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0번 넘게 반복된 '생각의 노동', 그것이 《헹가래》였다

유환석 화백의 만평 '하루 한 컷'은 어떻게 만들어졌나신문보다 먼저 세상 읽고마지막까지 한 컷 다듬어아이디어·스케치·먹선...마감 직전까지 치열한 창작유머와 풍자, 공감을 만평에 담아

유환석 화백.
유환석 화백.

하루 종일 치열한 고민과 창작

독자들은 신문을 펼치면 완성된 만평 한 컷만 만난다. 하지만 그 한 컷이 지면에 오르기까지는 하루 종일 이어지는 치열한 고민과 창작의 시간이 숨어 있었다.

데뷔 50주년 특별전(8월 14일~25일)을 춘천시 춘천예술마당에서 여는 유환석 화백의 스포츠조선 재직 시절 하루일과는 뉴스를 읽는 일로 시작됐다. 정치·경제·사회는 물론 스포츠 기사와 방송 뉴스, 사람들의 일상까지 두루 살폈다. 중요한 것은 사건 자체보다 그 안에 담긴 사람들의 감정이었다. "독자들이 오늘 무엇을 가장 공감할까." 그 질문이 만평의 출발점이었다.

주제가 정해지면 머릿속에서 여러 장면을 조합했다. 같은 소재라도 어떤 비유가 가장 강렬할지, 어떤 표정이 가장 많은 이야기를 담을지 수십 번 생각을 거듭했다. 만평은 한 컷이지만, 그 안에는 긴 기사 한 편을 압축하는 구성력이 필요했다.

주제 정해지면 머릿속에서 여러 장면 조합

아이디어가 무르익으면 연필 스케치가 시작됐다. 인물의 표정과 몸짓, 말풍선의 문구, 화면 구도를 다듬은 뒤 먹선으로 다시 살려냈다. 선 하나가 바뀌어도 분위기가 달라졌고, 말 한마디가 달라지면 풍자의 방향도 달라졌다. 그래서 마지막 순간까지 원고를 고치는 일이 흔했다.

스포츠조선 《헹가래》를 연재할 당시에는 신문의 제작 시간과 맞물려 늘 마감과의 싸움이 이어졌다. 늦은 밤까지 이어지는 속보가 나오면 이미 완성한 만평을 다시 수정하는 일도 있었다. 시사만화는 그림 실력만으로 완성되지 않았다. 빠른 판단력과 시대를 읽는 감각, 그리고 마감 시간을 이겨내는 집중력이 함께 요구되는 작업이었다.

신문 제작 시간과 맞물려 늘 마감과의 싸움

그렇게 하루 한 컷이 완성되면 다음 날 아침 수십만 독자의 손에 전달됐다. 독자들은 잠시 웃고, 고개를 끄덕이고, 때로는 생각에 잠겼다. 하루가 지나면 신문은 새것으로 바뀌었지만, 만평은 독자들의 기억 속에 오래 남았다.

17년 동안 이어진 《헹가래》 약 5,000회, 그리고 50년의 작품 세계는 모두 같은 방식으로 시작됐다. 세상을 읽고, 사람을 생각하고, 한 컷으로 압축하는 일. 유환석 화백이 평생 반복해 온 '하루 한 컷'의 과정은 단순한 그림 작업이 아니라 시대를 기록하는 치열한 사유의 시간이었으며, 그것이 그의 만평이 오랫동안 사랑받은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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