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숙 생애기록①] 학교 빠지고 우렁잡이 몰입...선생님 콧구멍까지도 우렁 구멍으로 보여

손끝에 닿은 우렁 하나가인생의 방향을 바꿨다

[편집자 주] 물치유 전도사로 알려진 (주)물들임 정연숙 대표의 생애를 따라가는 연재 기록을 시작합니다. 단순한 성공담이 아니라, 한 어린이의 호기심이 어떻게 소명이 되었는지, 상처를 보던 시선이 어떻게 치유의 길로 발전했는지, 그리고 물을 통한 몸의 회복이 어떻게 마음의 회복과 연결되는지를 차근히 풀어봅니다. 독자에게도 잊고 있던 자신의 ‘마음의 씨앗’을 다시 떠올리는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친구에게는 '노동'이었지만 내겐 '신세계'~

가을이었다. 벼를 베어낸 논은 물기가 빠져 촉촉하게 숨을 쉬고 있었다. 발을 디딜 때마다 흙이 낮게 소리를 냈다. 하늘은 높았고, 바람은 차분했다. 그 고요한 논 한가운데서 초등학교 5학년 여자 어린이 두 명이 쪼그리고 앉아 있었다. 배경은 충청남도 논산시 강경읍.

“여기 구멍에 손을 넣어 봐. 우렁이 나오잖아. 신기하지 않아?”

사실 그 친구에게 우렁 잡기는 노동이었다. 가난한 집에서 자라 농사일을 거들어야 했던 친구에게는 지겨운 일상 중 하나였다. 하지만 농사와 무관한 집에서 자란, 또다른 어린이에게 그것은 전혀 다른 신세계였다.[그 어린이가 바로 정연숙 대표]

조심스레 손을 넣었다. 차갑고 축축한 흙 사이로 손끝이 더듬거렸다. 그 순간, 손가락에 무언가가 닿았다. 매끈하면서도 단단한 감촉. 심장이 먼저 반응했다. 천천히 끌어올리자 검은 우렁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 짧은 순간, 세상이 멈춘 듯했다.

수업 마치면 논두렁 달려가 우렁 잡이

그 이후, 그 어린이는 수시로 논으로 향했다. 등교하는 길에도, 수업이 끝난 뒤에도, 심지어는 학교를 빠지면서까지. 담임 선생님이 집으로 찾아오기도 했다. 왜 무단결석하냐고 걱정되신 것이다. 심지어 선생님이 칠판에 글씨를 쓰고 돌아설 때면, 콧구멍이 우렁 구멍처럼 보일 정도였다. 머릿속이 온통 우렁뿐이었다.

우렁잡이를 할 때마다 금세 양동이가 가득 채워졌다. 어머니는 “이거 이웃들 나눠주자”고 하셨다. 그러나 그는 고개를 저었다. “엄마, 아무도 주지 마. 내가 알아서 할게.”

손수레를 빌렸다. 우렁을 싣고 강경 장터로 나갔다. 어린이가 쑥스러운 얼굴로 외쳤다. “우렁 사세요!” 그날, 그는 단지 우렁을 판 것이 아니었다. 좋아하는 일에 몰입하고, 그 결과를 스스로 책임지고, 세상과 연결하는 경험을 했다. 그 기억은 오랫동안 사라지지 않았다.

우렁 잡이에 매료...새로운 세계에 풍덩

“세월이 지나고 보니, 그게 처음이었어요. 완전히 푹 빠져본 게.”

정연숙 대표는, 당시를 회상하며 살짝 웃었다. 그 감정은 마치 중독과도 같았다고. 하지만 그것은 파괴적인 중독이 아니라, 살아 있다는 감각을 온몸으로 느끼는 몰입이었다. 이 장면은 단순한 어린 시절의 추억이 아니다. 이것은 한 사람의 기질이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순간이었다.

무엇인가에 깊이 빠져들 수 있는 성향, 호기심이 행동으로 곧장 이어지는 성향. 정 대표는 그때 알았다. ‘내가 좋아하는 일이라면 이렇게까지 빠질 수 있구나.’ 친구에게는 생계를 위한 고된 노동이었던 우렁 잡기가, 그에게는 새로운 세계였다. 경험은 같았지만 의미는 달랐다.

학창 시절, 그는 공부를 특별히 잘하는 모범생도 아니었다. 누구도 “대단한 아이”라고 말하지 않았다. 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했다. 무엇인가에 빠지면 끝까지 가보는 기질. 그 기질은 훗날 다른 모습으로 나타난다. 사람들의 건강을 연구하고, 물의 원리를 파고들고, 더 나은 방법을 찾기 위해 밤을 새우는 몰입.

"좋아하는 일에 끝까지 가보아라"

생애를 돌아보는 일은 이런 장면을 다시 꺼내는 일이다. 우렁을 잡던 어린이를 떠올리며 정 대표는 회상한다. “아,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었구나.” 자신의 기질을 알아차리는 순간, 사람은 스스로를 탓하지 않게 된다. 남들과 다른 속도, 다른 관심사, 다른 몰입의 방향. 그것이 결함이 아니라 씨앗이었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 그것이 마음치유의 시작이다.

독자들 역시 질문하게 된다. 나는 언제 그렇게 빠져본 적이 있었던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남의 눈치를 보지 않고, 심장이 먼저 반응했던 순간은 언제였는가? 어쩌면 그 기억 속에, 지금의 나를 살리는 실마리가 숨어 있을지도 모른다.

가을 논에서 손끝에 닿던 우렁의 감촉은 한 소녀에게 이렇게 속삭이고 있었다. “너는 몰입하는 사람이다. 네가 좋아하는 것을 끝까지 가보아라.” 정연숙 대표의 이야기는 바로 그 속삭임을 따라가는 여정이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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