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료 챙겨준 펜션 주인에게자신이 잡은 사냥감 물어와 ‘보답’“우리도 얻어먹었으니 같이 먹자”고양이식 엉뚱하고 특별한 선물한두 마리 찾아오더니 어느새 20여 마리‘산중다연’의 특별한 식구로
[편집자 주] 충북 제천 월악산 용하구곡 최상류에 자리한 펜션 ‘산중다연’에는 특별한 식구들이 산다. 어느 날 한두 마리씩 찾아온 고양이들이 새끼를 낳으며 식구를 늘려 이제는 펜션의 또 다른 주인처럼 손님들을 맞는다. 자연과 사람, 고양이가 함께 살아가는 월악산 산골 펜션의 따뜻하고 유쾌한 이야기를 연재한다.

월악산 용하구곡 최상류서 펼쳐지는펜션(사람)과 고양이의 따뜻한 동거
“아니, 이걸 왜 여기다 갖다 놨어?”
아침에 펜션 문을 열고 나왔다가 현관 앞을 보고 깜짝 놀랄 때가 있다. 누군가 놓고 간 택배도, 손님이 두고 간 물건도 아니다. 고양이가 잡아온 작은 두더지가 떡하니 놓여 있다. 처음에는 당황스럽고 치우기도 난감했다. 그런데 이런 일이 거듭되면서 산중다연 주인은 고양이의 행동을 조금 다르게 보기 시작했다.
‘혹시 녀석들이 밥값을 내는 건가?’
산중다연 고양이들은 이곳에서 꽤 많은 것을 얻어먹는다. 펜션 주인이 사료를 챙겨주고, 손님들이 바비큐를 하는 저녁이면 맛있는 냄새를 맡고 하나둘 모여든다. 불판 주위에 얌전히 앉아 기다리다가 먹을 것을 얻기도 한다. 그렇게 사람에게 신세를 지던 녀석들이 어느 날 자신들이 직접 잡은 사냥감을 물고 와 현관 앞에 내려놓은 것이다.
고양이가 잡아온 작은 두더지
“자기들이 우리한테 얻어먹잖아요. 그러니까 잡은 것도 ‘너도 같이 먹자. 우리 같이 먹자’ 하면서 갖다주는 것 같아요.”
펜션 주인은 웃으며 그렇게 해석했다. 사람에게 밥값은 돈이다. 식당에서 밥을 먹으면 카드나 현금으로 값을 치른다. 하지만 월악산 고양이들에게 지갑이 있을 리 없다. 신용카드도, 휴대전화 간편결제도 없다. 녀석들이 가진 재산이라면 네 발과 날카로운 발톱, 빠른 몸놀림과 타고난 사냥 본능 정도다. 그렇다면 자신이 직접 잡은 사냥감은 고양이가 내놓을 수 있는 꽤 값진 ‘현물’인 셈이다.

직접 잡은 사냥감을 펜션 주인에게 선물로?
물론 고양이가 실제로 어떤 의도로 두더지를 가져다 놓았는지는 알 수 없다. 사람처럼 “그동안 잘 먹었습니다”라고 말할 수도 없다. 다만 먹이를 주고 돌봐주는 사람의 생활공간 가까이에 자신이 잡은 사냥감을 가져다 놓는 행동을 보며 펜션 주인은 녀석들의 마음을 그렇게 상상한다.
‘맨날 얻어먹었으니 오늘은 내가 한턱낼게요.’
그렇게 생각하면 현관 앞 두더지도 조금 달리 보인다. 사람에게는 선뜻 받고 싶지 않은 선물이지만 고양이에게는 자기 힘으로 어렵게 구한 전리품이다. 백화점 포장지도, 리본도 없지만 녀석들에게는 그것이 가장 ‘고양이다운 선물’일지도 모른다.
어렵게 구한 전리품...‘고양이다운 선물’
산중다연 고양이들과 사람의 인연도 처음부터 깊었던 것은 아니다. 펜션 주인이 고양이를 데려다 키운 것이 아니라 인근에서 지내던 고양이들이 어느 순간부터 이곳을 드나들기 시작했다. 손님들이 찾아오고 저녁마다 바비큐 냄새가 퍼지자 한두 마리가 슬그머니 넘어왔다. 먹을 것을 얻어먹고 돌아가기를 반복하다가 차츰 산중다연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졌다.
사람이 먼저 밥을 건넸고, 고양이는 조금씩 경계를 풀었다. 펜션 주인이 먹이를 챙겨주고 예뻐해 주자 몇몇 녀석은 주인의 뒤를 졸졸 따라다니기 시작했다. 가까이 와서 “야옹, 야옹” 울기도 하고, 몸을 비비며 아는 체를 한다. 그렇게 밥 한 그릇에서 시작된 관계가 어느새 사람과 고양이가 서로를 알아보는 사이로 바뀌었다. 그러니 현관 앞의 두더지 한 마리에는 산중다연에서 사람과 고양이가 맺어온 관계가 압축돼 있는지도 모른다.

