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원금에 분명한 목적지 적은 후원문화유한준·최정·정수빈·소형준 등 프로야구 동문들 솔선
[편집자 주] 세광고의 청룡기 우승을 계기로 야구부 후원 시스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우승의 열기를 지속 가능한 지원으로 이어가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후원회를 운영해 온 다른 학교들의 경험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공개된 회칙과 동문회 자료, 언론 보도를 바탕으로 주요 고교 야구부 후원회의 조직과 운영방식을 비교하고, 참고할 만한 지혜와 시사점을 짚어본다.

프로야구 출신 동문들 힘모아 2억원 모금...47인승 선수단 버스 기증
유신고 야구부 후원의 가장 큰 특징은 돈보다 목적이 먼저 보인다는 점이다. 막연히 후원금을 모으는 것이 아니라 선수단에 실제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확인한 뒤, 동문과 프로 선배들이 함께 해결했다.
장학금이 필요하면 장학금을 마련하고, 응원버스가 필요하면 차량을 지원하며, 낡은 선수단 버스가 문제가 되면 프로 출신 동문과 총동문회가 힘을 모아 새 버스를 준비하는 방식이다.
마치 병원에서 처방전 없이 약부터 건네지 않는 것과 같다. 정확한 필요를 먼저 진단하고, 그에 맞는 지원을 제공한다는 점이 유신고 후원의 차별성이다.
우승 뒤 선수들에게 필요한 것부터 질문
유신고는 2019년 황금사자기와 청룡기를 연속 제패하며 전국 정상에 올랐다. 당시 총동문회는 동문 모금을 통해 1800만원을 학교에 전달하고, 가정형편이 어려운 선수들이 운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장학금으로 사용해 달라는 뜻을 밝혔다. 전국대회 16강 진출 때에는 동문회가 응원버스를 지원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이는 단순한 우승 축하금과 달랐다. 선수들이 운동을 계속하는 데 실제로 걸림돌이 되는 부분을 찾아 지원했다. 장학금은 형편이 어려운 선수에게 운동을 포기하지 않도록 받쳐주는 안전망이고, 응원버스는 동문들의 함성을 싣고 경기장으로 달려가는 이동식 응원석이다. 우승컵은 진열장에 놓이지만, 장학금은 선수의 내일을 움직인다.
선수들 목소리 직접 듣고 후원내용 정해
유신고의 목적형 후원이 가장 선명하게 드러난 사례는 2023년 선수단 전용버스 마련이다. 유한준·최정·정수빈·소형준 등 프로야구계에서 활동한 유신고 동문들과 총동문회가 2억원의 발전기금을 학교에 기부했고, 학교는 이 돈으로 최대 47명이 탈 수 있는 신형 대형버스를 구입했다.
당시 총동문회장은 청룡기 우승 뒤 후배들에게 무엇이 가장 필요한지 물었다. 선수들은 좁고 낡은 기존 버스 때문에 장거리 원정 때 불편을 겪고 있다며 신형버스를 원했다. 후원회가 책상 위에서 필요를 짐작한 것이 아니라 선수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은 것이다.
야구부 전용버스는 단순한 교통수단이 아니다. 전국 각지에서 대회가 열리는 고교야구에서 버스는 이동식 라커룸이자 휴식실이다. 선수들은 경기 전 긴장을 풀고, 경기 뒤에는 지친 몸을 기대며 학교로 돌아온다.
선수들이 엔진이라면 버스는 팀 전체를 경기장까지 안전하게 실어 나르는 차체다. 아무리 좋은 엔진이 있어도 차체가 낡으면 먼 길을 안정적으로 달리기 어렵다. 유신고 동문들은 선수들의 꿈만 응원한 것이 아니라, 그 꿈이 이동하는 길까지 닦아준 셈이다.
모금은 동문이, 자산 관리는 학교가
유신고 버스 지원에서 또 하나 눈여겨볼 부분은 집행방식이다. 프로 진출한 동문과 총동문회가 직접 차량을 구입한 것이 아니라 모금한 돈을 학교발전기금으로 전달했고, 학교가 공식 절차에 따라 차량을 구입하고 관리했다. 기증식에는 학교장과 지도자, 선수단뿐 아니라 전·현직 총동문회장, 야구부후원회장, 학부모회장 등이 함께했다.
동문과 프로선수는 재원을 마련하고, 총동문회와 후원회는 사업을 조직하며, 학교는 자산을 구입·관리하는 역할을 맡았다. 후원회가 모금과 집행, 자산관리를 모두 움켜쥐지 않고 각자의 위치에서 역할을 나눈 구조다.
좋은 야구팀에서 투수가 공을 던지고 포수가 사인을 내며 야수가 수비 위치를 지키듯, 후원도 각자의 역할이 분명할 때 실책이 줄어든다.
프로 선배들이 후배의 길을 넓혀
유신고 사례에서는 프로 출신 동문들의 집단 참여도 두드러진다. 유한준·최정·정수빈·소형준 등은 개인 이름으로만 기부한 것이 아니라 총동문회와 함께 공동사업에 참여했다.
후배 선수들은 버스를 탈 때마다 “이 길을 먼저 달린 선배들이 마련해 준 차”라는 사실을 떠올릴 수 있다. 선배의 후원이 단순한 현금봉투가 아니라 하나의 이정표가 된 것이다. 그 버스는 학교와 경기장을 오가지만, 상징적으로는 고교선수와 프로무대를 이어주는 다리다.
유신고는 ‘야구인의 밤’을 통해 프로와 아마추어에서 활동한 졸업생들이 재학생과 OB·YB 경기를 펼치고, 졸업선수 송별과 신입선수 환영행사도 함께 진행했다.
사진으로만 보던 프로 선배와 후배가 같은 그라운드에서 공을 주고받으며, 동문은 단순한 후원자를 넘어 얼굴을 맞대는 야구 공동체가 된다. 후원문화는 통장보다 기억 속에서 더 오래 유지된다. 함께 뛴 경기와 선배가 건넨 한마디는 다음 기부를 낳는 보이지 않는 씨앗이 된다.
후원금에 분명한 목적지 적어
유신고형 후원의 장점은 결과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1800만원은 선수 장학금으로 이어졌고, 2억원은 신형버스로 바뀌었다. 후원자는 자신의 돈이 어떤 변화를 만들었는지 눈으로 볼 수 있다.
막연히 “야구부 발전을 위해 쓰겠다”고 말하는 것과 “선수단이 탈 47인승 버스를 마련하겠다”고 제시하는 것은 설득력에서 큰 차이가 있다. 주소가 없는 편지가 목적지에 도착하기 어렵듯, 사용처가 불분명한 모금은 참여를 끌어내기 어렵다.
유신고의 후원방식은 먼저 선수단의 필요를 확인하고 사업 목적을 구체적으로 정한 뒤, 총동문회와 후원회, 프로 출신 동문이 함께 재원을 마련하는 목적 지정형 후원 모델이다.
좋은 후원은 큰 봉투를 건네는 일이 아니라 선수의 앞길에 놓인 돌 하나를 정확히 치워주는 일이다. 유신고는 후원금에 목적지를 적고, 동문과 프로 선배가 함께 그 목적지까지 배달한 학교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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