 요청할 것인가. 말다툼이 커지기 전에 자리를 피할 것인가. 폭력 대신 선택할 행동을 미리 정하고 연습해야 한다. 반성문 한 장보다 이후 한 달, 두 달의 행동이 더 긴 반성문이다.

▲다섯째, 처벌을 피하려 하기보다 책임질 준비를 해야 한다. “제발 처벌만은 받지 않게 해주세요”라고 매달리는 학생과 “제가 잘못한 행동에 대해서는 책임지겠습니다. 다시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무엇을 고쳐야 하는지 배우겠습니다”라고 말하는 학생은 다르다.

사과하되 용서 요구하지 말고 책임질 준비하라

선처를 바랄 수는 있다. 그러나 선처는 요구한다고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진정한 반성과 변화로 호소해야 한다.

학교의 징계가 학생에게는 거대한 먹구름처럼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하늘의 먹구름을 붙잡고 밀어낼 수는 없다. 그가 할 일은 비를 탓하는 것이 아니라 우산을 펴고, 젖은 곳을 닦고, 다시 걸어가는 것이다.

학교의 판단은 학교의 몫이다. 용서는 친구의 몫이다. 선생님의 평가는 선생님의 몫이다.

진정한 반성은 변화로 호소해야

그가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 거짓말하지 않는 것. 변명하지 않는 것. 피해 친구의 아픔을 헤아리는 것. 진심으로 사과하는 것. 책임을 받아들이는 것. 그리고 다시는 주먹으로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것이다.

따라서 질문도 바꿔야 한다. “얼마나 처벌 받을까?”가 아니다. “잘못을 바로잡기 위해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가?”다.

선처 바란다면 말보다 행동으로 증명하라

과거는 바꿀 수 없다. 처벌도 그가 결정할 수 없다. 친구에게 용서를 강요할 수도 없다. 그러나 잘못을 인정하고 행동을 바꾸는 것은 지금 당장 할 수 있다.

잘못한 학생을 바꾸는 것은 두려움이 아니라 책임이다. 용서를 구하고 싶다면 먼저 달라져야 한다. 선처를 바란다면 말보다 행동으로 증명해야 한다.

처벌을 걱정하며 떨고 있을 시간이 있다면 지금 사과하라. 책임져라. 그리고 다시는 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마라. 그 결심부터 시작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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