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펀치' 제치고 선택된 '헹가래', 유환석 화백이 밝힌 탄생 비화

노태우 정부 물통시대 반영사내공모서 '물펀치'와 '헹가래'로 압축“정권보다 오래 살아남을 이름 찾아라” 의견장수 시사만평 '헹가래'는 그렇게 태어났다

"정권 바뀌면 생명력 짧을 수 있다"

올해 데뷔 50주년을 맞은 시사만화가 유환석 화백. 그가 조선미디어그룹 스포츠조선에서 17년 동안 연재하며 5,000여 회를 이어간 대표 시사만화 '헹가래'의 제목은 의외로 사내 공모에서 탄생했다.

"만평 제목을 사내 공모로 했어. 노태우 물통시대라 물펀치와 헹가래가 젤 마니나옴. 물펀치는 정권 끈남 좀 그러니 헹가래로 함. 요고빠게 읍음 ㅠㅠ;;;;

28일 오전 '헹가래'의 탄생 비화를 묻자 유환석 화백이 카카오톡으로 보내온 답장이다. 장난꾸러기 '헹가래' 답게 너스레를 떠는 답변이었다.

스포츠조선을 대표했던 시사만화 '헹가래'가 어떻게 탄생했는지, 제목은 누가 지었고 어떤 과정을 거쳐 결정됐는지, 당시 편집국 분위기는 어땠는지 등을 자세히 듣고 싶었다.

'물통' 사건으로 '물펀치'도 후보작 거론

하지만 돌아온 답변은 의외로 짧았다. 제목은 사내 공모를 통해 정해졌고, 후보 가운데 '물펀치'와 '헹가래'가 가장 많은 지지를 받았다는 것이다.

당시는 노태우 정부 시절이었다. 이른바 '물통' 사건이 사회적 화제가 되면서 '물펀치'라는 제목도 시대 분위기를 반영한 후보로 거론됐다. 그러나 특정 정치 상황과 너무 밀접한 제목은 정권이 바뀌면 생명력이 짧을 수 있다는 의견이 나왔고, 결국 시대를 초월해 사용할 수 있는 '헹가래'가 최종 선택됐다.

결과적으로 그 선택은 옳았다. '헹가래'는 스포츠조선을 대표하는 시사만화 브랜드로 자리 잡았고, 17년 동안 독자들과 호흡하며 한국 신문만화의 한 시대를 상징하는 작품이 됐다.

"유행 좇기보다 시대 넘어선 선택"

기자는 좀 더 풍성한 뒷이야기를 듣고 싶었지만 인터뷰는 더 이어지지 못했다. 유 화백은 현재 데뷔 50주년 특별전 준비와 전시 작품 제작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비록 카카오톡 몇 줄에 불과했지만, 그 짧은 답변 속에는 당시 신문사 구성원들의 고민과 시대의 공기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오래 살아남는 이름은 유행을 좇기보다 시대를 넘어서는 선택에서 탄생한다는 사실을 '헹가래'라는 제목이 보여주고 있다.

유환석 화백은 1975년 공식 데뷔해 올해로 데뷔 50주년을 맞은 시사만화가다. 강원일보를 거쳐 1990년 스포츠조선 창간 멤버로 합류했으며, 대표작인 '헹가래'(약 5,000회)와 '공수래' 등을 통해 반세기 동안 한국 사회를 유머와 풍자로 기록해 왔다. 현재 데뷔 50주년 특별전을 준비 중이다.

기사 댓글 0

0 / 400

욕설, 타인 비방, 광고 등의 댓글은 예고 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

관련 기사

종합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