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어출판사 출간 『계엄의 추억』]등장인물 개인의 상처로 한국 현대사를 다시 묻다끝났다고 믿었던 계엄의 시간이개인의 기억과 몸속에서 어떻게 되살아나현재를 흔드는지 묻는,한국 현대사의 상처를 정면 응시

문학작품은 사회의 균열과 역사의 상처를 가장 먼저 비추는 거울이다. 계엄령 사태 1년 만에 신간 장편소설 『계엄의 추억』이 출간되며 끝나지 않은 계엄의 기억을 다시 불러내 화제를 모으고 있다.(청어출판사)
『계엄의 추억』은 1979~1980년 부마민주항쟁과 삼청교육대의 폭력을 겪은 인물들의 삶을 통해, 계엄이 개인의 몸과 기억에 남긴 상처를 현재의 시점에서 다시 묻는다.
지난해 12·3 비상계엄 사태를 계기로 과거와 현재를 교차시키며, 국가 권력이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어떻게 파괴하고 왜곡했는지를 차분하고 집요하게 드러낸다. 이 작품은 계엄을 정치 사건이 아닌 인간의 존엄과 기억의 문제로 끌어내리며, 역사의 반복 앞에서 우리가 무엇을 기억해야 하는지를 묻는 소설이다.
계엄은 한 시대의 제도가 아니라, 한 세대의 기억이다. 김동철의 장편소설 『계엄의 추억』은 바로 그 기억을 정면으로 호출한다. 이 소설은 1979~1980년 부마민주항쟁과 삼청교육대의 폭력을 지나, 2024년 12·3 비상계엄 사태라는 현재적 사건으로 되돌아오며 한국 현대사의 비극적 반복을 문학적으로 증언한다.
작품의 출발점은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는 속담처럼, 과거 계엄군이었던 한 인물이 TV 화면 속 헬기와 군인의 움직임에 본능적으로 반응하는 장면이다. 계엄은 이미 끝난 역사적 사건이 아니라, 여전히 몸에 남아 있는 트라우마다. 김동철은 이 소설에서 계엄을 거대한 정치 서사가 아니라, 개인의 신경계에 각인된 공포와 기억의 문제로 끌어내린다.
이 소설의 가장 큰 미덕은 역사를 설명하지 않는 방식이다. 작가는 계엄의 구조나 정치적 논쟁을 장황하게 해설하지 않는다. 대신 방위병 기봉, 삼청교육대 생존자, 기자 출신 노년의 화자 등 ‘말해지지 않았던 사람들’을 전면에 세운다. 특히 삼청교육대를 거쳐 반병신이 되어 사회로 돌아온 기봉의 서사는 이 소설의 정서적 핵심이다. 그의 몸은 국가 폭력이 남긴 기록물이며, 그 기록은 어떤 공식 문서보다 생생하다.
문체는 과장되지 않고, 감정은 절제되어 있다. 그래서 오히려 더 아프다. 고린내 나는 옷, 찢어진 신발, 절룩거리는 걸음 같은 구체적 묘사는 피해자의 존엄을 소비하지 않으면서도 폭력의 잔혹함을 전달한다. 이 작품이 계엄을 다루면서도 선정적이지 않은 이유다.
또 하나 주목할 대목은 사랑 서사의 배치다. 동백과 준수의 관계, 도쿄에서의 밀월, 부산의 노래와 장소들이 이어지는 장면들은 단순한 멜로가 아니다. 그것은 폭력의 시대를 건너온 사람들이 끝내 붙잡고 싶었던 ‘정상적인 삶’의 상징이다. 김동철은 사랑을 통해 계엄의 비정상성을 역설적으로 드러낸다.
이 소설은 민주화 이후의 현실에 대해서도 날 선 시선을 거두지 않는다. 군사정권은 무너졌지만, 탐욕과 권력 중독은 다른 얼굴로 살아남았다는 작가의 문제의식은 현재형이다. 민주화 이후의 권력, 국회, 정치인에 대한 비판은 소설의 결말부에서 분명한 질문으로 남는다. “계엄은 과연 끝났는가.”
『계엄의 추억』은 영웅 서사가 아니다. 대신 이 작품은 ‘살아남은 사람들’의 이야기다. 권선징악의 통쾌함보다는 사필귀정에 대한 간절한 희망을 남긴다. 그래서 이 소설은 과거를 기록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현재를 경고하는 작품이 된다.
계엄을 직접 겪은 세대에게는 봉인해 두었던 기억을 건드리는 고통스러운 독서가 될 것이고, 경험하지 못한 세대에게는 교과서에 없는 역사 수업이 될 것이다. 김동철의 『계엄의 추억』은 묻는다. “우리는 이 기억을 정말 끝낼 준비가 되었는가.”
이 질문 앞에서, 이 소설은 충분히 불편하고, 그래서 충분히 읽을 가치가 있다.
저자 김동철은 중앙일보 사회부 기자와 조선미디어그룹 스포츠조선 방송담당 기자로 오랫동안 현장을 취재하며 한국 현대사의 굴곡을 몸으로 기록해온 언론인 출신 소설가다. 이순신 연구와 역사·사회 소설을 넘나들며 권력과 인간, 역사의 반복을 집요하게 탐구해온 그는 『계엄의 추억』에서 기자의 눈과 소설가의 감각을 결합해 시대의 상처를 문학으로 증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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