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정 만평이라도 그렸어야 했는데" 유환석 화백의 오래된 반성

“신문 보도 믿고 그린 만평인데…”허위로 밝혀진 연예인 비리 의혹 사건세월 흘러도 아쉬움 남아독자 항의에 귀 기울이려고 노력도잘못은 고치고 갈등도 피해

한 컷 실리기까지 수많은 고민과 책임

신문 만평은 한 컷으로 세상을 풍자하지만, 그 한 컷이 지면에 실리기까지는 수많은 고민과 책임이 따른다. 독자의 시선도, 데스크의 판단도, 때로는 만평의 주인공도 모두 그 한 컷을 바라본다.

50년 동안 시사만화를 그려온 유환석 화백에게도 그런 기억은 적지 않다. 그는 춘천예술마당에서 열리는, 데뷔 50주년 특별전(8월 14일~25일)을 앞두고 있다.

유 화백은 "생각보다 독자들의 항의는 많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만평 속 내용이 독자 자신이나 가족, 주변 사람의 이야기와 관련되면 상황은 달라졌다. "사실과 다르다"는 항의 전화가 걸려왔고, 어떤 이는 거친 말을 쏟아낸 뒤 그대로 전화를 끊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그는 "만평은 신문에 실린 기사에 근거해 그린다"고 차분히 설명했다. 하지만 독자의 지적이 맞고 실제 기사의 사실관계에 오류가 있었다면 곧바로 사과하고 만평도 수정했다. "틀린 것은 고치는 게 맞다"는 생각은 50년 동안 한 번도 바뀌지 않은 그의 원칙이었다.

신문에 실린 기사에 근거해 시사만화 그려

그런데 지금도 마음 한켠에 남아 있는 일도 있다. 한 유명 연예인의 비리 의혹이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을 당시, 유 화백은 당시 보도된 기사에 근거해 만평을 그렸다. 그러나 일부 독자들은 "직접 확인 취재도 하지 않고 만평을 그리느냐"며 강하게 항의했다. 당시에는 신문 보도를 바탕으로 시사만화를 그리는 것이 당연한 일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몇 년 뒤 그 의혹은 허위로 밝혀졌다. 이미 당사자는 회복하기 어려운 상처를 입은 뒤였다.

유 화백은 "그때는 정정 만평이라도 한 편 그려 명예회복에 힘을 보탰어야 했다"며 "마음속으로는 오래 반성했다"고 조용히 말했다. 시간이 흐른 지금도 그 일을 자신의 아쉬움으로 기억하고 있다.

"명예회복에 힘 보태지 못해 죄송"

신문사 안에서도 만평을 둘러싼 작은 해프닝은 있었다. 독자들의 항의가 이어지면 데스크가 찾아와 "이번에는 조금만 순하게 가자", "너무 세게 하지 말고 살살 조지면 안 되겠느냐"고 웃으며 수정 의견을 전하곤 했다.

유 화백은 대부분 "그러죠" 하고 고쳐줬다. "굳이 갈등이나 트러블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 싸우는 성격도 아니다"라고 그는 웃으며 말했다. 자신의 의견을 끝까지 밀어붙이기보다 조직 안에서 함께 일하는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이다.

오랫동안 '따뜻한 풍자' 평가 받은 비결

50년 동안 권력을 향해서는 날카로운 풍자를 멈추지 않았지만, 사람을 대하는 자세만큼은 늘 부드러웠다. 잘못이 확인되면 고치고, 비판은 하되 상대를 불필요하게 몰아세우지 않았다.

유환석 화백의 시사만화가 오랫동안 '따뜻한 풍자'라는 평가를 받아온 것은 그림의 기교만이 아니라,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그의 성품과 언론인으로서의 책임감이 자연스럽게 스며 있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사람 먼저 생각하는 성품과 언론인의 책임감

유환석 화백의 젊은 시절(왼쪽, 가운데)과 현재(오른쪽) 모습.
유환석 화백의 젊은 시절(왼쪽, 가운데)과 현재(오른쪽)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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