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인들 글쓰기는 결론 감추고 빙빙 돌려가며 두루뭉술~"

"한국은 미국교육 영향으로 약간 낫지만 유럽 기준으로는 미흡"[한국외국어대 독일어과의 안야 셰르핀스키 교수 인터뷰]

"아시아 사람들은 결론을 바로 드러내지 않고 빙빙 돌려서 표현하는 사례가 많은 것 같습니다. 이들의 글에서는 핵심이 어디에 있는지 찾기 어려울 때가 많습니다. 엇비슷한 내용을 두루뭉술하게 나열하는 편입니다. 그래서 '이쯤에서 결론이 나와야 하는데, 도대체 무엇을 말하려는 것일까' 하면서 갸우뚱하게 됩니다."

서울시 동대문구 회기동에 있는 한국외국어대 본관 3층 오스트리아 도서관 응접실. 독일 예나 출신으로 한국외국어대 독일어과에 재직 중인 안야 셰르핀스키(Anja Scherpinski·여·37) 교수는 아시아 문화권의 글쓰기를 이렇게 비평했다.

안야 셰르빈스키 교수.
안야 셰르빈스키 교수.

기자가 "정확하고 의미 있는 지적"이라고 하자, 안야 교수는 종이에 그림을 그려가면서 유럽과 아시아의 글쓰기 문화에 차이점이 있음을 강조했다.

"한국 사람들은 미국 교육의 영향을 받아서 그런지는 몰라도 중국 사람들에 비해서는 글의 핵심을 효과적으로 드러내려고 애를 쓰는 것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유럽 기준으로 보면, 한국인들은 글을 쓸 때 주제의 명확성을 더 강화해야 한다고 봅니다."

안야 교수는 "한국 학생들이 제출한 과제만 읽어보아도 유럽에 비해 글의 요점이 불분명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면서 "결론이 선명하게 드러나는 글을 쓰게 하려고 학생들에게 독일식 문장 구조를 숙지하도록 지도한다"고 말했다.

"2년 전에는 학생들에게 한국과 독일의 글을 비교하게 한 적도 있습니다. 문장 표현에서 문화적으로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 파악하게 한 뒤 어떻게 글을 전개하는 게 좋겠는지 스스로 고민하게 한 것입니다."

독일의 김나지움(한국의 인문계 고교)과 대학에서 독일어와 경제학을 전공한 안야 교수는 2007년에 상하이의 한 대학에서 8개월 가량 독일어를 가르친 뒤 한국외국어대학으로 옮겼다. 한국인 남편과 돌을 앞둔 딸을 하나 두었다.

안야 교수는 "아기가 한국어와 독일어를 다 접하다보니까 어떤 언어를 처음으로 말할지 궁금하였는데 '아이고!'를 가장 먼저 썼다"면서 "그 원인이 어린이집 선생님들이 '아이고 귀여워' 하고 되풀이하여 말한 데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음은 2015년 5월 안야 교수와 나눈 일문일답.

독일 교육에서는 글쓰기 교육을 상당히 많이 강조하고 있다.

- 아시아 사람들의 글에서 핵심이 덜 분명하게 드러나는 이유가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문화 차이에서 비롯한 것으로, 어느 한 쪽이 잘못된 것은 아닙니다. 독일에서는 다른 문화권보다 책도 많이 읽고 심층적으로 토론을 합니다. 그렇게 해서 치밀하게 정리한 자기 생각을 글에서도 명확하게 기술합니다. 그런데 아시아 문화권에서는 조화(중용 사상)를 강조하다보니 '이것이 맞기도 하고 저것이 맞기도 하다'는 식으로 글을 마무리하는 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유럽과 아시아의 의사소통방식을 연구하는 일은 1960~70년대부터 시작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한국과 중국 학생들에게 어떤 차이점이 있나요?

"중국 학생들은 한국 학생들에 비해 질문을 더 많이 합니다.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적극적으로 밝힙니다. 심지어는 저에게 '타이완을 어떻게 생각하냐'면서 민감한 문제를 묻기도 합니다."

