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 선택권이 아니라 배움의 까닭·방향을 물을 때수험생을 뽑는 시험이 아닌, 학생의 배움을 돕는 공배움을 누릴 때‘줄 세우기’ 수험생에서 ‘나 세우기’ 배움임자로 거듭나야 하니까나라·고장·학교·교사·부모가 함께 참배움생태계 만들어야‘줄세우기 교육사회’에서 ‘나세우기 배움사회’로 나아가려고
2026년 고2부터 전면 시행을 앞둔 고교학점제는 단순한 교육제도 개편일까? 21세기 대한민국의 앞날, 우리가 어떤 사람을 길러 어떤 나라를 만들 것인가라는 물음에 대한 집단적 선택이다. 하지만 뜻나눔은 여전히 “수업 편성은 어떻게 할지, 인력 충원은 얼마나 필요한지” 같은 행정기술 수준에 머물러 있다. 정작 ‘줄 세우기’ 수험생에서 ‘나 세우기’ 학생으로 회복하는 학점제 뜻은 뒷전이다.
그동안 한국의 고등학교는 한마디로 ‘표준화 공장’이었다. 정해진 시간표, 정해진 교실, 정해진 진도, 정해진 평가 방식 속에서 학생은 나만의 배움을 찾기보다 남보다 앞서야 한다는 압박에 갇혔다. 기초·기본 · 성장 · 성숙보다 인증·경쟁, 비교·서열의 교육이었다. 고교학점제가 진정한 전환점이 되려면, 이 관성을 넘어서는 철학부터 재정렬이 필요하다. 교육정책, 교사행정이 아니라 배움정책, 학생이 삶꽃배움을 누리는 정책을 펼쳐야 한다.

고교학점제의 핵심은 교과 선택권이 아니라 배움의 이유·방향을 묻는 배움임자다움이다. 학생이 스스로 뜻물음을 세우고, 서로 뜻을 나누고, 제 삶과 연결된 배움을 설계하는 과정이어야 한다. 그러나 학점제를 ‘과목 따먹기 게임’으로 오해하는 분위기다. “어떤 과목을 들으면 유리한가?”가 “나는 무엇을 배우고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라는 물음을 압도한다면 고교학점제는 실패한다.
21세기 대한민국은 낮은 성장·출생으로 앞으로도 지속할 수 있을까란 위기를 맞았다. 지식을 빠르게 주입받는 ‘문항 해결자’가 아니라, 스스로 배우고 협력하며 새 길을 만드는 ‘배움임자’가 필요하다. 고교학점제는 바로 그 전환의 축이다. 학교가 ‘시험 대비’를 하는 곳일까? 스스로 뜻을 묻고 나만의 삶을 튼튼하게 세워가는 삶꽃터가 되어야 한다. 교사도 마땅히 달라져야 한다. ‘진도 관리자’가 아니라 학생의 물음을 북돋우고 배움의 경로를 함께 설계하는 배움벗(동행자)이 되어야 한다.
고교학점제가 성공하려면 단위학교 힘만으로는 할 수 없다. 나라·고장·학교·교사가 함께 만드는 배움연대가 필요하다. 배움을 돕는 지원, 고장 배움터, 두물(온,오프) 융합 수업 등 배움 생태계를 넓히도록 나라가 꼭 나서야 한다. 또 현행 평가·입시를 그대로 둘 것이 아니다. 줄세우기와 함께 결과를 내세운 정기고사나 수능과 같은 일제고사를 없애고 나세우기 배움 과정으로 바꾸고서 고교학점제를 해야 제 구실을 한다. 줄세우는 정기고사, 입시만을 위한 수능, 학교의 자율성을 억누르는 관행이 그대로인데 학생이 진짜 성장하고 성숙해질까? 수험생을 뽑는 시험이 아닌, 학생의 배움을 지원하는 공배움을 누릴 때다.

오늘 대한민국은 씨알(국민)이 임자이고, 두루 고루 잘사는 나라인가? 21세기 대한민국은 줄세우기 교육/학습 사회에 머물 것인가? 나세우기 배움을 누리는 사회로 나아갈 것인가? 지금 그 전환의 갈림길 앞에 선 우리는 빛찾음 80돌을 보내며 비로소 고교 배움을 통해 헌법 제31조와 맞닥뜨리게 되었다. '교육을 받을 권리'가 아닌 '배움을 누릴 권리'로 고칠 것인가, 말 것인가를 고민하게 된 것이다.
고교배움을 혁신할 고교학점제는 진행형이며 좀 더 낫게 고쳐서 기울 일이다. 당장은 큰 방향을 먼저 보자. 대한민국의 미래를 가르는 방아쇠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저 또 하나의 교육행정 개편 정도로 흘려 보낼까? 다시 말해 고교학점제는 그저 ‘교과 선택의 기술’일 뿐일까? 아니면 ‘참삶이 지닌 뜻을 스스로 묻고 서로 뜻을 나누며 함께 해내는 배움누림의 배움혁명’일까?
우리는 2026년 3월을 앞둔 남은 몇 달 동안 비로소 지난 140년 남짓 근대 줄세우기 교육받음 체제가 지닌 모순을 겪고서 21세기도 이미 사반세기를 넘긴 처지에서 이제는 나세우기 배움누림 체제로 전환할지 여부를 선택해야 할 것이다. "대한민국의 임자권(주권)은 씨알(국민)에게 있고, 모든 힘(권리)은 씨알한테서 나온다"는 뜻을 새기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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