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골격계 건강②] 노인은 왜 잘 넘어질까?

넘어짐은 사고가 아니라몸이 오래전부터 보내온 경고도움말=정훈교 한신대 명예교수(S전자 근골격계 예방운동센터(DSR) 센터장)

【편집자 주】 대한민국은 초고령사회에 접어들면서 근골격계 질환과 낙상, 근감소증이 중요한 건강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 연재는 스포츠재활학과 족부(발) 기능, 체형 교정, 균형능력, 낙상 예방 등을 연구해 온 정훈교 교수와 지난 7월 31일 경기도 화성시 동탄의 한 카페에서 진행한 심층 인터뷰를 바탕으로 구성했다. 무릎 통증의 원인부터 올바른 걷기, 발과 척추의 역할, 노년 건강까지 근골격계의 핵심 주제를 살펴본다.

근감소증과 균형감각 상실 동시에 살펴봐아

"아버지가 화장실에서 넘어지셨어요."

"고관절이 부러져 수술을 받았습니다."

노년기에는 이런 이야기를 어렵지 않게 듣는다. 대부분은 "나이가 드셨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정훈교 교수는 낙상을 단순한 사고로 보지 않는다. 그는 "넘어짐은 마지막 장면일 뿐"이라고 말한다. 몸이 수년 동안 보내온 작은 이상 신호들이 하나둘 쌓이다가 결국 '넘어짐'이라는 결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노년 건강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단어가 근감소증이다. 근육이 줄어드는 것은 분명 중요한 문제다. 하지만 정 교수는 근육만으로는 낙상을 설명할 수 없다고 말한다. 근육과 함께 몸의 균형을 유지하는 능력까지 약해질 때 비로소 낙상의 위험이 급격히 커진다는 것이다.

노년엔 몸의 균형 유지능력도 약해져

젊은 사람은 길을 걷다 발목을 접질려도 순간적으로 중심을 되찾는다. 근육과 인대, 신경이 동시에 반응해 몸을 바로 세우기 때문이다. 반면 노인은 같은 상황에서도 몸이 균형을 회복하지 못하고 그대로 넘어지는 경우가 많다. 넘어지는 이유는 다리에 힘이 없어서만이 아니라, 몸 전체의 균형 시스템이 함께 느려졌기 때문이다.

"근감소증은 단순히 근육이 줄어드는 현상이 아닙니다. 몸의 균형을 잡는 능력도 함께 약해지는 과정입니다. 자동차로 비유하면 엔진 출력만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핸들까지 흔들리는 상태와 같습니다. 그런 차가 갑자기 방향을 바꾸면 사고가 나듯, 사람도 중심을 잃으면 낙상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낙상은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지 않아

사람들은 계단에서 발을 헛디뎠거나 바닥이 미끄러워 넘어졌다고 생각한다. 물론 직접적인 계기는 될 수 있다. 그러나 정 교수는 그 이전의 시간을 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몸은 오래전부터 작은 신호를 보낸다. 보폭이 조금씩 좁아지고, 걸음이 느려지고, 방향을 바꿀 때 몸이 흔들린다. 한쪽 발에 체중이 더 실리거나 계단을 오를 때 자신도 모르게 난간을 찾기 시작한다. 이처럼 사소해 보이는 변화들이 모여 결국 한 번의 낙상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넘어지고 나서 병원을 찾습니다. 하지만 연구자는 그보다 앞선 시간을 봅니다. 몸이 언제부터 균형을 잃기 시작했는지, 어떤 신호를 보내왔는지를 살펴야 합니다. 낙상은 갑자기 생긴 사고가 아니라 몸이 오래전부터 보낸 경고가 현실이 된 결과인 경우가 많습니다."

과학은 넘어질 방향까지 예측

정 교수는 인터뷰에서 균형측정 장비를 소개했다. 장비 위에 서 있기만 하면 몸의 미세한 흔들림이 모두 기록된다. 눈을 감거나 고개를 좌우로 돌리는 등 다양한 조건에서 약 4분간 검사를 하면 몸이 어느 방향으로 가장 쉽게 무너지는지까지 분석할 수 있다.

이는 마치 자동차를 정기 점검해 브레이크와 타이어의 상태를 확인하는 것과 비슷하다. 사고가 난 뒤 수리하는 것이 아니라 사고가 나기 전에 위험 요소를 찾아내는 과정인 셈이다.

"어떤 분은 오른쪽 앞으로, 어떤 분은 왼쪽 뒤로 넘어질 가능성이 높게 나타납니다. 중요한 것은 위험하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데 그치지 않는 것입니다. 왜 그 방향으로 몸이 무너지는지를 찾아야 운동도 달라지고, 그때 비로소 낙상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조심하세요"만으로는 부족

노인들에게 가장 많이 하는 말은 "넘어지지 않게 조심하세요"다. 그러나 조심한다고 균형감각이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외줄을 걷는 곡예사가 넘어지지 않는 이유는 조심성이 많아서가 아니라, 균형을 잡는 능력을 반복해서 훈련했기 때문이다.

노년도 마찬가지다. 하지 근력운동은 물론 발목과 고관절의 움직임, 평형감각, 발의 아치까지 함께 관리해야 몸은 중심을 되찾는다. 근육 하나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몸 전체의 균형을 다시 세우는 과정이 필요한 것이다.

"낙상 예방은 다리 힘만 키우는 운동이 아닙니다. 발과 무릎, 고관절, 척추가 하나의 팀처럼 움직이도록 만드는 과정입니다. 몸이 균형을 회복하면 걸음걸이도 달라지고 자신감도 생깁니다. 결국 넘어지지 않는 몸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꾸준한 관리 속에서 완성됩니다."

건강한 노년은 '넘어지지 않는 삶'에서 시작

정훈교 교수는 오래 사는 것보다 넘어지지 않고 독립적으로 살아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한 번의 낙상은 골절에서 끝나지 않는다. 활동량이 줄고 근육은 더 빠르게 감소하며, 다시 넘어질 가능성도 높아지는 악순환이 시작된다. 그래서 그는 노년의 건강은 질병을 치료하는 것보다 몸의 균형을 지키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걸음걸이는 몸이 써 내려가는 건강성적표다. 그 성적표를 미리 읽을 줄 안다면 낙상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이 아니라 충분히 예방 가능한 건강 문제일 수 있다. 정 교수의 연구가 던지는 메시지도 바로 여기에 있다. "몸은 넘어지기 훨씬 전부터 우리에게 말을 걸고 있다"는 그 작은 신호에 먼저 귀 기울이는 것이 건강한 노년을 여는 첫걸음이다.<계속>

정훈교 교수
정훈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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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골격계 건강

47년 전 ‘발’을 보다, 한국 스포츠과학의 첫걸음을 뗀 논문

정훈교의 1979년 경희대 석사학위 논문 · 「발의 형태와 기초운동능력에 관한 연구」 · 스포츠과학이 탐구할 새로운 질문 일찍 제기 · 한신대 명예교수...스포츠재활학과 대학원장 역임 · 2010년부터 S전자 근골격계질환 예방운동센터장

2026.08.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