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이천 '푸주옥' 김동욱 대표 성공담]“처음엔 사장은 전화만 받는 줄" 착각설렁탕과 도가니탕 식당의 심장은 국물실주방의 노하우 쥔 사람이 '진짜 사장' 깨달아“내가 직접 배운다” 결심...다른 식당서 수 개월 견습고기 덩어리 부위별 절단법부터칼을 갈고 파 써는 법까지 배워힘들고 험한 일부터 익히자 장사 순풍

[편집자 주] 신문사 편집부에서 지면을 구성하던 기자가 어느 날 뜨거운 솥가로 내려왔다. 마감 대신 사골 박스를 나르고, 대형 가마솥에서 국물을 끓이며 기름때를 닦아낸다. 국물의 색과 미세한 냄새를 읽어가면서 깊은 도가니, 사골의 맛을 우려낸다. 이 연재는 “사장은 전화만 받는 줄 알았다”던 전직 기자가 도가니탕 한 그릇으로 사람과 시간을 품는 장인이 되기까지의 기록이다. 점심 때 손님들이 대기표 들고 기다리는 맛집이 된 비결을 들어본다.
처음엔 카운터에도 앉아 있기도 불편
신문기자로 20년을 살았다. 원고 마감의 압박 속에서 하루를 보내던 김동욱 씨(67)는 15년 전, 퇴직과 함께 경기도 이천에 있는 도가니탕 전문식당을 맡았다. 150평 규모에 직원만 17~18명. 전혀 다른 세계였다.
처음엔 “사장은 관리만 하면 되겠지. 전화나 받고, 사람만 쓰면 될 거야” 하면서 단순하게 생각했다. 주방에는 주방장이 있고, 홀에는 지배인이 있으니 사장은 식재료만 대고 중심만 잡으면 된다고 믿었다.
현실은 달랐다. 가게에 가면 카운터에도 마음대로 앉아 있기가 불편했다. 무엇을 하나 하려 해도 눈치를 봐야 했다. 주방은 이미 권력이 형성된 공간이었다. 국물을 쥔 사람이 가게를 쥐고 흔들었다. “내가 없으면 가게 망한다”는 말이 공기처럼 깔려 있었다.
갑자기 “그만두겠다” 나가버린 주방장
결정적인 사건이 있었다. 바쁜 날, 직원 한 명이 아프다며 빠졌다. 김 씨는 주방에 들어가 설거지를 하고 심부름을 하며 한 사람 몫을 메웠다. 그런데도 “사람이 부족하다”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참다 못해 한마디 했더니, 주방장은 “그만두겠다”며 가게를 나가버렸다. 아내가 겨우 붙잡았지만, 그날 이후 이상한 일이 반복됐다. 사장이 없는 밤에만 나타나 국물을 끓이고, 사장이 없는 시간에만 일했다.
그러다 어느 날, 새벽에 뽑은 국물 4~5백명 분이 통째로 버려진 것을 발견했다. 이유는 “탔다”였다. 사장에게 보여주지도 않았다. 몰래 와서, 남이 끓인 국물을 그냥 버린 것이다. 그 순간 그는 깨달았다. 설렁탕과 도가니탕 전문식당의 심장은 국물이고, 주방의 모든 노하우를 쥔 사람이 '진짜 사장'이라는 사실을.
그는 “내가 직접 배워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다른 지점 식당에 들어가 수 개월간 처음부터 실습을 했다. 국물 끓이는 법, 고기 덩어리를 부위별로 나누는 법, 칼을 갈고 파를 써는 법까지. 수없이 국물에 화상을 입어가며 몸으로 익혔다.
“힘들고 험한 일부터 배웠습니다. 사장은 모든 과정을 체크하고 지시할 수 있어야 하고 직원이 수긍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국물에 수없이 화상 입어가며 실무 배워

