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 10도 성탄절...퇴계원 비닐하우스에 맨발 웃음꽃 만발

맨발로 걷고, 웃고, 노래하고한파 속 신발 벗게 만든 실내 맨발 황톳길비닐하우스 안에서 되살아난 발바닥의 감각암환우와 시민이 함께한 성탄절 번개모임맨발걷기·춤·윷놀이로 이어진 웃음의 파동겨울을 넘어선 치유 공동체의 현장문의=010-2087-4498 이재숙 아미사 지회장

영하 10도 한파였지만 비닐하우스는 후끈~

성탄절인 25일 오후, 남양주 퇴계원. 영하 10도를 넘나드는 한파가 들이친 날이었지만, 퇴계원 맨발걷기 아미사 힐링하우스에서는 겨울이라는 말이 좀처럼 실감 나지 않았다. 신발을 벗고 맨발로 바닥을 딛는 순간, 사람들 입에서 가장 먼저 나온 말은 비슷했다.

“여긴 겨울이 아니네.”

이곳은 한겨울에도 맨발로 걷고 머물 수 있도록 만들어진, 조금은 특별한 공간이다.

퇴계원 맨발걷기 아미사 힐링하우스가 만들어진 배경에는 한 가지 절실한 문제의식이 있었다. 겨울이 되면 맨발걷기 참여자들, 특히 암 환자나 고령자들은 갈 곳을 잃는다. 차가운 땅, 강한 바람, 급격한 체온 저하는 치유를 위해 걷는 사람들에게 오히려 위험이 되기 때문이다.

(위치=경기도 남양주시 퇴계원로175번길, 헤브론교회 앞 '맨발걷기 아미사 힐링하우스'. 인근 공터 주차 가능)

한겨울 맨발걷기 최적의 장소

맨발걷기국민운동본부 서울 강남지회의 남양우 지회장은 “마침 집 옆에 있던 묵밭이 새 주인에게 넘어갔지만, 농사를 짓지 못해 겨울 동안 비어 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면서 “이 공간을 겨울철에도 안전하게 맨발로 걸을 수 있는 힐링 공간으로 쓰면 어떨까” 하고 제안했다고 전했다. 암 환자들에게 맨발걷기와 웃음, 공동체 활동이 회복에 도움이 된다는 취지에 땅 주인이 공감했고, 결국 비닐하우스 형태의 실내 공간을 무상 제공하기로 했다.

이렇게 탄생한 공간이 바로 ‘퇴계원 맨발걷기 아미사 힐링하우스’다. 공식 오픈은 지난 22일. 천장이 높고 정남향으로 햇볕이 잘 드는 약 100~150평 규모의 공간으로, 겨울에도 체감 온도가 높아 맨발 활동이 가능하다. 입장료는 없고, 동시에 50명 정도까지 수용할 수 있다. 상업시설이 아닌, 치유와 나눔을 전제로 한 공간이라는 점이 이곳의 가장 큰 특징이다.

이용 방법은 간단하다. 신발을 벗고, 무리하지 않고, 자신의 몸 상태에 맞게 걷는다. 매주 수요일 오전 10시에는 정기 힐링캠프가 열리며, 걷기뿐 아니라 음악·가벼운 신체 활동·교류 프로그램이 함께 진행된다. 단돈 1만원에 건강식도 가능하다.

매주 수요일 정기모임...건강식 1만원 제공

"보폭 늘리고, 가슴 열고, 아랫배 힘주고, 허리와 어깨 펴고, 발바닥부터 디뎌라"

성탄절인 이날, 즉석에서 열린 ‘맨발걷기 번개모임’에는 약 10여 명이 모였다. 처음 만난 사람도 있었지만, 맨발로 함께 바닥을 밟는 순간 어색함은 빠르게 사라졌다. 겉옷을 벗고 천천히 걸음을 옮기며, 참가자들은 저마다 “따뜻하다”, “몸이 풀린다”고 말했다.

남양우 서울 강남지회장은 직접 맨발걷기 방법을 안내했다. 보폭을 무리하지 않게 늘리고, 가슴을 열고, 아랫배에 힘을 주며, 허리와 어깨를 펴고 발바닥부터 디디는 기본 자세를 가르쳤다.

“빨리 걷거나 뛰는 게 아니라, 몸의 정렬과 균형을 느끼는 게 중요합니다.”

그의 설명에 따라 맨발벗들은 속도를 낮추고, 한 걸음 한 걸음 자신의 몸 감각에 집중했다. 처음엔 발바닥이 예민하다고 느끼던 사람들도, 시간이 지나자 “통증이 줄고 오히려 편안하다”고 말했다.

