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 통증은 몸 전체가 보내는 구조적인 신호통증보다 먼저 몸 전체의 균형을 잡아라도움말=정훈교 한신대 명예교수(S전자 근골격계 예방운동센터(DSR) 센터장)
【편집자 주】 대한민국은 초고령사회에 접어들면서 근골격계 질환과 낙상, 근감소증이 중요한 건강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 연재는 스포츠재활학과 족부(발) 기능, 체형 교정, 균형능력, 낙상 예방 등을 연구해 온 정훈교 교수와 지난 7월 31일 경기도 화성시 동탄의 한 카페에서 진행한 심층 인터뷰를 바탕으로 구성했다. 무릎 통증의 원인부터 올바른 걷기, 발과 척추의 역할, 노년 건강까지 근골격계의 핵심 주제를 살펴본다.

통증은 분명한데 원인은 보이지 않는다면...
계단을 내려갈 때 무릎이 욱신거린다. 오래 걸으면 무릎 안쪽이 뻐근하고, 의자에서 일어설 때도 통증이 느껴진다. 병원을 찾아 X-ray를 찍고 MRI 검사까지 받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의외다.
"특별한 이상은 없습니다."
통증은 분명한데 원인은 보이지 않는다. 많은 사람은 "나이가 들어서 그렇겠지" 하며 진통제로 버티거나 무릎만 계속 치료한다. 그러나 정훈교 교수는 이 대목에서 전혀 다른 질문을 던진다.
"왜 무릎만 보고 계십니까?"
그는 스포츠재활과 족부 기능을 연구하며 허리와 무릎 통증을 수없이 분석했다. 그 과정에서 내린 결론은 명확했다. 통증이 있는 곳과 원인이 있는 곳은 같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무릎은 '범인'이 아니라 오히려 '피해자' 가능성
정 교수는 무릎을 몸에서 가장 억울한 관절 가운데 하나라고 표현한다. 몸의 중심이 한쪽으로 기울면 무릎이 대신 버틴다. 골반이 틀어져도 무릎이 충격을 흡수하고, 발의 균형이 무너져도 가장 먼저 부담을 떠안는 곳이 무릎이다.
결국 통증은 무릎에서 나타나지만, 원인은 발이나 골반, 척추에 숨어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이는 집의 벽에 금이 갔다고 벽만 덧칠하는 것과 비슷하다. 진짜 원인은 기초가 내려앉은 것일 수도 있는데 겉모습만 손보면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금이 생긴다. 사람의 몸도 마찬가지라고 그는 설명한다.
"무릎이 아프다고 무릎만 치료하면 원인을 놓칠 수 있습니다. 몸은 하나의 연결된 구조입니다. 발과 골반, 척추의 균형이 무너지면 결국 무릎이 가장 많은 부담을 받게 됩니다. 저는 그래서 무릎보다 먼저 몸 전체의 균형을 살펴봅니다."
골반이 조금만 틀어져도 무릎은 힘들어져
사람은 두 다리로 몸을 지탱한다. 겉으로 보기에는 똑바로 서 있는 것 같아도 골반이 조금만 기울어져도 체중은 자신도 모르게 한쪽 다리에 더 많이 실린다. 그 상태로 하루 수천 걸음을 걷는다면 어떤 일이 생길까.
한쪽 무릎은 매 걸음마다 조금 더 큰 충격을 받는다. 처음에는 피곤한 정도지만 시간이 지나면 통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진다. 자동차 바퀴 정렬이 틀어진 채 계속 운전하면 한쪽 타이어만 유난히 빨리 닳는 것과 같은 원리다.
