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골격계 건강⑤] 장수의 비결은 특별한 건강식품보다 몸의 균형에서 시작

척추는 왜 굳어서는 안 되는가척추는 기둥이 아니라움직임을 만드는 생명의 축도움말=정훈교 한신대 명예교수(S전자 근골격계 예방운동센터(DSR) 센터장)

【편집자 주】 대한민국은 초고령사회에 접어들면서 근골격계 질환과 낙상, 근감소증이 중요한 건강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 연재는 스포츠재활학과 족부(발) 기능, 체형 교정, 균형능력, 낙상 예방 등을 연구해 온 정훈교 교수와 지난 7월 31일 경기도 화성시 동탄의 한 카페에서 진행한 심층 인터뷰를 바탕으로 구성했다. 무릎 통증의 원인부터 올바른 걷기, 발과 척추의 역할, 노년 건강까지 근골격계의 핵심 주제를 살펴본다.

"허리를 꼿꼿이 세우세요."

어릴 때부터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던 말이다. 우리는 허리를 곧게 펴는 것이 좋은 자세라고 배웠고, 몸이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 바른 자세를 가진 사람이라고 생각해 왔다.

하지만 정훈교 교수는 "척추는 굳어 있으라고 만들어진 구조가 아니다"라면서 조금 다른 시각을 제시한다. 그는 척추를 단순히 몸을 지탱하는 기둥이 아니라, 움직임을 만들어 내는 축이라고 설명한다. 잘 움직이는 척추는 몸을 살리지만, 굳어버린 척추는 몸 전체의 균형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것이다.

나이가 들수록 굳는 것은 뼈가 아니라 움직임

많은 사람은 허리가 뻣뻣해지면 "나이가 들어서 그렇다"고 말한다. 그러나 정 교수는 노화만으로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고 말한다. 사람은 하루 대부분을 의자에서 보낸다. 컴퓨터 앞에 앉아 일하고,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고개를 숙이고, 자동차를 타고 이동한다. 몸을 움직인다고 해도 특정 근육만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결국 가장 먼저 굳어지는 것은 척추를 둘러싼 작은 근육과 관절이다. 강물은 흐르지 않으면 썩고, 문은 오래 열지 않으면 경첩이 뻑뻑해진다. 척추도 마찬가지다. 움직임이 줄어들수록 유연성은 떨어지고 몸은 점점 한쪽으로 기울기 시작한다.

"척추는 단단하게 고정돼 있으라고 만든 구조가 아닙니다. 작은 마디들이 서로 유기적으로 움직이면서 몸의 균형을 잡아 주는 역할을 합니다. 그런데 움직임이 줄어들면 관절도 굳고 근육도 경직됩니다. 척추가 굳는다는 것은 결국 몸 전체의 움직임이 줄어든다는 뜻입니다."

척추가 굳으면 몸은 다른 곳으로 버텨

몸은 놀라운 적응력을 가진다. 척추가 제대로 움직이지 않으면 골반이 대신 움직이고, 골반이 부족하면 무릎이 더 많이 움직인다. 무릎이 버티지 못하면 발목이 부담을 떠안는다. 문제는 이런 보상이 오래 지속되면 다른 관절까지 함께 지친다는 점이다. 집의 중심기둥이 조금 기울면 벽과 창틀이 함께 뒤틀리듯, 척추의 움직임이 줄어들면 몸 전체의 균형도 서서히 무너지기 시작한다.

그래서 허리 통증이 있다고 해서 항상 허리만 문제인 것은 아니다. 반대로 무릎이 아픈 사람에게도 척추의 움직임을 함께 살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몸은 하나의 연결된 시스템입니다. 척추가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면 다른 관절이 그 역할을 대신합니다. 처음에는 버틸 수 있지만 결국 과부하가 걸립니다. 그래서 허리 통증을 볼 때도 척추만이 아니라 골반과 무릎, 발까지 함께 살펴야 합니다."

걷기는 다리가 만드는 몸전체의 협응

많은 사람은 걷기를 다리 운동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정 교수는 "걷기는 전신운동"이라고 말한다. 발이 땅을 디디는 순간 그 충격은 발목과 무릎, 골반을 거쳐 척추까지 전달된다. 반대로 척추가 부드럽게 움직이면 그 움직임은 다시 골반과 다리로 이어져 좀더 자연스러운 걸음을 만든다.

