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하구곡 최상류 펜션 ‘산중다연’한두 마리 찾아오더니 어느새 20여 마리로바비큐 냄새 나면 슬금슬금 ‘출근’손님 발밑에 몸 비비며 재롱새끼 물고 이사하는 어미까지사람과 고양이가 함께 만든 산골 이야기
[편집자 주] 충북 제천 월악산 용하구곡 최상류에 자리한 펜션 ‘산중다연’에는 특별한 식구들이 산다. 어느 날 한두 마리씩 찾아온 고양이들이 새끼를 낳으며 식구를 늘려 이제는 펜션의 또 다른 주인처럼 손님들을 맞는다. 자연과 사람, 고양이가 함께 살아가는 월악산 산골 펜션의 따뜻하고 유쾌한 이야기를 연재한다.

(산중다연 펜션 홈페이지) https://naver.me/IxKw6BXo
새끼 고양이 7마리 감쪽같이 사라진 기막힌 사연
“어? 분명히 여기 있던 새끼들이 다 어디 갔지?”
충북 제천 월악산 깊은 산자락, 용하구곡 최상류의 펜션 ‘산중다연’에서 어느 날 기막힌 일이 벌어졌다. 어제까지만 해도 옹기종기 모여 있던 새끼 고양이 일곱 마리가 감쪽같이 사라진 것이다. ‘실종 사건’의 범인은 금방 밝혀졌다. 바로 어미 고양이였다. 어미가 새끼들을 한 마리씩 입에 물고 뒷집 할머니 집으로 옮긴 것이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이 이사가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펜션 주인이 돌아오면 새끼들을 다시 산중다연으로 데려오고, 주인이 며칠 자리를 비우면 다시 뒷집으로 옮겼다. 주인이 오면 산중다연으로, 주인이 떠나면 뒷집으로. 두 집 사이의 짧은 길은 어느새 어미 고양이만의 ‘이삿길’이 됐다.
펜션과 뒷집 할머니집 왔다갔다 반복
산중다연 고양이들은 처음부터 펜션에서 키우던 반려묘가 아니었다. 원래 뒷집 할머니가 돌보던 고양이들이 어느 순간부터 펜션으로 넘어오기 시작했다. 고양이들을 처음 유혹한 것은 어쩌면 ‘냄새’였을지 모른다. 손님들이 찾아오고 저녁이면 바비큐 불판 위에서 고기가 지글지글 익었다. 맛있는 냄새가 월악산의 맑은 공기를 타고 퍼지면 고양이들이 한두 마리씩 슬그머니 나타났다.
손님들이 먹을 것을 나눠주자 다음에 또 찾아왔다. 그렇게 몇 번을 오가면서 녀석들은 중요한 사실 하나를 알아차린 듯했다. ‘이 집에 가면 먹을 것도 있고 우리를 예뻐해 주는 사람도 있다.’ 그렇게 산중다연은 고양이들의 단골집이 됐고, 어느 순간부터는 단골집을 넘어 또 하나의 집이 됐다.
"우릴 예뻐해 주네?" 고양이들 펜션에 눌러앉아

새끼 7마리 낳으면서 '본격 이사작전'
그중 한 어미가 새끼 일곱 마리를 낳으면서 본격적인 ‘이사 작전’이 시작됐다. 산중다연 주인은 펜션에 365일 머무는 것이 아니라 다른 지역과 오가며 생활하는데, 어미 고양이는 신기하게도 이 생활패턴을 알아챈 듯했다. 주인이 산중다연에 돌아오면 새끼 한 마리를 입에 물고 펜션으로 왔다. 내려놓고 다시 돌아가 두 번째 새끼를 물어왔다. 또 돌아가 세 번째, 네 번째…. 그렇게 일곱 번을 오가며 새끼들을 모두 옮겼다.
그런데 주인이 주중에 다시 자리를 비우면 이번에는 정반대 방향으로 이사가 시작됐다. 펜션에 있던 일곱 마리를 한 마리씩 물어 뒷집 할머니 집으로 옮겼다가 주인이 돌아오면 또 산중다연으로 데려왔다.
“내가 오면 일곱 마리를 다 물어다가 여기로 데리고 와. 또 내가 가면 뒷집 할머니한테 데리고 가고. 다시 오면 또 우리 집으로 물고 오고…. 그걸 수십 번 했어.”
'산중다연'과 '뒷집 할머니집' 오가며 주기적 이동
펜션 주인이 웃으며 들려준 이야기다. 사람이라면 이삿짐센터를 부르거나 자동차 트렁크에 짐을 실으면 그만이지만 어미 고양이에게 이삿짐 운반 도구라고는 입 하나뿐이다. 한 마리를 물고 갔다가 다시 돌아와 또 한 마리를 물고 간다. 일곱 마리면 최소 일곱 차례 새끼를 운반해야 한다. 목적지에 내려놓고 되돌아오는 것까지 생각하면 작은 몸으로 같은 길을 몇 번이나 왕복해야 한다. 그런데 어미는 힘들다고 파업하지도, 이사비를 달라고 하지도 않았다. 새끼들의 보금자리를 옮기는 일을 묵묵히 반복했다.
왜 어미는 이런 수고를 계속했을까. 직접 물어볼 수는 없지만 행동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어 보였다. 펜션 주인이 산중다연에 있을 때는 먹을 것을 챙겨주고 고양이들을 예뻐했다. 어미에게는 새끼들을 데려다 놓아도 괜찮은 장소로 여겨졌을 것이다.
반대로 주인이 장기간 자리를 비우면 평소 고양이 사료를 챙겨주는 뒷집 할머니 집으로 새끼들을 옮겼다. 사람의 표현을 빌리자면 어미의 머릿속에는 나름의 ‘육아 지도’가 있었던 셈이다. 산중다연과 뒷집이라는 두 개의 보금자리 가운데 그때그때 새끼를 돌보기에 더 좋은 곳을 골라 움직였던 것이다.
손님 없어 주인이 자리 비우는 날엔 반대방향 이동

