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수 생애기록] 내려놓았을 때, 그의 인생은 더 완전해졌다

(전)조선미디어그룹 스포츠조선 김민수 기자신문 편집기자에서 마을버스 기사로직함을 벗고 자기 자신으로 돌아온 기록성취 이후에야 시작되는 진짜 삶일하면서 마음을 회복해 가는 여정

[글쓴이 주] 사람은 직업을 내려놓을 때 비로소 자신의 진짜 이름을 만난다. 평생 신문 지면 위에서 세상을 배열하던 한 편집기자가 있었다. 어느 날, 그는 신문사 편집국을 떠나 도로 위로 내려왔다. 사람들은 은퇴라고 불렀지만, 그의 삶에서는 오히려 그때부터 다시 무언가가 살아나기 시작했다.

그는 버스 운전대를 잡으며 깨달았다. 자신이 떠난 것은 일이 아니라 자리였고, 잃은 것은 직함이 아니라 껍질이었다는 사실을. 그 껍질을 벗은 자리에서, 그는 비로소 자기 자신과 다시 만나기 시작했다. 이 기록은 기자에서 마을버스 기사로 살아가는 한 60대 남성이 직업 변화를 넘어, 한 영혼이 다시 따뜻해지는 과정을 담은 마음치유의 이야기다.

버스를 운전 중인 김민수 씨.
버스를 운전 중인 김민수 씨.
10월의 편집상 상패.
10월의 편집상 상패.

성당 친구 추천 받고 마을버스 운전 시작

김민수 씨의 인생은 한 줄의 문장처럼 정교하게 배열된 삶이었다. 조선미디어그룹 스포츠조선과 국민일보사 스포츠투데이에서 편집전문기자로 일하던 시절, 그는 하루의 마지막 지면을 책임지는 중간간부였다.

기자들이 써 내려간 기사들은 그의 손끝을 거쳐 세상으로 나갔다. 그는 제목의 호흡을 조절했고, 문장의 균형을 맞췄고, 독자가 어디에서 멈추고 어디에서 숨을 고를지까지 생각했다. 보이지 않는 자리였지만, 그 자리는 무거웠다. 그 무게는 책임의 무게였고, 신뢰의 무게였다. 그리고 그는 그 무게를 사랑했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은퇴라는 문장이 그의 삶에 찍혔다. 그 문장은 조용했지만 깊었다. 출근하지 않는 아침은 생각보다 길었고, 전화가 울리지 않는 하루는 생각보다 고요했다. 세상은 여전히 돌아가고 있었지만, 그는 그 회전의 바깥에 서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때 그는 처음으로 질문을 받았다. 직함이 없는 나는 누구인가.

그 질문은 그를 도로 위로 이끌었다. 천주교 성당 친구의 권유로 시작한 마을버스 운전은 처음에는 단순한 일이었다. 그러나 운전대를 잡은 첫날, 그는 묘한 감정을 느꼈다. 그것은 낯섦이 아니라 익숙함에 가까웠다.

신문 편집 마감에서 배차 간격 마감으로

조선미디어그룹 스포츠조선 편집부에서 편집에 열중하던 김민수 씨.
조선미디어그룹 스포츠조선 편집부에서 편집에 열중하던 김민수 씨.

"깨끗한 지면처럼, 버스도 매일 닦아야죠"

새벽 공기를 가르며 차고지에 들어섰을 때, 그는 오래전 신문사 편집국으로 향하던 자신의 발걸음을 떠올렸다. 아무도 없는 공간, 아직 시작되지 않은 하루, 그리고 그 하루를 준비하는 한 사람의 마음. 그는 버스 문을 열고 운전석에 앉기 전, 조용히 유리창을 닦았다. 그 순간, 그는 깨달았다. 자신은 여전히 하루를 준비하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종이가 버스로 바뀌었을 뿐, 그의 태도는 변하지 않았다. 그는 여전히 하루의 첫 문장을 쓰고 있었다.

그의 하루는 새벽 3시 반에 시작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직 꿈속에 있을 시간, 그는 조용히 집을 나선다. 차고지에는 아직 어둠이 남아 있다. 그는 버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간다.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청소다. 손잡이를 닦고, 좌석을 정리하고, 바닥을 쓸어낸다. 누군가에게는 단순한 청소일지 모르지만, 그에게는 의식과도 같은 시간이다.

"신문 편집하듯 운전도 섬세함, 집중력 필요"

스포츠조선 편집부 기자 시절 임진강 고석정 야유회.
스포츠조선 편집부 기자 시절 임진강 고석정 야유회.

"단골 어르신 승객 안 보이면 마음 무거워져"

그는 버스를 닦으며 마음을 닦는다. 깨끗한 지면이 독자의 신뢰를 열듯, 깨끗한 버스가 승객의 마음을 연다는 것을 그는 알고 있다. 그는 한 번도 그 시간을 소홀히 하지 않는다. 그것은 승객을 위한 준비이면서, 동시에 자기 자신을 위한 준비이기 때문이다. 그는 그 시간을 통해 다시 삶 속으로 들어간다.

