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저한 글쓰기 교육은 독일이 인재강국된 비결"

[인터뷰] 독일학술교류처(DAAD) 서울사무소 크리스토프 폴만 대표"독일은 교육 자체가 글쓰기…학생들 과제를 꼼꼼하게 첨삭하는 건 기본"

독일은 인재 강국으로 알려져 있다. 그 비결은 효율적인 교육제도에 있다. 그런데 독일 교육은 철저하게 글쓰기를 기반으로 진행한다. 미국이나 한국의 고교와 대학에서는 '글쓰기'나 '논술'이 독립된 과목으로 있지만 독일에서는 그런 구분이 거의 없다. '교육=글쓰기', '글쓰기=교육'이라고 보는 게 대다수 의견이다.

2015년 3월 17일 오전 10시, 서울 중구 퇴계로에 위치한 독일학술교류처(DAAD) 서울사무소에서 크리스토프 폴만(Christoph Pollmann·46) 대표를 만났다. 2012년 9월에 이곳에 부임하여 한국과 독일의 학술 교류 업무를 담당하는 그는 독일의 글쓰기 교육을 이렇게 설명했다.

"독일에서는 말을 하거나 글을 쓸 때 내용을 충실하게 표현하는 데 초점을 맞춥니다. 학교 교육에서는 토론을 하고 글을 쓰는 활동이 자연스럽게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폴만 대표는 독일 슈투트가르트대학과 뷔르츠부르크 대학에서 독문학과 철학을 전공하였다. 연세대 독어독문학과에서 객원교수로도 활동 중이다. 폴만 대표에게 독일의 글쓰기 교육에 관해서 들어본다. 다음은 일문일답.

(2,000년에 개설한 독일학술교류처 서울사무소는 독일에서 학문을 연구하고자 하는 학자들을 위한 학술교류 활동을 관장한다. 한국 학생들과 연구원들의 독일 유학과 연구도 지원한다. 두 나라 대학의 공동 연구나 교환 교육을 증진시키는 일도 맡는다.)

▲ 크리스토프 폴만(독일학술교류처 서울사무소 대표, 연세대 독어독문학과 객원교수)
▲ 크리스토프 폴만(독일학술교류처 서울사무소 대표, 연세대 독어독문학과 객원교수)

- 미국에서는 대부분의 대학이 독립적인 글쓰기 강좌와 글쓰기센터를 운영합니다. 독일은 어떻습니까?

"표면적으로는 미국과 독일에 차이점이 있습니다. 독일에서는 별도의 글쓰기 교육 기관이나 과목을 두지 않는 편입니다. 그런데 이제 독일도 변화하는 중입니다. 독일에서는 교육 자체가 글쓰기로 이루어지지만, 별도로 글쓰기 교육 기관을 두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 그러면 독일에서는 어떤 방식으로 글쓰기를 교육하나요?

"교수와 학생이 서로 소통하면서 글쓰기 교육을 합니다. 학생들이 제출한 과제를 꼼꼼하게 점검해주면서 실질적인 글쓰기 지도를 하는 것입니다. 인문사회계열에서는 한 학기에 평균 8차례나 글쓰기 과제를 줍니다. 물론 분량이 짧기도 하고 길기도 합니다만 교수들은 학생들이 낸 과제를 충실하게 첨삭해줍니다. 특히 학생들이 좀 더 체계적으로 생각을 표현하도록 이끌어줍니다."

폴만 대표는 미국과 달리 독일에 독립적인 글쓰기 교육 기관이 적은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독일은 미국에 비해 개인주의 성향이 강합니다. 미국에서는 학부 과정에서 학생들에게 단체로 글쓰기 교육을 통일적으로 받게 하는지 모르겠으나 독일은 미국과는 다른 방식으로 합니다. 독일은 각자 생각한 것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일단 표현하게 합니다. 이것은 장점이 될 수도 있고 단점이 될 수도 있습니다. 단점이라고 한다면 내 위주로만 생각하는 경향이 생길 수 있다는 점입니다."

- 글쓰기는 사람에게 왜 필요한가요?

"서로 소통하기 위해서 글을 쓰는 것입니다. 그런데 잘 쓴 글은 주제가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다른 사람들과 의사소통을 잘 하기 위해서는 글을 잘 쓸 수 있도록 훈련할 필요가 있습니다."

