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에서 도가니탕까지(3] 손님·직원·동네에 한 발 앞서 내미는 '먼저'가 성공비결

[경기도 이천 '푸주옥' 김동욱 대표 성공담]“손님이 요구하기 전에 해드리기” 직원교육식사에 집중하게 하기 위해 TV도 켜지 않아장애인 식사 대접에서 시청 기부 등 사회봉사도직원들 환갑에 금 세 돈…'사람 남기는 사업' 실천

[편집자 주] 종이신문 지면을 누비던 한 기자가 어느 날 뜨거운 솥가로 내려왔다. 마감 대신 20킬로그램짜리 사골 박스 수십 개를 나르고, 사람이 들어갈 만큼 큰 솥에서 끓어오른 국물의 기름때를 닦는다. 활자를 읽던 눈은 이제 국물의 색과 거품을 읽고, 기사의 온도를 재던 손은 58도의 국물실에서 시간을 잰다. 그의 인생은 그렇게 도가니 앞에서 다시 끓기 시작했다. 이 연재는 “사장은 전화만 받는 줄 알았다”던 그가, 도가니탕 한 그릇으로 사람과 시간을 품는 장인이 되기까지의 여정을 기록한다. 점심 때 손님들이 대기표 들고 기다리는 맛집이 된 비결을 들어본다.

고객들 숨소리와 대화도 식사의 일부

도가니탕 전문식당 '푸주옥'을 운영하는 김동욱 씨의 식당에는 직원 교육 매뉴얼보다 먼저 외워야 할 문장이 있다.

“손님이 필요한 것을 요구하기 전에, 먼저 서비스해 드리는 겁니다.”

그는 이 말을 ‘슬로건’으로 붙여두지 않는다. 대신 일상 속에서 실천으로 보여준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장면이 있다. 이 집에서는 특별한 요청이 없으면 TV를 켜지 않는다. 요즘 식당에서 TV는 기본 옵션처럼 여겨진다. 그러나 김 씨는 일부러 기본값을 ‘꺼짐’으로 둔다.

“식사는, 고객들이 음식에 집중하는 시간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이유는 단순하다. 국물이 끓는 소리, 숟가락이 그릇에 닿는 소리, 사람의 숨과 대화가 식사의 일부라고 믿는다. 손님이 TV를 원하면 언제든 켠다. 하지만 먼저 켜지는 않는다. 이것이 이 집이 정의한 ‘서비스’다. 무언가를 더 얹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을 먼저 덜어주는 선택. 말이 아니라, 먼저 움직이는 태도다.

이 ‘먼저’는 직원에게도 향한다. 이 가게에는 오래 근무한 직원이 환갑을 맞으면 ‘금 한 돈’을 선물하는 전통이 있다. 처음 시작할 때는 70~80만 원이던 금값이, 이제는 300만 원을 훌쩍 넘는다. 인건비와 물가가 치솟는 시대에 결코 가벼운 약속이 아니다. 그럼에도 그는 이 전통을 멈추지 않을 예정이다.

“기다리는 직원이 현재 두 명 있습니다. 그래도 사람을 쓰는 장사라면, 사람을 남겨야 하겠지요.”

"사람 쓰는 장사니 사람을 남겨야죠"

월 1회 장애인들 식사 초대

신문기자 시절 김동욱 씨는 숫자와 구조로 세상을 읽던 사람이었다. 그러나 ‘설렁탕 도가니탕 전문식당’ 사장이 된 이후, 그는 관계와 온도로 세상을 읽는다. 장사는 매출표가 아니라, 사람의 얼굴로 이어진다는 것을 몸으로 배웠기 때문이다.

이 ‘먼저’는 가게를 넘어 동네로 이어진다. 처음은 장애인 몇 분을 초대해 한 달에 한 번 식사를 대접하는 일이었다. 다음은 지역 장애인협회에 요청해 모든 장애인에게 한 달에 한번씩 식사 초대를 했다. 거창한 계획이 아니라, ‘우리가 먹고사는 건 결국 이 동네 덕분’이라는 마음으로 시작했다. 그 작은 약속은 노인들로, 그리고 지금은 시청을 통한 공식 기부로 확장됐다. 이번 달에도 이천시에 기부를 했다. 김 씨는 이를 “감사 표시”라면서 ‘선행’이라 부르지 않는다.

"식당 운영되는 건 결국 지역사회 덕분"

“손님이 한 그릇씩 드셔주니까 월세를 내고, 직원들 월급을 주고, 하루를 이어갑니다. 그러면 고맙다고 말만 할 게 아니라, 뭔가로 보여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 집이 ‘잘 되는 이유’는 비법에 있지 않다. 손님에게 ‘먼저’ 조용한 시간을 내어주고, 직원에게 ‘먼저’ 존중을 건네고, 지역사회에 ‘먼저’ 감사를 돌려주는 방식에 있다.

여기서 서비스는 기술이 아니다. 태도다. 말이 아니라, 먼저 움직이는 선택이다. 그리고 그 선택들이 오늘도, 이 집의 국물을 더 따뜻하게 만든다.

인공지능 생성 이미지.
인공지능 생성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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