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도 예술로 인정 받는 날 올 거다"...교사의 칭찬에 소년의 인생이 바뀌었다

미술시간에 석고상 대신 만화 그리다 들통혼날 줄 알았으나 오히려 격려 받고 충격교사의 믿음이 대한민국 대표 시사만화가 키웠다

친구들 국영수 공부할 때에도 만화 그리는 데 열중

"커서도 만화를 계속 그려라. 언젠가는 만화도 예술로 인정받을 날이 올 것이다."

유환석 화백은 지금도 춘천 강원중학교 3학년 때 미술교사에게 들은 이 한마디를 생생하게 기억한다. 친구들이 석고상을 그리고 풍경화를 그릴 때도 그는 틈만 나면 공책 귀퉁이에 만화를 그렸다. 친구들이 국어, 영어, 수학 공부에 열중할 때도 그의 손끝은 만화 속 인물들을 쉬지 않고 만들어냈다. 당시만 해도 만화는 예술이 아니라 공부를 방해하는 낙서쯤으로 여겨지던 시대였다. 어른들의 시선도 곱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수업 시간에 만화를 그리던 모습을 미술교사에게 들켰다.

그래서 그는 당연히 상당히 많이 심하게 꾸중을 들을 줄 알았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질책이 아니라 믿음이었다. 미술교사는 "앞으로는 만화도 충분히 예술이 될 수 있다. 계속 그려라"며 그의 재능을 따뜻하게 인정해 주었다. 유 화백은 "그 말이 정말 쇼킹했다"고 회상한다. 한순간에 세상이 뒤집힌 듯한 충격이었다. 남들은 낙서라고 여겼던 그림을 처음으로 '가능성'이라고 불러준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다.

만화는 공부 방해하는 낙서로 여겨지던 시절

그 한마디는 소년의 가슴에 떨어진 작은 불씨였고, 훗날 평생 꺼지지 않는 꿈의 등불이 됐다. 그 격려는 결국 한 소년의 진로를 바꾸는 결정적인 전환점이 됐다. 어릴 적부터 집에는 여러 종류의 신문이 놓여 있었고, 그는 네 칸 만화와 시사만평을 읽는 시간을 누구보다 기다렸다. 해외 잡지에 실린 한 컷 만화까지 찾아보며 자연스럽게 만화의 세계에 빠져들었다.

꾸중 대신 격려는 '세상이 뒤집힌 듯한 충격'소년의 진로를 바꾸는 결정적 전환점

또 다른 전환점도 있었다. 국어 시간 '신문이 나오기까지'라는 단원을 배우며 강원일보를 견학했을 때였다. 신문사에서 삽화를 그리는 화가들을 본 그는 "이 정도면 나도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신문만화는 그 순간 막연한 동경이 아닌 현실적인 목표가 됐다.

이후 《선데이서울》과 《주간한국》 독자투고에 만화를 응모해 당선됐고, 생애 처음으로 원고료를 받았다. 자신의 이름이 활자 위에 실리고 원고료까지 손에 쥔 순간, 막연했던 동경은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는 확신으로 바뀌었다. 중학교 미술교사가 심어준 믿음의 씨앗은 그렇게 뿌리를 내렸고, 마침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시사만화가라는 큰 나무로 자라났다.

결국 그는 강원일보를 거쳐 스포츠조선의 대표 시사만화가가 됐고, 한국시사만화가협회장을 맡으며 한국 시사만화계를 대표하는 인물로 자리매김했다. 스포츠조선의 간판 만평 '헹가래'는 오랫동안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선데이서울, 주간한국에 만화 응모해 당선 결국 일간지 시사만화가 거쳐 한국시사만화가협회장까지

이 이야기는 한 만화가의 성공담에 그치지 않는다. 아이들의 재능은 성적이나 입시 기준으로만 평가할 수 없다. 그림을 좋아하는 아이, 글을 쓰는 아이, 악기를 연주하는 아이, 새로운 것을 만드는 아이 모두 저마다의 가능성을 품고 있다.

"그림 그려서 먹고살겠느냐", "취미로만 해라"라는 말은 가능성을 꺾을 수 있지만, "계속해 봐라", "잘하고 있다"는 한마디는 평생의 버팀목이 될 수 있다. 거창한 지원보다 중요한 것은 아이의 재능을 먼저 발견하고 믿어주는 일이다.

무심코 건네는 한마디가 미래 바꾸는 씨앗될 수도

수십 년 전 한 미술교사가 건넨 짧은 격려는 결국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시사만화가를 탄생시켰다. 그러나 이 이야기는 만화나 미술 분야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과학자도, 음악가도, 운동선수도, 의사도, 교사도, 기업인도, 장인도 모두 처음부터 자신의 길을 확신했던 것은 아니다. 누군가의 믿음과 격려, 그리고 가능성을 먼저 알아봐 준 한 사람을 만났기에 자신의 재능을 꽃피울 수 있었다.

어쩌면 오늘 우리가 무심코 건네는 한마디도 누군가의 미래를 바꾸는 씨앗이 될지 모른다. 아이들의 가능성을 가장 먼저 발견하는 사람은 부모일 수도 있고, 교사일 수도 있으며, 주변의 평범한 어른일 수도 있다.

"만화도 예술이 될 수 있다."

그 말은 한 소년의 꿈을 키운 격려였다. 그리고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더 큰 질문으로 되돌아온다. 우리는 지금, 어린이, 청소년, 젊은이들의 재능을 발견하고 믿어주며, 자신의 가능성을 끝까지 펼칠 수 있도록 응원하는 어른으로 살고 있는가.

[이 기사에 관한 어느 독자의 댓글...]

기사가 나간 뒤 한 지인은 카카오톡으로 "학창시절 제대로 된 스승을 만났더라면… "을 남겼다.

기자는 "아… ㅠㅠ"라는 짧은 답밖에 하지 못했다. 그 대화 화면을 이 기사의 마지막에 함께 실었다. 긴 설명보다 더 긴 여운을 남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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