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에서 도가니탕까지(2] ‘까다로운 손님’ 백태…진상 손님이 가르쳐준 것

[경기도 이천 '푸주옥' 김동욱 대표 성공담]휴지 넣고 음식값 안 내고 모기 올려놓고 난리치과비 반복 요구 뒤 3년 지나 또연락해 오기도“불편하셨겠습니다” 사과부터 건네문제를 키우지 않게 기준과 매뉴얼 만들어

[편집자 주] 신문사 편집부에서 지면을 구성하던 기자가 어느 날 뜨거운 솥가로 내려왔다. 마감 대신 사골 박스를 나르고, 대형 가마솥에서 국물을 끓이며 기름때를 닦아낸다. 국물의 색과 미세한 냄새를 읽어가면서 깊은 도가니, 사골의 맛을 우려낸다. 이 연재는 “사장은 전화만 받는 줄 알았다”던 전직 기자가 도가니탕 한 그릇으로 사람과 시간을 품는 장인이 되기까지의 기록이다. 점심 때 손님들이 대기표 들고 기다리는 맛집이 된 비결을 들어본다.

사진은 기사내용과 관련 없음.
사진은 기사내용과 관련 없음.

"여기 휴지가 나왔잖아요" 항의

장사를 해보면, 메뉴판보다 먼저 배우게 되는 것이 있다. 사람이다. 신문기자 시절 김동욱 씨는 사회의 온갖 얼굴을 기사로 만났다. 그런데 '푸주옥'이란 도가니탕집 사장이 되고 보니, 그 얼굴들이 이제 식탁 위로 올라왔다. 국물은 뜨겁고, 사람은 더 뜨거웠다. 어느 날, 한 손님이 음식을 반쯤 비운 뒤 난리를 쳤다.

“여기 휴지가 나왔잖아요!”

종업원들이 당황하는 사이, 김 씨는 조용히 CCTV를 확인했다. 화면에는 손님이 주머니에서 휴지를 꺼내 그릇에 넣는 장면이 고스란히 찍혀 있었다. 그 손님은 결국 음식값을 내지 않고 나갔다. 그는 그날, 국물보다 사람을 상대하는 일이 더 어렵다는 걸 다시 배웠다.

또 다른 날, 한 손님이 갑자기 “벌레가 나왔어요!” 하면서 소리를 질렀다. 국물은 이미 깨끗하게 비워져 있었다. 그릇 위에 모기 한 마리가 얌전히 놓여 있었다. 국물까지 다 마신 뒤, 어디선가 잡아온 모기였다.

국물 비운 그릇에 모기 한 마리 '얌전히'

김동욱 씨는 순간 화가 치밀어 “사진 찍어서 내가 신고하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그 손님은 황급히 그릇을 가리며 사진을 못 찍게 막았다. 그날도 그는 ‘그래도 손님이다’라는 문장을 마음속에서 다시 꺼내 들었다.

가장 오래 기억에 남는 일은 ‘치과비 사건’이다. 꼬리곰탕을 먹다 뼈를 씹었다며 “이가 상했다”고 주장한 손님이 있었다. 김 씨는 그 말을 믿고 치과 치료비를 대신 내줬다. 그다음에도, 또 그다음에도 요구는 이어졌다.

“이번엔 이를 갈아야 합니다.”

김동욱 씨는 그 후속 일을 계속 감당했다. 그러다 그 뒤엔 보험으로 처리하고 있는데, 놀랍게도 3년이 지난 뒤, 그 손님이 다시 연락을 해왔다.

“그때 그 이, 아직도 문제입니다.”

"꼬리곰탕 먹다 이가 상했다" 3년 뒤 변상 요구도

"손님 덜 불편하는 게 장사의 본질"

이쯤 되면, 누구라도 문을 닫고 싶어질 법하다. 그러나 그는 늘 같은 자리로 돌아온다.

“혹시 정말 불편하셨던 건 아닐까.”

“내가 먼저 더 살피지 못했나.”

그래서 김 씨의 가게에는 CCTV가 있어도, 이제 곧바로 꺼내 들지 않는다. 먼저 고개를 숙이고, 사과한다. 손님이 틀렸다는 걸 증명하기보다, 손님이 덜 불편하게 나가게 하는 것이 장사의 본질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장사는 음식이 아니라 사람을 상대하는 일입니다. 국물은 제가 책임질 수 있지만, 사람은 늘 예측을 벗어나죠. 그래도 손님이 먼저입니다.”

사람을, 손님을 믿는 법 연습 중

직업적으로 세상을 의심하는 사람들이 있다. 도가니탕 전문식당 사장이 된 지금, 김동욱 씨는 사람을 믿는 법을 연습하고 있다. 진상 손님이 남긴 것은 상처가 아니라, ‘그래도 사람을 먼저 보자’는 그의 원칙이었다.

김 씨는, 이런 경험이 쌓일수록 한 가지를 더 분명히 알게 됐다고 말한다. 진상 손님은 ‘나쁜 사람’이라기보다, 대개는 순간의 감정에 휘둘린 사람이라는 점이다. 배가 고프고, 몸이 불편하고, 하루가 잘 풀리지 않았을 때, 그 분노가 가장 안전한 대상, 즉 식당과 직원에게 향하는 사례가 많다는 것이다.

“사실 대부분의 손님은 착합니다. 문제는, 아주 소수의 사람 때문에 식당 분위기 전체가 흔들린다는 겁니다.”

그는 그래서 “억울해도 먼저 따지지 마라. 먼저 ‘불편하셨겠습니다’라고 말하라고 교육한다”면서 “그 다음에 사실을 확인해도 늦지 않다”고 밝혔다.

인공지능 생성 이미지.
인공지능 생성 이미지.

억울해도 먼저 "불편하셨겠습니다"

실제로 휴지 사건이나 모기 사건처럼, 명백히 의도가 보이는 경우에도 김동욱 씨는 처음부터 CCTV를 들이밀지 않았다. 우선은 조용히 상황을 듣고, “혹시 식사 중에 불편하신 점이 있었나요?”라고 묻는다. 그 질문 하나로, 감정이 가라앉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치과비 사건 이후에도 그는 이렇게 정리했다.

“손님이 틀렸다는 걸 증명하는 데 에너지를 쓰지 말자. 대신, 우리가 지킬 수 있는 선을 만들자.”

그래서 지금은 모든 보상과 처리를 직원 개인 판단이 아니라 매뉴얼과 보험, 그리고 기록에 따라 차분하게 진행한다. 손님에게는 최대한 정중하게 설명하고, 직원에게는 “네 잘못이 아니다”라고 먼저 말해준다. 감정의 화살이 직원에게 꽂히지 않도록, 사장이 한 발 앞에 서는 구조를 만든 것이다.

모든 보상과 처리를 매뉴얼대로

“장사는 사람을 상대하는 일입니다. 사람은 늘 이성적이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장사하는 쪽이 조금 더 이성적이어야 합니다.”

진상 손님을 미워하기보다, 그 상황이 커지지 않게 막는 구조를 만드는 것. 한 사람의 분노가, 한 가게의 하루를 망치지 않게 하는 것. 그것이 그가 배운 ‘현장의 지혜’이자‘ 사장이 감당해야 할 몫’이었다.

국물은 끓이면 되지만, 사람의 마음은 끓이면 넘친다. 그래서 그는 오늘도 불보다 사람을 먼저 살핀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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