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황대기 고교야구 1회전 세광고-덕수고전"기량 위에 절박함을 더하고절박함 위에 응원을 더하면야구의 신은 가끔 강자의 어깨가 아니라땀 냄새 나는 손을 잡아 위로 끌어올린다간절함이 '경기력 급향상'이란 마법을 선사해 준다그날, 신은 분명 세광고 덕아웃에 앉아 있었다"
[편집자 주=김낙수 세광고 야구부 후원회장이 9일 서울 양천구 신월구장에서 열린 세광고-덕수고 경기를 지켜본 소감을 11일 전화로 전해 왔다. 김 회장은 '세광고 야구 역사에 기록될 수 있는, 몇 안 되는 명승부였다'고 관전평을 했다.]
야구는 종종 장대한 서사시다. 강자는 거대한 성벽을 쌓고, 약자는 성문 앞에서 창끝을 들고 선다. 2025년 봉황대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1회전, 세광고와 덕수고의 맞대결은 바로 그 그림이었다.
덕수고는 올해 청룡기 우승이라는 번쩍이는 갑옷을 입고 있었다. 세광고는 평범한 갑옷에 흙 묻은 투구 하나뿐이었다.
그런데 경기 시작 전부터, 승부의 향방은 이미 스코어보드 밖에서 정해지고 있었다. 세광고 선수들은 덕수고보다 '무척 많이 훨씬 일찍'(약 경기 3시간 전에) 그라운드에 도착해 몸을 풀었다. 따가운 공기를 가르며 달궈진 숨결은 그들의 워밍업과 함께 그라운드 위로 번져갔다. 벤치에는 전력을 다하겠다는 눈빛이 가득했고, 목청 터지는 구호가 잔디 위를 울렸다.
덕수고는 '청룡기 우승'이란 번쩍이는 갑옷 세광고는 평범한 갑옷에 흙 묻은 투구
반면 덕수고는 70명 중 25명만 뒤늦게 모습을 드러냈다. 세광고를 만만하게 본 것이었다. 워밍업은 늦게 시작됐고, 벤치의 함성도 세광고의 열기에 묻혔다. 경기 전부터 이미 그라운드는 세광고의 무대였다.
한마디로, 이날 승부는 기술이나 전술 이전에 ‘마음’에서 갈렸다. 간절함이 만든 기세가 경기 내내 세광고를 밀어올렸다. 그 간절함은 결국 연장 10회, 승리를 부르는 방망이로 완성됐다.
경기 초반, 세광고가 먼저 성문을 두드렸다. 4회에 올린 1점은 성벽에 생긴 첫 금 같았다. 물론 덕수고는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7회, 홈런 한 방으로 균형을 맞추는 모습은 ‘강자의 품격’ 그 자체였다. 그 순간, 경기장은 숨을 삼킨 장기판처럼 팽팽해졌다.
연장 10회, 마침내 세광고가 거인의 발목을 잡았다. 승부치기에서 터진 3점은 거대한 망치가 성벽을 내리치는 듯한 충격이었다. 타구가 외야수를 넘어가는 순간, 덕수고의 철벽은 모래성처럼 무너졌다.
경기 3시간 전, 그라운드 도착해 몸 풀어(세광고)
70명 중 25명만 50분 전 도착...,뒤늦게 몸 풀어(덕수고)

"무조건 막겠다" 절박함이 만든 역동작 백핸드 수비 10회초 3득점은 간절함이 빚어낸 결실
하이라이트는 단연 이홍석의 역동작 백핸드 수비였다. 1학년 신입생이 2사 만루의 위기에서 몸을 날려 타구를 낚아챘다.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무조건 막겠다’는 절박함이 만든 장면이었다. 벤치의 고의사구 작전은 아슬아슬했지만, 선수들은 그 상황을 ‘극복해야 할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전투적으로 반응했다.
마운드의 투수, 그리고 이홍석의 호수비가 만들어낸 연장 기회는 ‘간절함의 연결고리’였다. 10회초 3득점은 단순한 점수가 아니라 “오늘이 아니면 안 된다”는 마음이 모여 빚어낸 결실이었다.
그라운드 위 절박한 눈빛과 절벽 끝을 걷는 듯한 발걸음, 그리고 관중석에서 쏟아진 함성이 하나로 어우러졌다. 응원은 방패가 되어 실점을 막았고, 창이 되어 득점을 찔러 넣었다. 기술과 체력, 응원이 섞여 ‘혼연일체’라는 이름의 무기를 만들었다.
세광고의 승리는 단순한 점수판의 결과가 아니었다. 그것은 절박함과 간절함, 그리고 함께 뛴 마음이 만든 기적이었다. 거대한 산을 넘어선 순간, 세광고 선수들은 자신에게 증명했다. “우리는 할 수 있다.”
그라운드를 떠난 뒤에도 이날의 승리 공식은 세광고 재학생들과 동문들, 학부모들의 가슴 속에서 오랫동안 뛸 것이다. 기량 위에 절박함을 더하고, 절박함 위에 응원을 더하면, 야구의 신은 가끔 강자의 어깨가 아니라 땀 냄새 나는 손을 잡아 위로 끌어올린다. 그날, 신은 분명 세광고 덕아웃에 앉아 있었다.(김낙수 세광고 야구부 후원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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