눈도 제대로 못뜬 새끼 고양이 9마리 앙징 맞아
일곱 마리의 이사로 끝날 줄 알았던 이야기는 얼마 뒤 ‘속편’을 낳았다. 이번에는 새끼가 아홉 마리였다.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한 작은 새끼들을 어미가 다시 산중다연 쪽으로 데려왔다. 그런데 펜션 주인이 일주일가량 자리를 비웠다가 돌아오니 새끼들이 또 사라지고 없었다.
행선지는 역시 뒷집이었다. 어미가 그사이 아홉 마리를 한 마리씩 다시 물어 옮긴 것이다. 일주일 뒤 만난 새끼들은 몰라볼 만큼 자라 있었다. 일곱 마리에서 아홉 마리로 식구가 늘어났지만 어미의 이사 방식은 변하지 않았다. 자동차도, 유모차도 없이 오직 네 발과 입 하나로 완성하는 ‘맨몸 이사’였다.
일주일 뒤 만난 새끼들 몰라볼 만큼 성장
처음에는 이 모습이 그저 재미있고 신기했던 펜션 주인도 반복되는 이사를 지켜보면서 어미의 모성을 새삼 보게 됐다. 새끼들에게 젖을 먹이는 동안 어미의 몸은 야위어갔다. 먹이를 먹어도 자신의 몸에 살을 붙이기보다 새끼들에게 젖으로 내어주는 듯했다.
그런 몸으로 새끼를 한 마리씩 물고 더 안전하고 먹이를 구하기 좋은 곳을 찾아 움직였다. 사람이나 고양이나 자식을 향한 마음에는 닮은 구석이 있는 모양이다. 작은 고양이 한 마리가 일곱 번, 아홉 번 같은 길을 오가는 모습은 월악산 산골에서 펼쳐지는 말 없는 ‘모성의 행진’이었다.
월악산 산골에서 펼쳐지는 말 없는 ‘모성의 행진’

산중다연 찾는 손님들에게 고양이는 또다른 즐거움
사람에게 산중다연은 도시를 떠나 월악산의 자연 속에서 잠시 쉬어가는 펜션이지만 고양이들에게는 의미가 조금 다를 것이다. 배가 고프면 먹을 것을 얻을 수 있고, 자신들을 쫓아내지 않는 사람이 있으며, 새끼들을 데려와도 괜찮다고 믿을 수 있는 곳이다. 어쩌면 녀석들에게 산중다연은 ‘펜션’이라는 이름보다 ‘안심(安心)’이라는 이름이 더 어울리는 공간인지도 모른다. 사람이 자연 속에서 마음을 내려놓기 위해 찾아오는 곳을 고양이들도 안전한 보금자리로 선택했다는 사실이 묘한 여운을 남긴다.
그래서 산중다연을 찾는 사람에게는 월악산과 용하구곡의 풍경 외에 또 하나의 재미가 있다. 마당에서 느긋하게 햇볕을 쬐는 고양이와 마주칠 수도 있고, 저녁 바비큐 시간이 되면 맛있는 냄새를 따라 하나둘 나타나는 녀석들을 만날 수도 있다. 사람을 잘 따르는 녀석은 발밑으로 다가와 몸을 비비기도 한다.
바비큐 냄새 나면 슬금슬금 나타나기도
운이 아주 좋은 날에는 어미 고양이가 새끼의 목덜미를 살며시 물고 종종걸음으로 이동하는 보기 드문 광경과 마주칠지도 모른다. 산과 계곡을 보러 왔다가 고양이 한 마리와 눈을 맞추고 돌아가는 것, 그것도 산중다연에서 얻을 수 있는 작은 추억이다.
월악산 용하구곡 최상류의 산중다연에서는 사람만 체크인하고 체크아웃하는 것이 아니다. 고양이 가족도 자기들만의 방식으로 두 집을 오가며 체크인과 체크아웃을 반복한다. 다만 사람은 여행가방을 들고 오고, 어미 고양이는 새끼를 입에 물고 온다는 것이 다를 뿐이다.
오늘도 어미는 주변을 한동안 살핀 뒤 자기만의 판단을 내릴 것이다. ‘오늘은 이 집이 우리 아기들에게 좋겠다.’ 그리고 새끼의 목덜미를 조심스럽게 문다. 월악산 산중다연 고양이 가족의 특별한 이사는 그렇게 다시 시작된다.<계속>
산중다연 고양이 가족의 특별한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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