그래서 그는 걸음걸이를 볼 때 다리만 보지 않는다. 몸통의 회전과 척추의 움직임, 어깨와 골반의 리듬까지 함께 관찰한다. 걷기는 다리가 만드는 동작이 아니라 몸 전체가 협력해 만들어 내는 리듬이라는 것이다.

"사람은 다리만으로 걷는 것이 아닙니다. 척추와 골반, 어깨가 함께 움직여야 자연스러운 보행이 만들어집니다. 몸통이 굳어 있으면 걸음도 딱딱해지고 충격은 그대로 관절에 전달됩니다. 좋은 걸음은 유연한 척추에서 시작됩니다."

스마트폰 시대가 만든 '굳은 척추'

정 교수는 특히 청소년과 젊은 층의 자세를 걱정했다. 고개를 숙인 채 스마트폰을 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거북목과 라운드숄더가 빠르게 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자세가 습관이 되면 척추의 자연스러운 곡선도 함께 변한다. 어깨는 앞으로 말리고, 목은 앞으로 빠지고, 허리는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

그는 한 번 굳어진 자세는 시간이 지난다고 저절로 좋아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잘못된 자세가 오래 반복될수록 몸은 그것을 정상으로 기억하게 된다는 것이다.

"몸은 습관을 기억합니다. 좋은 습관도 기억하지만 나쁜 습관도 그대로 기억합니다. 스마트폰을 오래 보는 자세가 반복되면 척추는 그 모양대로 굳어집니다. 그래서 자세는 어릴 때부터 관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장수하는 사람들 공통점은 '자세 안정'

정 교수는 오랜 연구와 현장 경험 속에서 한 가지 공통점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건강하게 오래 사는 사람들은 대체로 자세가 안정돼 있고 걸음걸이가 자연스럽다는 것이다. 그는 99세 무렵의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를 만났던 경험을 소개했다. 연세가 많았지만 몸이 한쪽으로 기울지 않았고, 서 있는 자세에서도 안정감이 느껴졌다고 회상했다.

그는 장수의 비결을 특별한 건강식품보다 몸의 균형에서 찾는다. 바르게 서고 자연스럽게 걷는 능력이 평생 유지되는 사람이 결국 건강도 오래 유지한다는 것이다.

"건강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척추가 유연하게 움직이고 몸의 균형이 유지될 때 좋은 자세도 만들어집니다. 결국 자세는 건강의 결과이면서 동시에 건강을 지키는 출발점이기도 합니다."

척추는 몸의 '생명축'

정훈교 교수가 스포츠재활을 연구하며 얻은 결론은 분명하다. 척추는 단순히 몸을 떠받치는 기둥이 아니다. 몸의 움직임을 연결하고 균형을 유지하며, 걸음과 자세를 만들어 내는 중심축이다.

그래서 그는 허리가 아프지 않더라도 척추를 자주 움직여야 한다고 조언한다. 오래 앉아 있었다면 일어나 몸을 풀고, 걷고, 몸통을 자연스럽게 회전시키는 습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척추는 움직일 때 가장 건강합니다. 굳은 척추는 몸을 늙게 하지만 유연한 척추는 몸 전체에 활력을 줍니다. 결국 건강은 척추를 얼마나 오래 부드럽게 움직이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이 연재에서 정훈교 교수가 일관되게 전한 메시지는 하나로 모아진다. 무릎도, 발도, 걷기도 결국 척추와 연결돼 있다. 몸은 각각의 부위가 따로 움직이는 기계가 아니라 하나의 유기체다.

따라서 건강을 지키는 첫걸음은 아픈 곳만 바라보는 데 있지 않다. 몸 전체의 연결과 균형을 이해하는 것, 그것이 반세기 동안 근골격계를 연구해 온 정훈교 교수의 결론이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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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골격계 건강

47년 전 ‘발’을 보다, 한국 스포츠과학의 첫걸음을 뗀 논문

정훈교의 1979년 경희대 석사학위 논문 · 「발의 형태와 기초운동능력에 관한 연구」 · 스포츠과학이 탐구할 새로운 질문 일찍 제기 · 한신대 명예교수...스포츠재활학과 대학원장 역임 · 2010년부터 S전자 근골격계질환 예방운동센터장

2026.08.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