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LA특파원 출신...현 스포티비서 야구해설15일 TBS 교통방송 '허리케인 라디오' 출연50년 만에 중학 동창 최일구 앵커와 재회“피치컴 시대, 낭만은 줄었지만 공정성 커졌다”“야구는 예측 거부하는 스포츠, 홈런보다 기억이 남아”“한화는 선발이 강점, LG는 안정, 삼성은 기세”“0.4초 만에 날아오는 공, 공포와 싸우는 예술”“야구는 인생 축소판, 홈런도 에러도 결국 사람이야기”

[편집자주] 2025년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TBS 교통방송 <허리케인 라디오>(15일 방송)에 스포TV의 민훈기 야구 해설위원이 출연했다. 민 위원은 과거 <조선미디어그룹 스포츠조선> LA특파원으로 활동하며 박찬호 선수를 14년간 전담 취재한 베테랑 기자 출신이다.
그는 방송에서 “야구는 리스펙트의 종교”라며, 야구를 인생의 축소판으로 바라보는 철학을 전했다. 또, 올해 한국시리즈 전망과 함께 LG 트윈스의 안정된 전력, 한화 이글스의 강한 선발진, 삼성의 상승세를 짚었다. 기계 판정(ABS)과 피치컴 도입 등 달라진 야구 환경에 대한 견해도 밝혔다.
“야구 앞에서 까불면 큰코 다친다”는 그의 유머 섞인 조언은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50년 만에 중학 동창 최일구 앵커와의 재회로 마련된 이번 방송은, 한국 야구의 과거와 현재를 잇는 특별한 순간이었다. 스튜디오에 뜬 ‘야구의 산 증인’ 민훈기 위원의 방송 장면을 살펴본다.

"야구 앞에서 까불면 큰코다친다"
스튜디오 유리벽 너머로 히끗히끗한 머리칼이 반짝였다.
“밖에 와 있습니다! 머리가 히끗한 아저씨가!”
진행자 최일구 앵커의 목소리가 들뜨자, 스튜디오 안 공기가 살짝 달아올랐다. 그 ‘아저씨’는 바로 민훈기 야구 해설위원. 이름 석 자만 들어도 야구 팬들의 기억이 파도처럼 밀려드는, ‘박찬호의 그림자’이자 ‘야구계의 리포트 블랙박스’다. 마이크 앞에 앉은 민 위원은 부드럽게 웃으며 한마디 했다.
“야구는 리스펙트의 종교입니다. 야구 앞에서 까불면 큰코다칩니다.”
스튜디오가 순간 조용해졌다. 그의 목소리엔 3,000경기를 현장에서 지켜본 기자의 체온이 묻어 있었다.
“야구는 하면 할수록 어렵습니다. 리스펙트, 존중이란 단어를 미국 사람들은 꼭 씁니다. 야구를 사랑하는 건 결국 인생을 배우는 일이죠.”

스포츠조선에서 ‘박찬호의 기자’로 살다
민 위원은 신문기자로 활약했고 해설자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립대 역사학도였던 그는 ‘가난한 유학생 시절, 잠시 돈 벌 생각으로’ 미주 중앙일보에 발을 들였다가 사건 기자에서 체육전문기자로 변신했다. 그러던 1990년, <조선미디어그룹 스포츠조선>이 창간되며 그에게 미국 로스엔젤레스(LA) 특파원의 자리가 열렸다.
“원래 3년 정도가 임기인데, 박찬호 선수가 등장하더군요. 그때부터 14년간, 나는 박찬호를 중심으로 코리안 빅리거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늘 함께 했습니다.”
그의 취재수첩은 곧 한국 야구의 해외 진출 연대기다. LA 다저스타디움의 햇살 아래, 그는 매일 취재석에 앉았다. 박찬호의 124승 중 100경기 이상을 현장에서 지켜봤다.
“싸움이 있었던 날도 있었죠. 팀 벨처랑 발차기와 주먹이 오갔을 때요. 그 사건 덕분에 위험한 무도 아니냐는 논란도 있었지만 태권도가 주목받기도 했었지요.”
스포츠조선에선 그가 쓴 원고를 기다리느라 윤전기를 멈췄다.
“그때는 팩스로 기사를 보냈어요. 사건이 발생하면 나라가 멈추고, 기사가 도착하면 다시 세상이 굴러갔죠.”

