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지킨 ‘인간 바리케이드’…보좌관·당직자들 몸으로 막은 12·3 계엄군

김어준의 '뉴스공장' 24일 생생 경험담 공개김정현 박기일 조호제 천정길 허선경 등 5명 대담"여성 보좌진도 남성 보좌진과 함께집기 날라 바리케이드 쌓으며 힘을 보탰다"

'김어준의 뉴스공장' 화면 캡쳐.
'김어준의 뉴스공장' 화면 캡쳐.

지난해 12월 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선포한 계엄령 당시, 국회를 지키기 위해 온몸으로 계엄군에 맞섰던 국회 보좌진들과 당직자들의 생생한 경험담이 공개됐다.

24일 방송된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서는 김정현(김교흥 의원실 보좌관), 박기일(채현일 의원실 보좌관), 조호제(조국혁신당 공보국 부장), 천정길(조국혁신당 원내행정국장), 허선경(김영호 의원실 전 비서관) 등 5명이 출연해 그날 국회를 사수했던 숨은 투혼을 상세히 전했다.

이들은 “지휘 없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고, 컨트롤타워가 없었지만 서로 알아서 뛰어다니며 본회의장을 사수했다”며 "현대판 의병 같았다"고 입을 모았다.

'김어준의 뉴스공장' 화면 캡쳐.
'김어준의 뉴스공장' 화면 캡쳐.

'10분 만에 국회로'…자발적 모인 현대판 의병

김정현 보좌관은 계엄 소식을 접한 직후 “아이들을 재우고 잠에 들려던 찰나에 기사를 보고, 10분 만에 국회로 달려갔다”고 회상했다. 당시 국회 본청은 마치 "폭풍전야, 태풍의 눈 같은" 분위기였다고 그는 전했다.

정문은 이미 차벽으로 봉쇄돼 있었고, 그는 옆문으로 우회해 직원카드를 찍고 본청에 진입했다. “밖은 소란스러웠지만 본청 안은 적막했다. 그러나 곧 무언가 터질 것 같은 긴장감이 감돌았다”고 말했다.

박기일 보좌관도 “아내가 깨워 뉴스를 보게 했고, 곧장 택시를 타고 국회로 향했다”며, 당시 상황을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정도였다”고 회상했다.

'김어준의 뉴스공장' 화면 캡쳐.
'김어준의 뉴스공장' 화면 캡쳐.

"지휘 없이, 자발적으로 위치 지켰다"

이날 보좌관들은 컨트롤타워가 없는 상황에서도 각자 필요한 곳으로 뛰어들었다.

김정현 보좌관은 본관 정문으로 향했고, 박기일 보좌관은 유리창을 깨고 진입하려는 계엄군과 몸싸움을 벌였다.

박기일 보좌관은 “누가 지휘한 게 아니라, 어디서 '여기 좀 도와달라'는 소리가 들리면 바로 뛰어갔다”고 말했다.

조호제 부장은 “오래된 선배들이 '어디를 막아야 한다'는 경험을 전해주었다”며, 과거 '동물국회' 시절의 경험이 이날 큰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죽은 자가 산 자를 살린 게 아니라, 산 자가 산 자를 살린 것”이라는 농담도 던지며 웃음을 자아냈다.

'김어준의 뉴스공장' 화면 캡쳐.
'김어준의 뉴스공장' 화면 캡쳐.

‘몸으로 막은 계엄군’, "가슴 아래만 손을 썼다"

계엄군이 국회 본청으로 진입하려 할 때, 보좌진들은 온몸으로 막아섰다. 김정현 보좌관은 “군인들은 몸으로만 밀었지 손을 높이 들지 않았다”며, 계엄군들도 직접적 충돌을 최대한 피하려 했던 점을 강조했다.

박기일 보좌관은 계엄군과 몸싸움을 벌이다가 군인 한 명과 함께 넘어졌던 순간을 생생히 떠올렸다. “총을 든 군인과 눈이 마주쳤는데, 그 군인도 혼란스러워 보였다. 나를 제압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갈등하는 눈빛이었다”고 말했다.

허선경 전 비서관 역시 “계엄군이 밀고 들어오는 좁은 복도에서 몸으로 막아섰다”며, “여성 보좌진도 남성 보좌진과 함께 집기를 날라 바리케이드를 쌓으며 힘을 보탰다”고 전했다. "당시에는 무섭다는 생각조차 들지 않았다. 뚫리면 안 되니까 그냥 뛰어갔다"고 덧붙였다.

'김어준의 뉴스공장' 화면 캡쳐.
'김어준의 뉴스공장' 화면 캡쳐.

소화기 분사, 아군만 괴롭힌 해프닝

본회의장 입구로 연결되는 복도에서는 급박한 상황 속 소화기가 분사되기도 했다.

박기일 보좌관은 “군인을 자극하지 말자고 했지만, 급박한 상황에서 결국 소화기를 뿌렸다”고 말했다.

조호제 부장은 “소화기를 뿌리긴 했지만 오히려 우리가 더 고생했다”며, “군인들은 방독면을 썼고, 보좌진들만 콜록거리며 숨을 헐떡였다”고 웃으며 회상했다.

‘2차 계엄’에 대비해 국회 지킨 밤

계엄 해제 후에도 보좌진들은 쉽게 국회를 떠나지 못했다. “2차 계엄이 올 수도 있다는 소문이 돌았기 때문에 일주일 넘게 국회에 남아 숙식했다”고 허선경 전 비서관은 밝혔다.

김정현 보좌관은 “부모님께 전화를 드렸더니 ‘네가 군인들과 몸싸움하는 걸 TV로 봤다’고 하시더라”며, 긴박했던 그날을 떠올렸다.

천정길 원내행정국장은 본회의장 내부 상황을 전했다. 그는 “국회의장 허가를 받고 본회의장에 있었고, 가결 직후 '계엄군은 철수하라'는 공지를 계속 전달했다”고 말했다.

'김어준의 뉴스공장' 화면 캡쳐.
'김어준의 뉴스공장' 화면 캡쳐.

"국회 지킨 건 바로 보좌관 당직자들이었다"

방송을 마치며 김어준 진행자는 “컨트롤타워도 없이, 각자의 위치에서 뛰어다니며 국회를 지켜낸 여러분이야말로 진정한 영웅”이라며 이들의 헌신을 높이 평가했다.

조호제 부장은 “국회에 '내란 투어'를 만들자”며 웃으며 제안했고, 김정현 보좌관은 “국회 담장을 넘은 곳마다 '월담 기념비'를 세우자”는 제안을 하기도 했다.

12월 3일, 한겨울 국회. 그날, 무기를 든 계엄군에 맞서 손 하나, 발 하나로 국회의 문을 지켜낸 것은 다름 아닌 이들 보좌진과 당직자들이었다.

명령받은 것도, 보상받을 것도 없이. 단지 "국회를 지키기 위해" 몸으로 막아섰던 현대판 의병들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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