남양우 지회장 맨발걷기 기본자세 교육

음악에 맞춰 맨발춤으로 몸푸는 시간도

걷기 중간에는 맨발 춤으로 몸을 푸는 시간도 이어졌다. 음악에 맞춰 가볍게 몸을 흔들며 웃음이 터졌다. 한 맨발벗은 “운동이라기보다 놀이 같다”고 했고, 또다른 맨발벗은 “몸이 먼저 풀리고 마음이 따라온다”고 말했다. 겨울철 맨발걷기가 ‘수행’이 아니라 ‘즐거운 활동’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맨발벗들은 인근 헤브론교회에서 제공한 떡국으로 점심식사를 했다. 아미사 힐링하우스의 겨울철 비닐하우스 맨발황톳길을 활용해 신도들과 함께 맨발걷기 모임을 진행할 예정이다.

겨울에도 안전하게 맨발로 걷고 몸과 마음을 회복할 수 있도록 마련된 이 공간에서, 걷기와 교류를 중심으로 한 치유 활동이 이어진다. 교회 측은 맨발걷기를 통해 이웃과 지역사회에 회복과 나눔의 가치를 전할 계획이다.

인근 헤브론교회서 점심 떡국 제공

맨발 아미사 윷놀이…웃음이 치유 되는 순간

이날 현장의 분위기를 단숨에 끌어올린 건 ‘맨발 아미사 윷놀이’였다. 전통 윷놀이를 바탕으로 하되, 현장에서 즉석으로 변주된 놀이였다.

판에는 ‘천국’, ‘지옥(함정)’, ‘대모산’ 같은 상징 칸이 놓였다. “천국이 나오면 바로 천국으로 간다”, “여기서 잘못 걸리면 바로 지옥으로 떨어진다”는 설명이 이어질 때마다 웃음이 터졌다. 단순한 놀이판이었지만, 참가자들은 마치 인생 이야기를 듣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특정 구간에서는 “도만 나와야 탈출”이라는 규칙이 붙었다. 개도, 걸도, 윷도, 모도 허용되지 않는다. 도 하나를 기다리는 그 짧은 순간에 모두 숨을 죽였다가, 도가 나오면 환호가 터졌다. 실패해도 실망보다는 웃음이 먼저였다. 긴장과 해방이 반복되며 공간의 온도는 더 올라갔다.

이날 윷놀이는 소액 현찰을 활용한 ‘나눔형 놀이’였다. 천국에 들어가면 옆 사람과 나누고, 공짜로 받으면 춤이나 박수 같은 벌칙을 수행했다. “여기 맨발 도박터네”라는 농담이 나왔지만, 곧 “아니, 이게 너무 재밌다”는 말로 정리됐다. 돈이 목적이 아니라, 웃음과 연결을 키우는 장치였다.

소액 현찰 활용 ‘나눔형 놀이’

이재숙 대표, 뒷풀이 건강 저녁식사 쾌척

활동이 끝난 뒤에는 자연스럽게 뒷풀이 식사가 이어졌다. 퇴계원 아미사 힐링하우스의 이재숙 대표가 준비한 음식과 따뜻한 국을 나누며, “걸은 뒤 먹으니 더 맛있다”는 말이 오갔다. 이 시간부터 힐링하우스는 운동장이 아니라, 옛 시골 마을의 사랑방이 됐다.

이어진 건 치유 노래였다. 전문 무대도, 완벽한 음정도 없었지만, 성악가인 남양우 지회장이 이끄는 대로 함께 부르는 노래는 공간을 조용히 채웠다. 동요 이야기, 노래에 얽힌 추억, 어린 시절의 기억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왔다.

“꽃처럼 살자”는 말이 나왔고, 꽃이 자기만 피는 게 아니라 주변을 아름답게 만든다는 이야기에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과거 시골 공동체의 품앗이, 힘들 때 서로 도우며 살던 기억도 이어졌다. 마지막에는 서로의 건강과 치유를 기원하는 기도로 대화를 마무리했다.

옛 시골 마을 사랑방 분위기

맨발로 걷고, 웃고, 사람 만나는 쉼터

남양우 강남지회장은 “겨울이 되면 맨발걷기 하는 분들이 갈 곳을 잃는다”며 “이곳은 추위 걱정 없이 맨발로 걷고, 웃고,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이라고 말했다. 이어 “맨발걷기를 하는 환자들은 웃을수록 더 치유된다”며 “이런 시간이 계속 이어지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퇴계원 맨발걷기 아미사 힐링하우스는 거창한 시설로 사람을 끌어들이지 않는다. 대신 계절의 한계를 낮추고, 사람의 체온과 관계를 이어 붙였다. 성탄절의 퇴계원에서는 눈 대신 웃음이 내렸고, 난방기 대신 사람들이 공간을 데웠다.

한겨울에도 맨발로 걷는 풍경. 그 풍경이 더 이상 특별하지 않게 되는 곳, 바로 이곳이 퇴계원 맨발걷기 아미사 힐링하우스다.

눈 대신 웃음 내리고, 난방기 대신 맨발벗들이 공간 데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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