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에만 기대는 대신 개인 저축과 투자를 병행하라"

서울대 경영대학 이경묵 교수의 경고, “위기는 천천히 다가온다”조용히 무너지는 한국경제, 체감 못하면 대책도 없어안정적’이던 시대는 끝났다, 정부·기업·개인의 생존 전략세계는 규제를 풀고, 우리는 규제에 갇힌다

[이 기사는 유튜브 <신사임당> 채널에 출연한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이경묵 교수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작성했다.]

개구리가 미지근한 물에 들어간다. 처음엔 편안하다. 하지만 물의 온도가 서서히 올라가고 있다는 사실을 개구리는 눈치채지 못한다. 결국 탈출하지 못한 채 뜨거운 물에 익어간다.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이경묵 교수는 현재 한국경제가 이 개구리와 비슷한 상태에 처해 있다고 설명한다. 겉보기엔 조용하지만, 안에서는 위기의 온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다수가 이를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위축된 소비, 멈춰버린 거리

지난해 12월 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 이후, 사람들의 소비가 눈에 띄게 줄었다. 학생들은 교재를 사지 않고, 식당과 카페에는 손님이 줄었다. 자영업자는 6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청년 확장실업률은 16.3%에 달하고 있다.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0%대로 추락했다.

이런 지표들은 통계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거리에서 만나는 소상공인의 한숨, 구직에 지친 청년들의 피로, 장바구니를 내려놓는 주부의 망설임이 수치로 드러난 것이다.

삼성전자란 한 개의 기둥에 너무 의존

한국경제는 삼성전자라는 거대한 기둥 하나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 수출의 18%, GDP의 2%, 법인세의 6%를 담당하는 이 기업은 말 그대로 경제의 중심축이다. 이 교수는 “삼성전자 같은 기업이 50개쯤 있으면 한국 GDP를 다 만들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런 기업이 한국에 50개 있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중소기업 지원정책이 대기업으로의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여러 개의 소규모 기업을 만들어 혜택을 나누는 방식이 오히려 규모의 경제 실현을 방해하고 있다. 하나의 큰 기둥을 키우는 대신, 작은 기둥만 여럿 만들어 무게를 제대로 감당하지 못하는 구조가 된 것이다.

시대가 바뀌었는데 전략은 그대로

이경묵 교수는 한국경제의 위기를 진단하며 "지금은 국가도 선택의 대상이 되는 시대"라고 말한다. 과거에는 국민도 기업도 당연히 한국에서 일하고 창업한다고 여겼지만, 이제는 국적을 넘어 더 나은 환경을 찾아 이동하는 시대가 됐다.

글로벌 기업, 인재, 자본은 국경을 넘어 흐르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상속세·증여세를 유지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부자와 우수 인재가 해외로 나가고 있다. 디지털 산업에서도 경쟁력을 잃고 있다. 국민들은 애플, 넷플릭스, 어도비 같은 글로벌 플랫폼을 쓰고 있지만, 한국에는 세계 시장을 겨냥한 플랫폼 기업이 거의 없다.

여기에 중국이라는 거대한 경쟁자가 성장하면서, 한국의 전통 제조업 강점도 위협받고 있다. LCD, OLED 등 한때 주력 산업이었던 분야조차 수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가 되어가고 있다.

개인 역시 국가에만 의존할 수 없다 국민연금에만 기대는 대신 개인 저축과 투자를 병행하라

자녀의 국제 경쟁력을 키워라

이 교수는 저출산과 고령화를 한국경제가 직면한 가장 본질적인 위기로 지목한다. 단순한 인구 감소가 아니라, 경제 전체 시스템의 기반이 흔들리는 문제라는 것이다.

국민연금, 건강보험 등은 인구가 늘어날 것을 전제로 설계된 제도다. 하지만 현재는 반대로 인구가 줄고 있다. 이는 내수 시장 위축으로 이어지고, 국가 전체의 활력을 떨어뜨린다. 과거 고성장기 때 만들어진 제도와 문화를 개혁해야 할 시점이지만, 정치적 의지는 약하다.

일본의 ‘잃어버린 30년’보다 더 심각한 결과가 올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특히 서서히 악화되는 ‘냄비 속 개구리’형 위기는 사회적 공감대를 만들기 어렵다는 점에서 더 위험하다.

고성장기 때 만든 제도 문화 개혁해야 할 시점

대응은 가능하다. 다만 지금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경묵 교수는 정부, 기업, 개인이 각자 자신의 위치에서 위기를 인식하고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한다.

정부는 연금, 세제, 교육, 규제 전반에 대한 구조적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 특히 포지티브 규제 방식에서 네거티브 방식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현재 미국의 유니콘 기업 중 절반은 한국에서는 법적으로 사업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기업은 더 이상 국내 시장과 제도에만 머물 수 없다. 해외 진출, 글로벌 전략 수립이 필수적이다. 개인 역시 국가에만 의존할 수 없다. 국민연금에만 기대는 대신 개인 저축과 투자를 병행하고, 자녀의 국제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이 교수는 “소득의 절반 이상은 어느 나라에 사느냐에 따라 결정된다”고 말한다.

지금은 끓기 시작한 냄비 속

한국경제는 외부의 거대한 충격 없이 조용히 무너질 수 있다. 이를 막기 위해선 지금 이 순간부터 냉정하게 현실을 직시하고 구조를 바꿔나가야 한다.

우리는 아직 뜀틀을 넘을 수 있다. 다만 온도가 더 올라가기 전에 행동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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