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능성 신발이나 인솔(깔창)도 좋지만발 형태가 서로 다른 점 감안해서 선택해야"도움말=정훈교 한신대 명예교수(S전자 근골격계 예방운동센터(DSR) 센터장)
【편집자 주】 대한민국은 초고령사회에 접어들면서 근골격계 질환과 낙상, 근감소증이 중요한 건강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 연재는 스포츠재활학과 족부(발) 기능, 체형 교정, 균형능력, 낙상 예방 등을 연구해 온 정훈교 교수와 지난 7월 31일 경기도 화성시 동탄의 한 카페에서 진행한 심층 인터뷰를 바탕으로 구성했다. 무릎 통증의 원인부터 올바른 걷기, 발과 척추의 역할, 노년 건강까지 근골격계의 핵심 주제를 살펴본다.

수천 번 몸 지탱하는 발은 의외로 소홀
사람들은 건강에 관심을 가지면 심장부터 떠올린다. 혈압과 혈당을 관리하고, 폐와 간, 위를 걱정한다. 그러나 하루에도 수천 번 몸을 지탱하는 발은 의외로 소홀히 여긴다. 아프지 않으면 존재조차 잊고 지내다가 통증이 생긴 뒤에야 관심을 갖는다.
정훈교 교수는 그런 발을 연구해 왔다. 1970년대 대학원에서 스포츠재활학을 공부하던 시절부터 시작한 연구다. 발의 모양과 아치, 균형감각, 보행, 근력의 관계를 추적하며 내린 결론은 단순했다.
"발은 몸의 가장 아래에 있지만 건강은 그 위에 세워집니다."
모든 길은, 건강은 발에서 시작
집을 지을 때 가장 먼저 하는 일은 기초공사다. 아무리 화려한 건물도 기초가 약하면 오래 버티지 못한다. 정 교수는 사람의 몸도 똑같다고 말한다. 허리와 무릎이 아무리 튼튼해도 발이 흔들리면 몸 전체가 흔들린다. 발은 단순히 걸음을 옮기는 기관이 아니라 체중을 받아들이고 균형을 유지하며 충격을 흡수하는 출발점이라는 것이다. 그는 석사과정 시절부터 이런 질문을 품었다.
"왜 사람마다 발 모양이 다를까. 그리고 그 차이가 몸의 움직임에도 영향을 줄까."
당시만 해도 발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그는 발의 길이와 폭, 아치의 높이, 발바닥이 닿는 방식 하나까지 측정하며 인체의 움직임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발은 단순히 몸을 받치는 받침대가 아닙니다. 몸의 균형과 움직임을 결정하는 출발점입니다. 건물은 기초공사가 중요하듯 사람은 발이 건강해야 무릎과 골반, 척추도 편안합니다. 발이 흔들리면 그 위에 있는 모든 관절이 조금씩 영향을 받게 됩니다."
발 형태는 사람마다 모두 달라
사람들은 얼굴과 지문이 다르다는 사실은 잘 안다. 그러나 발도 사람마다 모두 다르다는 사실은 잘 모르고 살아간다. 평발인 사람도 있고, 아치가 높은 사람도 있다. 발볼이 넓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길고 좁은 발도 있다. 발가락의 길이와 발뒤꿈치의 형태도 제각각이다.
정 교수는 이런 차이가 단순한 모양의 차이가 아니라고 말한다. 발의 형태는 균형감각과 보행 습관, 나아가 운동 능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발의 형태와 기초체력의 상관관계를 연구했다. 순발력과 민첩성, 근력, 지구력, 유연성, 평형감각 등을 비교한 결과 발의 형태와 아치 구조가 특히 균형감각과 밀접한 관계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사람마다 발이 다르듯 몸의 움직임도 다릅니다. 모두에게 같은 신발이 맞지 않듯 같은 운동법이 모든 사람에게 맞는 것도 아닙니다. 몸을 이해하려면 먼저 발부터 이해해야 합니다. 저는 그 출발점이 바로 발이라고 생각합니다."