“야구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그는 ‘요기 베라’의 말을 인용했다.
“야구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닙니다. 그래서 인생 같죠. 한 구, 한 순간이 운명을 바꿉니다.”
야구를 ‘종교’에 비유한 민 위원은 해설자로서의 철학을 덧붙였다.
“팬들 입장에서는 결과만 보게 되지만, 야구는 그 사이의 과정이 더 깊어요. 선수의 심리, 감독의 결단, 팬의 인내가 다 어우러진 인간 드라마예요"
그는 비선수 출신 해설자로서도 독보적인 존재다. 야구를 보는 눈은 운동장에서만 길러지지 않고 관찰, 취재, 분석이 합쳐져야 진짜 ‘야구 문법’을 쓸 수 있다고 했다.

한국시리즈 앞둔 ‘야구 노포(老鋪)’의 통찰
이날 방송은 한국시리즈 개막을 앞둔 특별 대담으로 마련됐다. 스튜디오 모니터에는 ‘한화 vs 삼성’, 그리고 ‘LG의 철옹성’이라는 자막이 번쩍였다. 민 위원은 “1위 LG 트윈스가 가장 강력하지만, 단기전은 변수의 향연”이라면서 “삼성은 기세가 좋고, 한화는 선발이 탄탄하지만 타선이 흔들린다”며 분석했다. 그리고는 특유의 냉정한 통찰을 던졌다.
“야구는 예측을 거부하는 스포츠입니다. 홈런 한 방보다 중요한 건, 팬들이 그 순간을 함께 기억하는 힘이에요.”
이날 방송에서 민 위원은 야구 기술의 변화에 관한 이야기도 풀었다.
“요즘은 포수가 손가락을 안 내밀어요. 버튼을 눌러 투수에게 신호를 보냅니다. 피치컴(PitchCom)이라 부르죠.”

‘피치컴’ 시대, 낭만 줄었고 공정은 커졌다
진행자들이 놀라자 그는 웃으며 “투수도 이어폰을 낀다. 이제 서로 통화하면서 던지는 시대”라고 했다. 그는 ABS(자동 볼·스트라이크 판정)에 관해서도 “공정성은 높아졌지만, 낭만은 사라졌다”고 표현했다.
“예전엔 고의사구도 네 번 던졌잖아요. 이제 감독이 사인 한 번이면 끝이에요. 야구의 ‘숨결’이 사라진 대신, 기계가 정의를 지키게 된 셈이죠.”
방송 막바지, 최일구 앵커가 “팬들에게 한마디 해달라”고 묻자 민 위원은 잠시 마이크를 잡은 채 웃었다.
“야구는 인생의 축소판입니다. 홈런도, 에러도, 삼진도 다 우리 인생의 장면들이죠. 결국 중요한 건 결과가 아니라, 그때 함께 박수를 쳐준 사람들의 마음이에요.”

다시 불러야 할 ‘재능 기부 해설자’
최일구 앵커는 “코리안시리즈 끝나면 꼭 다시 나오셔야죠”라며 손을 내밀었다. 민 위원은 “재능 기부로라도 좋습니다. 야구 얘기라면 밤새 해도 모자랍니다”며 활짝 웃었다.
스튜디오에 김광석의 <나의 노래>가 흐르자 민 위원은 조용히 말했다.
“제가 미국 있을 때 이 노래를 정말 많이 들었어요. 야구가 끝나면 늘 이 노래가 머릿속에 울렸죠. ‘나의 노래는 나의 힘, 나의 삶’…그게 지금도 제 마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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