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현정 기자 질문이 어때서...맹목적 애정은 오히려 대통령에 '독'"

[김왕근 전 조선일보 노조위원장 특별기고]기자의 공격적 질문에 성심껏 답변하는 문재인 대통령"아, 대통령이 깊이 고민하고 있구나” 느낌 전달'생각 없는 대통령’서 ‘깊이 고민하는 대통령’으로 이미지 전환맹목적인 애정은 오히려 문 대통령에 해를 끼쳐

김왕근 전 조선일보 노조위원장.
김왕근 전 조선일보 노조위원장.

[김왕근 전 조선일보 노조위원장 특별기고] 난 문재인 대통령이 싫었다. 대통령이란 자리가 국민 소통의 중심에 있는 자리이고, 소통을 원활히 하려면 자기 생각이 있어야 할 텐데, 문재인 대통령은 자기 생각이 없어 보이기 때문이었다. 대통령은 여러 사람의 의견을 듣고 나라의 방향을 제시해야 하는데, 이는 자기 생각이 확고해야 하며, 동시에 새로운 의견을 받아들여 기존의 생각도 필요하면 버릴 줄 아는 사람이어야 수행할 수 있는 임무다. 그 임무에서 ‘논리력’은 가장 기본적인 전제다.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후보 토론에서 영 논리에 약한 면을 보였다. “변호사 출신이 저렇게 말을 못할 수도 있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준비된 대통령”이라고 하는데, “말이, 논리가 준비되지 않았는데 도대체 뭐가 준비됐다는 것인가”라는 생각도 들었다.

정권 초반, 권력 실세 중 한명이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미국으로 떴다는 뉴스를 보고 내가 이 정권을 잘못 판단한 것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한 적은 있다. 그러나 문대통령이 ‘탕평’의 인사를 할 거라는 기대는 ‘코드 인사’, ‘블랙리스트’ 파문 등으로 해서 버릴 수밖에 없었다.

한국방송공사 송현정 기자.(화면 촬영)
한국방송공사 송현정 기자.(화면 촬영)

내가 존경하는 도법 스님은 문재인 대통령이 화쟁적 사고방식을 갖고 있어서 남북 관계가 그래도 이만큼 왔다고 생각하시지만, 내가 보기에는 미국의 확고한 ‘제재’ 정책이 그나마 김정은을 제어하고 있으며 문대통령의 위치는 암만 잘 보아주어도 ‘보조적인’ 위치에 머문다. 국민에게 아무런 설명도 없이 개성공단을 폐쇄하고 “물건이라도 꺼내올 시간을 달라”라던 기업인들의 요구조차 매몰차게 외면한 박근혜 대통령보다는 문대통령의 정책이 훨씬 낫다고 생각하지만 말이다.

문재인대통령은 ‘노잼’이다. 문대통령은 자기 생각이 없어서 참모들이 써준 메모를 들지 않으면 말을 못하는 모습을 외교의 현장에서 보였다. 문대통령이 말을 하려고 하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이미 다 내용을 알고 있다”며 말을 못하게 한 적도 있다. 문대통령이 뭔가 기발한 생각을 언제든 내놓을 수 있는 창의적이고 논리적인 사람이라는 인상을 보여줬다면 트럼프가 그런 무례를 범했을까 하는 생각도 나는 했었다.

이런 이유들로 해서, 나는 문재인 대통령이 TV에 나오면 채널을 돌린다.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뻔한 말을 왜 듣고 있어야 하는가? KBS 송현정 기자의 대통령 대담도 그래서 보지 않았다. 다만, 뉴스 시간에 잠깐 본 적이 있는데, 대통령이 자기 생각을 솔직히 말하는 모습을 보고 약간 의외로 느꼈다. “아, 대통령이 깊이 고민하고 있구나”라는 느낌을 받은 것이다. 메모지 없이 기자의 질문에 성심껏 답변하는 대통령의 모습으로 인해서 잠깐이지만 ‘생각이 없는 문재인 대통령’에서 ‘자기 생각을 하는 대통령’, ‘깊은 고민을 하는 대통령’으로 이미지가 전환된 것이다.

송현정 기자가 문재인 대통령과 대담하는 장면.(한국방송공사 화면 촬영)
송현정 기자가 문재인 대통령과 대담하는 장면.(한국방송공사 화면 촬영)

어떻게 이런 변화가 가능했을까? 송기자가 대통령에게 공격적인 질문을 했기 때문이다. 원효는 “부동(不同)함으로써 의(義)를 훼손치 않고, 불이(不異)함으로써 정(情)을 훼손치 않는다”라는 말로 화쟁의 정신을 표현했다. 송기자는 공격적인 질문으로 ‘부동’을 실천했다. 만약 공격적인 질문을 하지 않고 웃으며 듣기 좋은 말만 했다면 그것은 부동을 실천하지 못하는 것이고 ‘진영논리’에 빠지는 것이어서 의를 훼손하는 것이다. 방송이란 것이 원래 의를 위한 것이기 때문에 그런 질문을 했다면 그 인터뷰는 전파를 타지도 못했을 것이다. 문대통령도 “(송 기자가) 좀 더 공격적이어도 좋았을 것이다”라고 했다고 한다.

그런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떠도는 송현정 기자에 대한 혐오는 무엇이란 말인가? 그들은 송현정 기자의 질문 내용에서부터 표정까지를 다 문제 삼는다. 그럼 기자가 듣기 좋은 소리만 하고 웃으며 아부해야 한다고 그들은 주장하는 것일까? 그렇게 하는 기자가 있다면 그 기자야말로 기레기 소리를 들어야 하는 것 아닐까?

대통령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자기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것인지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맹목적인 애정으로 오히려 대통령에 해를 끼치게 되기 때문이다.[김왕근 전 조선일보 노조위원장 / '붓다로 살자'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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