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모산 파크골프장 반대" 서울시청 시위 강남구민 200명 참석맨발걷기국민운동본부의 남양우 이재숙 지회장 부부도 선봉에 서다
지난 21일, 서울시청 앞 광장. 연신 우산을 여닫으며 모여든 시민들의 얼굴에는 분노와 체념, 그리고 간절함이 뒤섞여 있었다. 뜨거운 햇볕 아래에서 수백 명의 사람들이 한목소리를 냈다.
그들 한가운데, 강남구 맨발걷기국민운동본부의 남양우 지회장과 아미사지회 이재숙 지회장 부부가 있었다. 이들은 늘 대모산의 흙길을 맨발로 걸으며 자연의 숨결을 나누던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이날만큼은 그 맨발조차 허락되지 않았다.
“뜨거운 시멘트에 발이 데일까 봐요.”
극한의 더위 속에서, 두 사람은 단단히 운동화를 신고 시위 현장에 나섰다. 대모산 파크골프장 건설을 막기 위해, 더위보다 더 뜨거운 마음을 안고 그 자리에 선 것이었다.
이들의 싸움은 단순한 '시설 반대'가 아니다. 자연과의 약속을 지키고, 공공의 공간을 지키려는 몸부림이었다. 대모산은 그들에게 치유의 장소이자, 삶의 호흡이었으며, 시민 모두의 숲이었다.
"생명을 살리는 맨발길 위에 쇠망치가 떨어지는 소리를 들을 수는 없습니다."
남양우 지회장은 그렇게 말했다. 맨발걷기국민운동본부에서는 지난 1월, 대모산에서 파크골프장 건설에 관한 여론조사를 하여 '반대 의견'을 강남구청에 전달하기도 했다. 하지만 소귀여 경읽기였다. 마침내 인근 강남 주민들이 들고 일어서 시위까지 하게 되었다.
"대모산에 쇠망치 소리 안 된다"

산사태 위험 지역에 골프장은 부적합 "힐링숲 조성"는 주민들과의 약속 어겨
강남구청은 말한다. “어르신들을 위한 체육공간이 부족하니, 파크골프장을 지어야 한다”고. 겉으로 보면 선한 명분이다. 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석연치 않은 결정들이 연이어 등장한다.
문제의 핵심은 단지 파크골프장의 ‘존재’가 아니라, 어디에, 어떻게, 무엇을 무시한 채 지으려 하느냐에 있다.
건설 예정지인 대모산 일대는 이미 산사태 위험지역으로 분류된 곳이다. 최근 기후변화로 인해 국지성 호우와 산사태가 일상처럼 발생하는 가운데, 그곳에 대규모 시설물을 건설하겠다는 발상은 마치 불붙은 잎사귀 위에 기름을 붓는 것과 같다.
더 큰 문제는 주민과의 신뢰 파괴다. 2019년, 강남구는 대모산을 '자연친화적 힐링숲'으로 조성하겠다고 주민들에게 약속했다. 산책로, 쉼터, 생태 학습장이 들어서고, 전 연령대가 함께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겠다는 비전이었다. 아이와 손을 잡고 거닐며, 어르신이 그늘에 앉아 쉴 수 있는 그런 숲. 주민들은 믿고 기다렸다.
하지만 몇 년 뒤, 그 약속은 말없이 뒤집혔다. 언제부턴가 ‘자연치유’는 ‘고령층 전용 레저’로 바뀌었고, ‘모두의 숲’은 ‘일부의 골프장’으로 재해석되었다. 그것은 마치, 아이에게 약속한 놀이터 자리에 어른들의 술집을 세우는 것과 같았다.
아이들 놀이터에 어른들 술집 차리는 셈

"고령복지란 이름으로 포장"
파크골프장은 고령층에게 인기가 높은 운동시설이다. 하지만 정작 인근 주민 누구도 그것을 원하지 않았다. 많은 지역 어르신들은 말한다.
“골프채를 다뤄본 적도 없고, 그런 데까지 걸어가기도 힘들어요.”
그보다는 흙길, 벤치, 데크가 있는 산책로를 더 원한다고 한다. 그런데도 구청은 파크골프장을 ‘고령복지’의 이름으로 포장한다. 하지만 정작 누구의 고령층인지, 누가 이용할 수 있는지, 왜 그 장소여야만 하는지에 대한 설명은 없다.
부지 조성, 인공 잔디 식재, 배수 설비, 클럽하우스 건축 등 수십억 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이 사업에는 "특정 인맥이나 외곽 네트워크의 이권 개입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마저 뒤따른다.
"부적절한 이권 개입" 의혹도

"대모산 골프장은 '들어갈 수 없는 조경물' 전락"
대모산은 서울특별시 강남구 내 몇 안 되는 도심 숲이다. 아이들이 도토리를 줍고, 어르신이 맨발로 걸으며 치유받고, 야생 고양이와 너구리가 함께 살아가는 숨 쉬는 생태계다.
그런데 골프장이 들어서면? 흙은 인공 잔디로 덮이고, 지형은 평평하게 밀려나고, 나무는 벌채되며, 주변은 펜스로 둘러쳐진다. 이제 그 숲은 ‘들어갈 수 없는 조경물’이 된다. 산이 아닌, 통제된 레저 시설이 된다. 그날부터 대모산은 더 이상 ‘우리의 산’이 아니다.
공청회 열고도 제대로 의견 반영 안 해
강남구청은 주민설명회를 열긴 열었으나 의견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 민원도 적잖이 접수되었지만, "의견은 들었으나 계획은 변경하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설계와 입찰은 비공개로 이뤄졌고, 도시공원위원회 심의도 아직 통과되지 않았다. 서울시는 “강남구가 정식 요청도 하지 않았다”고 선을 긋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남구는 “계속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이것은 마치 브레이크 없는 기관차가 제동 없는 개발 레일 위를 질주하는 것과 같다. 그리고 그 앞에 선 시민들은 그저 ‘방해물’로 취급되고 있다.
"감옥행이다" 시위대 격문도 등장


강남구선 "계속 추진하겠다" 고집
맨발걷기국민운동본부 남양우·이재숙 지회장 부부는 그날 시위대의 맨 앞에 섰다. 항상 흙 위를 맨발로 걸었던 그들이 이날만큼은 신발을 신었다.
“우리가 맨발로 걸을 수 있는 산이 점점 줄어드는 것 아닐까요. 그 산을 지키기 위해, 오늘은 신발을 신고 섰습니다.”
이 문제는 단순히 "파크골프장이 필요한가"를 넘어선다. 행정이 시민의 목소리를 어떻게 다루는가, 자연과 약속한 공공의 공간을 어떻게 지키는가에 대한 시험대다.
개발은 늘 명분을 갖는다. 하지만 명분만큼 중요한 것은 과정이다. 설득 없는 추진은 저항으로 되돌아온다. 신뢰를 잃은 행정은, 결과적으로 모두에게 상처를 남긴다.
대모산은 지금도 숨 쉬고 있다. 그 숨을 멈추게 하는 건 콘크리트가 아니라 무관심과 불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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