정 교수는 현재는 첨단 장비를 통해 골반이 어느 방향으로 회전했는지, 얼마나 기울어졌는지, 다리 길이가 어떻게 달라졌는지까지 객관적으로 분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예전에는 신발 밑창이 어느 쪽이 더 닳았는지를 보고 짐작했습니다. 지금은 장비를 통해 골반의 기울기와 다리 길이의 변화를 수치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몸의 균형이 어떻게 무너졌는지 알면 치료도 훨씬 정확해집니다. 통증보다 원인을 먼저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몸은 하나의 팀처럼 움직여
정 교수는 몸을 축구팀에 비유했다. 수비수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 미드필더가 더 많이 뛰어야 하고, 미드필더가 무너지면 공격수까지 내려와 수비를 해야 한다. 결국 한 선수의 문제가 팀 전체의 부담으로 이어진다.
몸도 그렇다. 골반이 제 역할을 못 하면 무릎이 대신 일하고, 무릎이 버티지 못하면 발목이 더 많은 충격을 감당한다. 처음에는 적응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통증이라는 형태로 도움을 요청한다. 그래서 그는 몸을 부품처럼 따로 보지 않는다. 항상 연결된 하나의 시스템으로 바라본다.
"몸은 각각의 관절이 따로 움직이는 기계가 아닙니다. 하나의 관절에 문제가 생기면 다른 관절이 대신 일합니다. 그 보상이 오래 지속되면 결국 다른 곳에서도 통증이 나타납니다. 그래서 저는 아픈 곳만 보지 않고 몸 전체의 움직임을 함께 분석합니다."
고관절과 골반, 몸의 균형이 함께 영향 미친 결과
인터뷰 도중 정 교수는 기자에게 뜻밖의 동작을 요구했다. 재래식 화장실에 앉는 자세였다.
"재래식 화장실 자세를 해보세요. 쪼그려 앉아보시면 됩니다."
쉬울 것 같았지만 예상보다 쉽지 않았다. 엉덩이는 끝까지 내려가지 않았고 뒤꿈치가 들렸다. 더 앉으려 하자 몸이 뒤로 넘어갈 것 같았다.
정 교수는 무릎의 문제라기보다 고관절과 골반, 몸의 균형이 함께 영향을 미친 결과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관절의 가동범위가 줄어들면 몸은 자연스러운 자세를 만들지 못한다는 것이다.
무릎은 건드리지 않았는데 몸이 개선돼
더 흥미로운 일은 그다음이었다. 정 교수는 무릎을 직접 만지지 않았다. 대신 발과 손, 그리고 팔의 특정 부위를 짧게 자극했다. 몇 분 뒤 다시 같은 동작을 해보니 조금 전보다 몸이 더 아래까지 내려갔다.
그는 이것이 몸이 서로 연결돼 있다는 하나의 사례라고 설명했다. 물론 모든 사람에게 같은 결과가 나타난다는 뜻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무릎만 바라보던 시선을 몸 전체로 넓히는 데 있다는 것이다.
"통증이 있다고 해서 그 부위만 계속 자극하면 오히려 악화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먼저 몸의 균형을 회복하고, 왜 그런 통증이 생겼는지를 찾는 것이 순서입니다. 치료는 증상을 없애는 데서 끝나서는 안 됩니다. 원인을 해결해야 몸도 오래 편안합니다."
치료보다 먼저 필요한 것은 '몸 읽기'
정훈교 교수가 근골격계를 연구하며 얻은 결론은 의외로 단순하다. 무릎은 혼자 아프지 않는다. 발과 골반, 척추, 근육, 균형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하나의 움직임을 만든다. 따라서 무릎 통증은 몸 전체가 보내는 구조적인 신호일 수도 있다.
그는 지금도 환자를 만나면 가장 먼저 신발을 벗게 한다. 발을 보고, 골반을 보고, 걸음걸이를 본다. 무릎은 그다음이다. 그 이유를 묻자 그는 잠시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무릎은 늘 결과를 말해주는 관절입니다. 하지만 몸은 그보다 먼저 답을 알고 있습니다. 몸의 균형을 읽을 줄 알면 통증도 훨씬 일찍 예방할 수 있습니다. 결국 건강은 아픈 곳을 치료하는 것보다 몸 전체를 이해하는 데서 시작됩니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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