사골 3톤이 들어오는 날, 국물실은 전쟁 시작
국물실에는 매주 한 번, 고기와 뼈 3톤이 트럭에 실려 들어온다. 사골, 우족, 도가니가 얼음처럼 굳은 채 쏟아진다. 냉동고는 점점 하얀 성처럼 쌓인다. 숫자로는 ‘3톤’이지만, 손으로 들면 그건 허리를 꺾는 무게다.
매일 80~100kg의 고기를 삶고, 매주 냉동된 뼈 1.5톤을 데쳐 다시 냉동고에 쌓는다. 뜨거운 김 속에서 일하다가 곧장 냉동고로 들어간다.
국물은 솥에서 태어난다. 300인분 솥 두 개, 500인분 솥 두 개. 직경 158cm, 깊이 70cm. 사람 키보다 큰 쇳덩이 네 개가 하루 종일 돌아간다. 솥 하나에 최고급 사골 뼈와 우족, 도가니를 40~50kg씩 넣고 불을 올린다. 그리고 12시간. 하루에 여섯 번, 솥이 돌아가며 국물을 만든다. 이 불은 하루 종일 꺼지지 않는다.
국물실의 또 다른 전쟁은 ‘청소’다. 불 위에서 하루를 버틴 솥을 반짝이게 닦는 일. 수세미를 쥔 손이 떨릴 때까지 문지른다. 이 솥이 깨끗하지 않으면, 내일의 국물도 없다.
“솥을 닦는 일은 청소가 아니라 다음 국물을 준비하는 과정입니다. 어제의 기름때를 남겨두고 오늘의 국물을 끓이면, 그게 그대로 맛에 남아 버립니다.”
수세미로 300인분 솥 닦기 ‘땀이 비오듯’
이 일은 여름과 겨울을 하루에 오가는 노동이다. 그래서 국물실은 ‘직원들이 가장 오래 못 버티는 자리’다. 이틀, 사흘 만에 그만두는 사례도 적지 않다. 결국 힘 좋은 조선족 중국동포들이 주력이 된다. 그만큼 이 자리는 사람의 체력을 시험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가면서 다른 지점 식당에서 김동욱 씨는 이 일을 익혔다. 그 사실을 주방장은 몰랐다. 사장이 보이지 않자, 가게가 점점 자기 뜻대로 돌아간다고 믿고 안하무인으로 굴고 있었다.
실습을 마치고 돌아온 날, 그는 조용히 주방을 지켜봤다. 배운 것과 다른 장면들이 하나둘 눈에 들어왔다. 우선, 고기 손질부터 달랐다. 고기 덩어리는 양지와 차돌로 분리해야 했고, 기름도 적당량만 남기고 정리해야 했다. 그러나 고기 발리기는 성의 없이 대충 되어 있었고, 부위별 구분은 흐릿했으며, 기름은 지나치게 붙어 있었다.
“이렇게 하는 게 맞지 않아요?”
그 말이 끝이었다. 주방장은 “사장, 지가 하라고 해!”라고 말하더니 가게를 나갔다. 심지어 자신과 가까웠던 직원까지 데리고 떠났다.

국물 끓이는 데 58.5도까지 치솟아
그때부터 그는 혼자 국물을 끓였다. 시기는 한여름이었다. 국물실은 햇빛이 직격으로 들어오는 구조였다. 온도계는 50도, 55도, 때로는 58도를 찍었다. 7월 말부터 두 달 반. 신문사 시절 76킬로그램이던 몸무게는 62.5킬로그램까지 떨어졌다. 하루 종일 땀에 젖어 팬티를 세 번 갈아입었다. 땀을 너무 흘려 식욕이 사라졌고, 물밖에 넘기지 못했다. 고역이었지만, 동시에 통과의례였다.
“그때 알았습니다. 사장은 전화만 받는 사람이 아니라, 제일 먼저 들어가 제일 마지막에 나오는 사람이라는 걸요.”
이후 그는 모든 것을 직접 본다. 국물을 맛보고 말한다.
“국물을 더 진하게 우려야 해요. 30분 더 끓이셔요. 물을 너무 많이 주면 국물이 약해져요. 화력이 약한 건 버너가 막혀서 그런 것 같으니 뚫어야겠네요.”
“고기가 부드럽지 않아요. 뜸을 40분만 더 들이셔요. 지금은 시간이 덜 됐습니다. 데친 뒤 물통에 담가 완전히 식히고, 물기 빼서 냉동실로 옮겨야 상하지 않아요.”
직원들은 더 이상 “모르면서 말만 많다”고 하지 못했다. 사장이 국물의 언어를 알기 때문이다.
땀이 비오듯...체중 13킬로그램 이상 빠지기도