폴만 대표는 글쓰기의 필요성을 학술적 측면과 업무 측면으로 나누어 설명했다. 학술적으로 볼 때 인문계는 글쓰기 자체가 공부의 대부분이다. 자연계에서는 글쓰기가 학습내용의 1순위는 아니지만 실험한 결과를 논문이나 보고서에 담는 과정에서 글쓰기가 중요하게 활용된다. 인문계보다는 중요성이 적다고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문장력이 없으면 실험이나 연구한 결과를 효율적으로 정리하는 게 어려워진다. 업무 측면에서는 이렇게 답변했다.

"학문을 할 때와 마찬가지로 업무를 할 때에도 글쓰기의 중요성이 똑같이 적용됩니다. 경영을 하려면 각종 정보와 수치를 분석하고 보고서를 써야 하는데 명확하게 적지 않으면 능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고객을 설득하기 위해서도 글쓰기가 필요합니다."

- 한국 학생들을 지도한 소감은 어떻습니까?

"독일에서는 학생들이 스스럼 없이 교수 의견을 비판하면서 토론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한국 학생들은 교수를 무척 존경하고 말도 잘 듣고 근면성실하고 목표의식도 뚜렷하지만 토론하는 분위기에는 익숙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폴만 대표는 이어서 한국 학생들이 책이나 인터넷에 있는 정보를 너무 수동적으로 받아들인다고 지적했다.

"책과 인터넷 자료를 참고하는 것은 좋습니다. 그런데 그것을 바탕으로 깊이 생각하여 자기만의 관점을 창출해야 합니다. 하지만 한국 학생들은 이런 노력이 부족합니다. 기존 이론과 정보를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지 말고, 자신만의 기준으로 더 알아보면서 '나만의 관점'을 창의적으로 세우면 좋겠습니다. 수업시간에 이런 점을 개선해 주려고 자주 지적합니다."

"글을 잘 쓸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이냐"고 질문하자 폴만 대표는 메모지에 무엇인가를 적어 주었다. 루드비히 라이너스(교수)와 볼프 슈나이더(언론인)란 사람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두 사람의 글이 좋아 모범글로 참고한다고 하였다.

- 그러면 이들의 글에서 무엇을 참고합니까?

"루드비히 라이너스는 글에 힘이 있습니다. 전달하려는 메시지를 선명하게 강조하다보니 독자들을 확실하게 끌어당깁니다. 마법과 같은 표현 기법을 쓰는 것 같습니다. 볼프 슈나이더는 문장 구조가 명확합니다. 미사여구나 군더더기 형용사를 많이 쓰지 않다보니 글이 간결합니다. 그러면서 독자에게 전달하려는 내용이 확실하게 드러납니다."

- 글쓰기 실력을 키우는 데 독서가 중요하겠지요?

"수사법(修辭學, 구술과 문자 등을 사용하여 설득하는 기술)에 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책 중에 독자를 사로잡는 책이 있습니다. 어떻게 독자를 사로 잡을까요? 어떤 수사법이 사용된 것일까요? 우리는 책을 읽으면서 이런 것을 잘 파악해야 합니다. 독서를 하면서 다양한 표현을 배울 수 있습니다. 수사법은 구술 언어에서도 사용되지만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도 활용됩니다."

- 독일 유학을 희망하는 한국 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는지요?

"(명함을 꺼내면서) 저는 독일로 한국 사람들을 보내는 일과 독일 사람들을 한국으로 오게 하는 일을 맡고 있습니다. 학부 입학뿐만 아니라 석박사 과정과 여름학교(서머스쿨) 등 독일에 갈 수 있는 과정이 다양합니다. 지난해에는 700명이 한국과 독일 사이에서 교류하도록 주선하였습니다. 독일에서는 한국에 흥미를 갖고 있어서 지원을 많이 합니다."

- 한국의 어떤 점이 흥미롭습니까?

"독일에 오는 한국 유학생의 50%가 음악을 공부합니다. 오케스트라, 공연 등의 분야에서 훌륭한 학생들이 많이 옵니다. 한국은 예술 측면에서 강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기술공학 측면에서도 한국은 흥미롭습니다. 기초과학보다는 응용과학을 공부하러 오는 학생들이 좀 더 많습니다. 이 분야에서 두 나라의 교류가 활발합니다."

"독일인 슈틸리케 감독이 한국축구대표팀 감독을 맡았다"고 말하자 폴만 대표는 "그 덕분에 한국과 독일이 더 가까워질 것 같다"고 말했다. "영화 <국제시장>에 독일을 배경으로 한 장면이 많이 나온다"고 하자 "그러잖아도 주 대한민국 독일 대사로부터 그 영화를 꼭 관람하라고 추천을 받았다"면서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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