버스가 출발하면, 그의 하루는 사람들로 채워진다. 출근하는 직장인, 졸린 눈으로 버스에 오르는 학생, 천천히 손잡이를 붙잡는 어르신. 그들은 모두 다른 삶을 살고 있지만, 잠시 그의 버스 안에서 하나의 공동체가 된다.

그는 그들의 얼굴을 기억한다. 늘 같은 시간에 타는 학생의 성장, 늘 같은 자리에서 창밖을 바라보는 어르신의 고요함, 피곤한 얼굴로 버스에 오르지만 내릴 때는 조금 편안해진 표정들. 그는 그 표정들을 보며 자신이 누군가의 하루 속에 있다는 사실을 느낀다. 그것은 기자 시절에는 느끼지 못했던 감정이었다. 그때 그는 독자를 상상했지만, 지금은 그들을 직접 만난다. 그들은 활자 속의 존재가 아니라, 숨 쉬는 존재였다.

"승객은 지면을 함께 완성하는 공동저자"

성당 성가대에서 기타를 연주하는 김민수 씨.
성당 성가대에서 기타를 연주하는 김민수 씨.

요양보호사 경험, 승객 배려로 이어져

어느 날, 늘 타던 어르신이 보이지 않았다. 그는 무심코 그 자리를 바라보다가 하루 종일 마음이 무거웠다. 그는 그날 깨달았다. 자신이 단순히 버스를 운전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과 함께 시간을 나누고 있다는 사실을. 그는 누군가의 출근을 돕고, 누군가의 귀가를 지키고, 누군가의 하루를 연결하고 있었다. 그것은 단순한 운전이 아니라 동행이었다. 그는 더 이상 직함으로 존재하지 않았다. 그는 관계로 존재하고 있었다. 그 관계 속에서, 그의 마음은 조금씩 따뜻해졌다.

그는 요양보호사로 일했던 경험 덕분에 거동이 불편한 승객을 돕는 일에도 익숙했다. 그는 손을 내밀 때마다 이상하게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을 느꼈다. 누군가를 돕는 일은 그를 작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단단하게 만들었다. 그는 언젠가 자신도 누군가의 도움을 받게 될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지금 누군가를 돕는 자신의 모습을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그것은 연약함이 아니라 인간다움이었다. 그는 그 사실을 받아들이면서, 나이 들어간다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다. 오히려 그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처럼 느껴졌다.

하루를 마치고 버스를 차고지에 세우는 순간, 그는 조용히 숨을 내쉰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말한다. 오늘도 잘했다. 그 말은 누군가에게 인정받기 위한 말이 아니라, 스스로에게 건네는 위로였다. 그는 이제 안다. 삶은 거창한 성공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성실한 하루로 완성된다는 것을. 그는 더 이상 과거의 직함을 그리워하지 않는다. 그는 지금의 자신을 충분히 사랑하고 있다. 그리고 그 사랑은 그를 평온하게 만든다.

"과거의 직함 그리워하지 않아"

버스를 배경으로 외손주를 안고 있는 김민수 씨.
버스를 배경으로 외손주를 안고 있는 김민수 씨.

"손주들이 언젠가 이 이야기를 읽겠지"

그의 손주들이 언젠가 이 이야기를 읽게 될 것이다. 그들은 알게 될 것이다. 그들의 할아버지가 세상의 중심에서 내려와, 사람들의 곁으로 돌아왔다는 사실을. 그리고 그 선택이 패배가 아니라 용기였다는 사실을. 그는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는 대신, 더 깊은 곳으로 내려갔다.

그곳에서, 그는 비로소 자기 자신을 만났다. 이것이 그의 진짜 성공이었다. 그는 신문을 편집하던 사람이었고, 지금은 버스를 운전하는 사람이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는 끝까지 삶을 사랑하는 사람이었다는 사실이다.

그의 버스는 오늘도 도로 위를 달린다. 그 버스 안에서, 한 김민수 씨의 마음은 여전히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치유되고 있다.

스포츠조선 편집부 기자 체육대회 겸 가족 나들이.
스포츠조선 편집부 기자 체육대회 겸 가족 나들이.
김민수 씨는 "신문 편집과 버스 운전은 공통점이 있다"면서 "일찍 출근해 편집 준비를 했듯이, 지금도 일찍 출근해 버스를 청소한다"고 밝혔다.
김민수 씨는 ”신문 편집과 버스 운전은 공통점이 있다”면서 ”일찍 출근해 편집 준비를 했듯이, 지금도 일찍 출근해 버스를 청소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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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1월 조선미디어그룹 스포츠조선 창간 기념 연수회 단체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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