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펜션②] 손님과 고양이가 만나는 산중다연의 저녁 풍경

바비큐 불판에 불 오르면 고양이들도 하나둘 ‘출근’얌전히 자리 잡고 기다리다 먹을 것 주면 살며시 다가와사람과 고양이가 자연스럽게 어울리는월악산 ‘산중다연’의 특별한 저녁

[편집자 주] 충북 제천 월악산 용하구곡 최상류에 자리한 펜션 ‘산중다연’에는 특별한 식구들이 산다. 어느 날 한두 마리씩 찾아온 고양이들이 새끼를 낳으며 식구를 늘려 이제는 펜션의 또 다른 주인처럼 손님들을 맞는다. 자연과 사람, 고양이가 함께 살아가는 월악산 산골 펜션 산중다연의 따뜻하고 유쾌한 이야기를 연재한다.

인공지능 챗지피티 생성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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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선가 하나둘 고양이들 나타나

해가 월악산 능선 너머로 기어디선가 하나둘 고양이들이 나타울고 산중다연 펜션의 바비큐장에 불이 들어오면 어디선가 하나둘 고양이들이 나타난다. 낮에는 어디에 숨어 있었는지 몇 마리는 잘 보이지 않기도 하던 녀석들이다. 숯불이 달아오르고 고기가 불판에 올라가면서 냄새가 퍼지기 시작하면 신기하게도 때를 맞춰 모여든다. 펜션 주인의 표현을 빌리자면 고양이들의 저녁 ‘출근’이다.

“손님들이 바비큐를 하잖아요. 그러면 그 주위에 와서 앉아 있어요.”

처음에는 한두 마리가 슬그머니 나타난다. 잠시 후 또 한 마리가 합류한다. 그렇게 대여섯 마리, 때로는 열 마리가 넘는 고양이가 바비큐장 주변에 자리를 잡는다. 산중다연에 머무는 고양이 식구가 많다 보니 어느새 손님보다 고양이가 더 많아 보이는 순간도 생긴다.

열 마리 넘게 바비큐장 몰려 들기도

그렇다고 녀석들이 고기를 향해 달려드는 것은 아니다. 식탁 위로 뛰어올라 고기를 낚아채지도 않는다. 일정한 거리를 두고 앉아 불판과 사람을 번갈아 바라본다. 코를 킁킁거리며 냄새를 맡으면서도 기다린다. 사장님은 그 모습을 두고 고양이들이 바비큐장 주변에 아예 “진을 친다”고 표현한다.

고양이들의 눈빛은 한곳을 향한다. ‘혹시 하나 안 떨어지나.’ 사람이 먹을 것을 건네면 그제야 다가와 받아먹는다. 떨어진 음식이 있으면 주워 먹기도 한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사람이 있을 때와 없을 때의 행동이 다르다는 점이다. 사람이 지켜보고 있으면 함부로 테이블이나 시설물 위로 올라가지 않는다. 사람이 없을 때야 비로소 냄새를 따라 가까이 접근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일정 거리 두고 불판과 사람을 번갈아 바라봐

나름대로 산중다연의 ‘식사 예절’을 익힌 셈이다. 더 신기한 것은 사람의 말을 제법 알아듣는 것처럼 행동한다는 점이다. 고양이가 가까이 오는 것을 원하지 않아 쫓아내면 한두 번 뒤에는 거리를 둔다. 사장님은 “함부로 날뛰는 일이 거의 없고 쫓아내면 말을 잘 듣는다”고 말한다.

그래서 고양이를 좋아하는 손님들에게 산중다연의 바비큐 시간은 저녁식사 이상의 시간이 된다. “여기는 고양이가 정말 많네요.” 처음에는 숫자에 놀라지만 어느새 휴대전화를 꺼내 사진을 찍는다. 고양이에게 말을 걸기도 하고, 가까이 다가온 녀석을 쓰다듬기도 한다.

가까이 다가온 고양이 쓰다듬는 손님들도

그중 몇 마리는 유난히 사람을 좋아한다. 낯선 사람에게도 크게 경계하지 않고 관심을 보이면 가까이 다가온다. 발에 머리를 비비기도 하고 사람 뒤를 졸졸 따라다닌다. 장난감 낚싯대를 흔들어 주면 금세 사냥 본능을 드러내며 뛰어논다. 사람이 관심을 하나 주면 고양이는 그보다 더 큰 관심으로 돌려주는 셈이다.

물론 모든 손님이 고양이를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한번은 고양이를 몹시 무서워하는 손님이 찾아왔다. 고양이 공포증이 있을 정도였다. 사장님은 손님이 불편하지 않도록 주변의 고양이들을 두세 번 쫓아냈다. 그러자 녀석들은 그 손님 주변에 가까이 오지 않았다.

고양이 공포증 손님 땐 쫒아내기도

손님은 고양이가 많은 펜션이라는 사실 때문에 처음에는 걱정했지만, 사장님이 고양이들을 잘 관리해준 덕분에 편하게 쉬었다며 고마워했다고 한다. 산중다연의 고양이들이 처음부터 이 펜션을 삶의 터전으로 정했던 것은 아니다.

원래 뒷집 할머니가 돌보던 고양이들이 어느 순간부터 펜션으로 넘어오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북적이고, 특히 바비큐를 하는 날이면 맛있는 냄새가 풍겼다. 손님들은 찾아온 고양이에게 먹을 것을 나눠줬다.

고양이들 스스로 산중다연 선택

한 번 찾아오고, 두 번 찾아오고…. 먹을 것이 있고 자신들을 해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고양이들은 점점 산중다연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졌다. 그러다가 아예 이곳에 눌러앉은 녀석들도 생겼다. 펜션 주인이 고양이를 데려온 것이 아니라 고양이가 스스로 산중다연을 선택한 것이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면서 바비큐장에는 보이지 않는 약속 하나가 생겼다. 사람들이 불을 피우면 고양이가 나타난다. 고기가 익으면 녀석들은 조용히 기다린다. 사람들은 고기를 먹고, 고양이들은 사람 곁에 앉아 저녁 풍경의 일부가 된다.

고기 먹는 사람들 곁에 얌전히 앉아 있어

월악산 용하구곡 최상류의 밤은 일찍 찾아온다. 산이 어둠에 잠기고 바비큐 불빛이 환해질 무렵이면 오늘도 산중다연의 고양이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낸다.

예약한 적도 없고 출근부에 이름을 적지도 않는다. 그래도 바비큐 불판에 불이 오르면 어김없이 출근한다. 산중다연의 저녁 근무자, 고양이들이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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