"야옹, 야옹" 하면서 펜션 주인에게 몸을 비비기도
사람은 고양이에게 사료를 준다. 고양이는 사람 곁에서 살아간다. 손님이 오면 바비큐장 주변에 모여 저녁 풍경의 일부가 되고, 어떤 날에는 자신이 잡은 사냥감을 물고 와 현관 앞에 내려놓는다. 누가 먼저 주고 누가 더 많이 받았는지 따질 필요도 없다. 그렇게 주고받는 사이 정이 쌓인다.
산중다연 주인이 들려준 주변의 비슷한 이야기도 흥미롭다. 인근의 한 창고에서는 뱀이 자주 나타났는데 길고양이에게 밥을 주기 시작한 뒤 고양이가 잡은 뱀을 창고 앞에 가져다 놓는 일이 있었다고 한다. 다만 이것은 산중다연에서 직접 일어난 일이 아니라 펜션 주인이 주변 사람에게 전해 들은 사연이다.
고양이와 펜션 주인, 주고받는 사이에 정 쌓여
산중다연 고양이들을 지켜보다 보면 사람의 기준만으로 동물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에게 두더지는 발견하는 순간 깜짝 놀라 피하고 싶은 존재다. 하지만 고양이에게는 한참을 기다리고 쫓아가 자기 힘으로 잡은 사냥감이다. 그런 것을 굳이 물고 와 사람이 드나드는 현관 앞에 내려놓는다.
그래서 이제 펜션 주인은 뜻밖의 ‘선물’을 발견하면 황당해하면서도 녀석들의 마음을 한번쯤 상상해 본다.
‘밥 잘 먹었습니다. 오늘 밥값은 이걸로 할게요.’
도시의 호텔에서는 아침이면 객실 문 앞에 신문이나 조식이 놓일 때가 있다. 월악산 산중다연은 조금 다르다. 운이 아주 특별하게 좋은 날에는 고양이가 밤새 준비한 뜻밖의 ‘선물’이 현관 앞에 놓여 있을지도 모른다.

마당과 자갈밭서 한가롭게 쉬는 고양이들
물론 산중다연을 찾는다고 누구나 이런 장면을 만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손님들이 더 쉽게 만나는 것은 마당과 자갈밭에서 한가롭게 쉬는 고양이들이다. 의자 하나를 차지하고 늘어져 낮잠을 자는 녀석도 있고, 햇볕 좋은 자갈밭에 배를 깔고 누워 있는 녀석도 있다. 사람을 잘 따르는 고양이는 손님 가까이 다가와 눈을 맞추기도 한다.
월악산 용하구곡의 ‘산중다연’ 펜션을 찾아왔다가 고양이들과 눈을 맞추고, 바비큐를 먹다가 녀석들의 ‘저녁 출근’을 구경하고, 아침에는 자갈밭에서 뒹구는 고양이를 만나는 곳. 산중다연의 하루에는 그렇게 자연과 사람 사이에 고양이가 슬며시 끼어든다.
자연과 사람 사이에 고양이가 슬며시 끼어들어
사람은 고양이에게 밥을 준다. 고양이는 가끔 두더지를 가져온다. 사람의 셈법으로는 도무지 맞지 않는 거래다. 하지만 정(情)의 셈법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월악산 깊은 산골 산중다연에서는 사람만 고양이에게 무언가를 주는 것이 아니다. 녀석들도 자기들이 가진 방식으로 무언가를 돌려준다. 다만 그 ‘밥값’이 가끔 두더지일 뿐이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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