- 글쓰기가 왜 중요하다고 보십니까?

"글쓰기는 자기 자신을 철학적으로 알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스쳐 지나가는 생각을 글로 쓰면서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사고력도 키우게 합니다. 물론 업무에도 유용하게 쓰입니다. 예컨대, 글로 기록을 하면서 새로운 아이디어도 얻고, 일을 진행하는 과정도 능률적으로 관리할 수 있습니다."

- 글을 잘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쓰고 쓰고 또 써보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처음에는 '밥을 먹고 은행에 갔다'는 식으로 단순한 구조로 쓰지만 그 다음에는 더 심층적인 내용으로 글을 쓸 것입니다. 독일에서는 처음에 간단한 묘사나 설명 위주로 글을 쓰게 하고, 그 다음에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이유를 제시하게 합니다. 그리고, 비교하고 분석하는 글쓰기 단계로 나아갑니다."

- 독서도 중요하겠지요?

"독서 자체가 글쓰기를 위한 조건입니다. 독일에서는 정부와 각종 기관에서 어려서부터 다양한 책을 읽도록 장려합니다. '독서의 밤' 같은 행사를 열어서 책 읽는 습관을 들이게 합니다. 그래야 나중에 독서도 많이 하고 글도 잘 씁니다."

- 독일의 김나지움에서는 글쓰기를 철저하게 교육한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방식으로 하나요?

"일주일에 약 8시간씩 전공 과목을 수업하고 시험을 치르는데 글쓰는 과정이 무척 많습니다. 한국처럼 교과서에 밑줄을 긋고 암기를 하고 문제를 푸는 방식과는 거리가 멉니다. 경제학을 예로 들면, 어떤 사회 현상을 짧게든 길게든 분석하게 한다든지, 주장과 이유를 밝히게 합니다. 이공계에서도 기술과학에 관한 분석과 설명을 위주로 글을 써내는 문제를 냅니다. 제가 김나지움에 다닐 때에는 컴퓨터가 아니라 직접 육필로 글을 쓰게 했습니다."

- 독일의 대학들에서는 어떻습니까?

"김나지움과 비슷합니다. 글쓰기 과제와 글쓰기 시험이 끊임없이 이어집니다. 제시문 2개를 주고 차이점을 쓰게 한다든지, 자기 생각을 밝힌 뒤 그것이 옳다고 보는 이유를 적게 합니다. 한마디로, 주장과 논거를 적게 하는 방식을 집중 훈련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 교수와 교사들이 학생들의 글쓰기 과제를 얼마나 점검해줍니까?

"학생들이 많다보니 한두 문장으로 간단하게 평을 해주거나 점수를 부여하는 선에서 그치기도 합니다. 하지만 매학기 작성하는 소논문은 문장과 글 구성은 물론 내용까지 세세하게 첨삭해줍니다. 물론 교수에 따라 약간 다르기도 합니다."

- 독일에서 글을 잘 쓰는 사람으로 누가 있나요?

"바스티안 직이란 작가가 글쓰기 오류를 모아 『여격이 소유격을 죽게 만든다(Der Dativ ist dem Genitiv sein Tod)』란 책을 냈습니다. 이 책을 보면서 사람들이 왜 이런 실수를 하는지, 어떻게 하면 실수를 줄일 수 있는지, 높은 수준으로 글을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참고하였습니다."

- 독일 대학에서 공부하려는 한국 학생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게 있는지요?

"한국에서는 고교 때처럼 대학에서 정해 놓은 교육과정을 그대로 따라서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독일에서는 스스로 결정하는 부분이 많다보니 한국 학생들이 낯설어 할 수 있습니다. 공부할 방향이나 과목을 직접 설정해야 하므로 독일 학생들에게도 어려운 일입니다. 마치 퍼즐과 같습니다. 그래서 스스로 하겠다는 각오를 하고 유학을 가면 좋겠습니다. 학제와 교육 과정을 미리 충분히 조사해야 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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