무릎도 허리도 결국 발의 영향을 받아
발이 한쪽으로 무너지면 몸은 균형을 맞추기 위해 다른 곳을 움직인다. 무릎은 조금 더 안쪽으로 돌아가고, 골반은 기울며, 척추는 중심을 잡기 위해 미세하게 방향을 바꾼다. 처음에는 몸이 스스로 적응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특정 관절에 부담이 쌓이기 시작한다.
마치 건물의 기초가 조금씩 내려앉으면 벽에 금이 가고 문이 잘 닫히지 않는 것과 같은 원리다. 금이 간 벽만 고친다고 건물이 바로 서는 것은 아니다. 원인을 해결하려면 기초부터 살펴야 한다. 정 교수는 허리와 무릎 통증을 볼 때도 같은 이유로 발부터 확인한다고 설명했다.
"무릎이 아프다고 무릎만 보는 것은 벽에 금이 갔다고 페인트만 칠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발과 골반의 균형이 무너지면 무릎은 계속 부담을 받게 됩니다. 그래서 저는 항상 발에서 시작해 몸 전체를 함께 봅니다."
발 형태 다른데 모두 같은 신발 신는 건 곤란
정 교수는 기능성 신발이나 인솔(깔창)에 대해서도 무조건 좋거나 나쁘다고 말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내 발에 맞느냐'는 것이다. 발의 형태가 다른데 모두가 같은 신발을 신는다면 누군가에게는 편안하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오히려 부담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그는 기능성 인솔도 착용 전후의 균형능력을 측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몸이 얼마나 안정됐는지, 걸음걸이가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객관적으로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좋은 신발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내 발에 맞는 신발이 좋은 신발입니다. 기능성 제품도 몸에 맞지 않으면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중요한 것은 광고가 아니라 몸의 반응입니다. 몸은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심장처럼 발도 평생 쉬지 않는 장기
심장은 잠시도 쉬지 않고 뛴다. 정 교수는 발도 마찬가지라고 말한다. 걷고, 서고, 계단을 오르고, 방향을 바꿀 때마다 발은 몸무게를 받아낸다. 하루 수천 번, 평생 수억 번 같은 일을 반복한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신발은 자주 바꾸면서 정작 발 건강은 돌아보지 않는다. 발에 굳은살이 생기고 아치가 무너져도 "나이가 들어서 그렇겠지" 하고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 정 교수는 몸이 보내는 작은 신호를 일찍 읽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발은 가장 아래에 있어서 잘 보이지 않을 뿐 가장 열심히 일하는 기관입니다. 발이 편해야 걷기가 편하고, 걸음이 편해야 허리와 무릎도 편합니다. 발 건강을 챙기는 것은 몸 전체를 돌보는 첫걸음이라고 생각합니다."
건강한 발은 무릎과 골반, 척추의 균형 선사
정훈교 교수가 발을 연구하며 얻은 결론은 거창하지 않다. 발은 몸의 축소판이 아니라 몸의 출발점이라는 것이다. 좋은 걸음은 건강한 발에서 시작되고, 건강한 발은 무릎과 골반, 척추의 균형으로 이어진다. 그래서 그는 허리가 아픈 사람도, 무릎이 아픈 사람도 먼저 신발을 벗고 발부터 살펴본다.
발은 늘 몸의 맨 아래에 있다. 그래서 우리는 가장 중요한 것을 가장 늦게 발견하곤 한다. 정 교수는 마지막으로 이런 말을 남겼다.
"사람들은 건강을 잃고 나서야 발의 소중함을 깨닫습니다. 하지만 발은 평생 우리 몸을 묵묵히 지탱해 준 가장 성실한 기관입니다. 발을 이해하는 순간 몸 전체가 새롭게 보이기 시작합니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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