가스비 월 1천만원대...국물은 최고의 앞사골로만
김동욱 씨는 원칙을 세웠다. 국물은 최고의 앞사골로만 내게 했다. 비싸다. 그러나 국물은 다르다. 장사가 되기 시작하면 유혹이 온다. 머리뼈나 소 반골을 섞어도 “비슷하다”며 자신을 속이게 된다. 하지만 손님들은 안다. 맛의 변화는 사장보다 손님이 먼저 느낀다. 그때부터 손님은 줄어든다. 손님 의견을 하나하나 좇다 보면 맛은 흔들린다. 그래서 원칙을 지켜야 한다.
“'깍두기가 달다, 맵다' 등 고객 의견을 신경써 따라가면 맛이 변합니다. 늘 같은 맛을 유지해야 해요. 장사는 늘 같은 맛을 지키는 데서 신뢰가 생기거든요.”
김 씨는 12시간 끓이는 시간을 줄이지 않는다. 가장 센 화력을 가하다보니 가스비가 한 달에 1천만 원이 넘어도 국물 끓이는 시간을 줄이지 않는다. 부드러운 맛을 내게 하기 위해 담당 직원을 따로 두고 계속 지켜보며 기름을 걷어내게 한다. 국물은 타협의 결과가 아니라, 정성의 결과라는 믿음 때문이다. 김 씨의 식당에서 국물만 따로 사면 1만 3천 원이다. 설렁탕은 1만5천 원, 고기는 2천 원이다. 국물이 중심이라는 선언이다.
담당 직원 따로 두고 계속 기름 걷어내
이런 일도 있었다. 연중 가장 손님이 많은 날 아침, 한 직원이 “월급을 안 올려주면 그만두겠다”고 했다. 김동욱 씨는 속으로 바들바들 떨면서도 그를 내보냈다.
“백척간두 진일보였습니다. 내려놓지 않으면 못 합니다. 기자의 자존심을 내려놓고, 설거지와 국물부터 시작했더니 그제야 장사가 되더군요.”
김 씨는 "손님들이 계산하면서 '도대체 어떻게 끓였길래 이런 맛이 나요?' 묻기도 한다"면서 맛집이 된 비결을 덧붙였다.
“고기 덩어리는 지방의 결을 읽고 칼로 부위별 나누는 게 중요합니다. 지방의 방향을 모르면, 같은 고기라도 전혀 다른 맛이 됩니다. 이것도 비결입니다.”
김동욱 씨는 “설렁탕이 뽀얗고 고소해야 한다는 고정관념 때문에 많은 집들이 편법을 택한다”며 “커피 프림이나 사골가루, 땅콩가루를 섞으면 색과 맛은 금방 나오지만, 그건 국물이 아니라 ‘연출’에 가깝다”고 말했다.

"사골과 고기 외에 어떤 것도 넣지 않는다"
그는 “우리는 사골과 고기 외에는 어떤 것도 넣지 않는다”며 “시간이 오래 걸리고 손은 더 가지만, 그 과정을 건너뛰면 설렁탕을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카운터에 ‘사골과 고기 외 다른 재료를 넣은 것이 발견되면 10억 원을 배상하겠다’는 문구를 걸어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손님에게 보여주기 위한 문구가 아니라, 우리 스스로를 묶어두는 약속입니다. 저 문장이 걸린 순간부터는 타협이 불가능해집니다.”
김 씨는 “프랜차이즈처럼 점포가 많아지면 맛을 균일하게 유지하기 위해 가루에 의존하는 유혹이 생긴다”면서도 “편해지는 대신, 국물에 담긴 시간과 진심은 사라진다”고 말했다.
"다른 재료 발견되면 10억 배상" 문구 걸어
이어 “설렁탕은 결국 기다림의 음식”이라며 “불 앞에서 버티고, 국물의 색과 냄새를 보며 시간을 쌓아야 나온다. 그걸 안 하겠다면, 차라리 설렁탕집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고소함은 가루로 만들 수 있지만, 신뢰는 그렇게 만들 수 없어요. 우리는 국물로 장사하지만, 사실은 신뢰로 장사하고 있다고 믿습니다.”
전화만 받는 사장이 아니라, 솥 앞에 서는 사장이 된 날. 58도의 국물실에서, 김동욱 씨의 두 번째 인생이 다시 끓기 시작했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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