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의 생전 결단서 반도체 신화 시작1974년, 이 회장 개인 돈으로 부천의 작은 회사 인수기술도 없고 이익도 없던 반도체지만 미래를 보았다첫 10년은 손해, 그 다음 30년은 세계 1위의 길이건희의 도전정신, SK하이닉스가 선두인 지금 더욱 빛나다
어느 날 갑자기, 모래알이 황금알이 되었다. 그 작은 알갱이 속에 스마트폰, 자동차, 로봇, 인공지능까지 들어 있다. 우리가 ‘반도체’라 부르는 이 물건, 이름부터가 참 어렵고 딱딱하다. 그런데 지금 대한민국의 운명은 바로 이 '반도체'에 달려 있다.
요즘 뉴스에선 자주 이런 말을 한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1위 자리를 SK하이닉스에게 내줬다.”
“HBM 시장은 하이닉스가 주도하고 있다.”
이게 무슨 말인지, 도대체 반도체가 뭔지, 왜 이게 중요하지? 사실 많은 사람들이 잘 모른다. 하지만 이 흐름을 이해하려면 ‘이야기’로 돌아가야 한다. 모래 한 알에서 시작해, 세상을 지배하는 ‘두뇌’를 만든 한 사람의 이야기.
이건희 회장. 그는 남들이 포기한 길에서 길을 찾았다.
남들이 포기한 길에서 길을 찾다

반도체는 모래에서 온다?
반도체는 말 그대로, 전기를 '반쯤' 통하게 하는 물질이다. 금속은 전기가 잘 흐르고, 고무는 전기가 안 흐른다. 그 중간쯤에 있는 게 ‘반도체’다.
대표적인 재료는 ‘실리콘’. 그렇다. 해변에서 발에 끼는 바로 그 모래다. 이 실리콘에다 아주 미세한 회로를 새기면, 세상에서 가장 똑똑한 기계 두뇌가 된다.
이 반도체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메모리’. 정보를 저장하는 칩이다. 우리가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거나, 문서를 저장할 때 쓰인다. 또 하나는 ‘시스템 반도체’. 계산하고 판단하고 조절한다. AI도 이걸 쓴다. 자동차도, 냉장고도, 심지어 전자레인지도.
삼성의 반도체, 시작은 ‘개인 돈’이었다
지금은 전 세계가 주목하는 삼성전자. 하지만 1970년대 중반만 해도, 삼성전자는 그저 ‘가전 회사’였다. 텔레비전이나 냉장고 만드는 회사였던 셈이다.
그런데 1974년, 경기도 부천에 있던 작은 반도체 회사를 이건희 당시 부회장이 개인 돈을 들여 인수한다. 당시 회사를 팔려던 강 모 박사는 실리콘 웨이퍼와 회로도를 들고 이 회장을 찾아간다.
“이건 미친 짓입니다.”
“삼성이 왜 이런 걸 합니까?”
사내에서도, 언론에서도 회의적인 목소리가 쏟아졌다. 반도체는 너무 어렵고, 투자도 많이 들고, 아무리 돈을 부어도 이익이 나려면 10년은 기다려야 한다는 얘기까지 있었다. 하지만 이건희 회장은 달랐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나중에 통신 산업으로 진출하려면, 반드시 반도체 기술을 확보해야 합니다.”
이건 회장이 투자한 돈은 당시에 10억~20억 원, 요즘으로 치면 수천억 원 규모였다. 그리고 처음 몇 년은 계속 손해였다. 하지만 1983년, 기적처럼 삼성 반도체가 흑자로 돌아섰다. 200억 원의 순이익. 이후 반도체는 삼성전자의 엔진이 되었고, 대한민국은 ‘반도체 코리아’가 되었다.

"64K가 뭔지도 모른 채 시작했다"
지금이야 ‘16GB, 256GB’라는 숫자에 익숙하지만, 당시 반도체는 ‘64K’ 메모리부터 시작했다. 1KB는 글자 몇 천 개를 저장하는 수준이니, 지금 기준으로는 정말 작은 용량이다.
이 회장도 솔직히 "64K가 뭔지도 모른 채 시작했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그는 사람을 뽑고, 일본과 미국에서 기술을 사 오고, 그걸 더 나은 기술로 발전시켰다.
결정적 전환점은 '1메가 메모리' 설계에 성공한 순간이다. 여기서 삼성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는다. 그 후 DRAM, NAND, SSD 등 전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휩쓴다.
오늘의 반도체 전쟁, 그리고 다시 돌아보는 '이건희'
2025년 현재, HBM이라는 고성능 메모리 분야에서는 SK하이닉스가 선두다. AI 산업과 함께 급부상한 이 분야에서 삼성전자가 주도권을 넘겨준 건 뼈아픈 일이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사람들은 다시 “이건희는 왜 반도체를 시작했을까?” 그 초심을 되돌아보게 된다. 그는 단순히 '지금 잘되는 산업'을 쫓지 않았다. 10년 뒤, 20년 뒤를 내다봤다.
눈앞의 손해에도 흔들리지 않고 밀어붙였다. 이 회장의 결단이 없었다면, 지금의 삼성전자도, 대한민국의 ‘반도체 1위’도 없었을 것이다.
모래에서 시작된, 대한민국 두뇌
어쩌면 반도체는 우리가 가진 ‘작은 두뇌’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속에 들어 있는 건, 기억력(메모리), 판단력(시스템), 속도(HBM), 연결성(AI)이다. 사람의 뇌보다 더 빠르고 정교하게 움직인다. 그리고 지금은 전쟁보다 더 치열한 '반도체 패권 경쟁'의 중심에 있다.
이건희 회장은 생전에 이렇게 말했다.
“가난은 나라가 구해주는 게 아니다. 기회를 주고, 미래를 읽는 눈을 키워줘야 한다.”
그는 그 말을 행동으로 보여주었다. 남들이 다 ‘불가능’이라 말하던 모래 위에 대한민국의 기술왕국을 지었다. 그리고 지금, 우리가 다시 배워야 할 것은 그의 ‘통찰력’이 아닐까.
우리가 들고 있는 스마트폰 속에도 이건희의 결단이 들어 있다. 그 작은 반도체 하나 속에는 대한민국의 도전과 꿈이 담겨 있다.
※ 이 칼럼은 삼성 반도체 관련 사료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이야기다. 삼성그룹 출신 지인에게 전달 받은 이건희 회장 육성 회고록이 이 글을 완성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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