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인모 경남 거창 군수 “맨발 교육도시 프로그램 긍정적 검토"

17일 경남 거창 창포원서 시민 800명 맨발걷기맨발걷기국민운동본부, '맨발 교육도시' 거창군에 제안"유치원, 초중고 학생들 아침마다 10분씩 맨발로 걷게 하자"

비가 그치고 햇살이 고요히 내려앉은 17일 토요일 아침, 경남 거창 창포원에는 800여 명의 시민이 대지를 맨발로 걸었다. 단순한 걷기 행사가 아니었다. 도시의 정체성을 다시 묻고, 교육의 방향을 다시 세우는 첫 발걸음이었다.

이날 현장에서 맨발걷기국민운동본부 박동창 회장이 구인모 거창군수에게 한 가지 제안을 건넸다. 거창을 대한민국 최초의 ‘맨발 교육도시’로 만들자는 제안이었다.

거창군은 이미 읍면동 단위의 맨발걷기 프로그램을 행정 주도로 운영 중이다. 보건소와 지역 지회의 협력 아래 주민들은 자연과 연결된 일상의 회복을 실천하고 있다. 박 회장은 이 흐름을 학교로 확장하자고 말했다.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아침 시간을 맨발로 여는 교육을 제안한 것이다.

이것은 단지 건강을 위한 시도가 아니다. 거창을 진정한 ‘미래형 교육도시’로 재구성하자는 전략이다. 서울대 합격생을 매년 20명 이상 배출하는 거창고와 대성고는 지역의 자부심이다. 여기에 ‘맨발’이라는 새로운 전인교육의 코드가 더해진다면, 거창 교육의 경쟁력은 그 자체로 하나의 브랜드가 될 수 있다.

거창군 주도, 읍면동 단위 맨발 프로그램 운영

박 회장은 말한다.

“맨발걷기는 감각의 회복이며, 생명의 회복입니다.”

아이들이 아침 햇살 아래 땅의 감촉을 느끼는 단 10분만으로도 수면의 질, 면역력, 정서안정에 긍정적 변화가 일어난다. 이는 곧 교실 안 집중력 향상, 공동체 의식 고양으로 이어질 수 있다.

비슷한 성공 사례는 일본에도 있다. 2000년대 초 도입된 ‘아침독서운동’은 수업 전 10분간 책을 읽는 단순한 습관으로, 학업 성취도와 정서안정, 학교폭력 감소에 기여했다. 교육의 변화를 이끄는 것은 때로 이토록 사소해 보이는 일상의 전환이다.

2008년 나는 직접 일본 현장을 취재했다. 운동의 창시자를 만나고 문부과학성 부대신을 인터뷰했으며, 독서운동을 실천하는 학교들과 가정을 둘러봤다. 그때의 경험은 ‘한 마을의 아침 풍경’이 교육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를 보여주었다. 박동창 회장의 제안은 2008년도의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아침 맨발걷기 10분으로 값진 선물"

아침 맨발걷기도 마찬가지다. 운동장이나 잔디밭, 황토길을 10분간 걷는 짧은 시간은 아이들에게 ‘리셋의 순간’을 선사한다. 시끄러운 조회 대신 흙과 햇빛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그 시간은, 몸과 마음을 가다듬는 깊은 사색의 시간이다.

맨발은 단순한 습관이 아니라, 도시의 철학이다. 아이들의 두뇌는 책상 위에서만 자라는 것이 아니다. 땅을 딛고 바람을 맞고 햇살을 받으며 세포 하나하나가 깨어나는 경험 속에서 자란다. 도시의 아이들이 잃어버린 감각, 즉 ‘자연과 접속하는 감각’은 오늘날 늘어나는 정신질환과도 무관하지 않다.

맨발걷기는 신경계를 안정시키고, 불안 호르몬인 코르티솔을 낮추며, 자율신경의 균형을 되찾게 한다. 교육 현장에서 이 같은 생리적 변화는 곧 학습력의 회복, 정서의 안정으로 이어진다. 뿌리가 튼튼해야 나무가 곧게 자라듯, 아이들의 뇌와 마음도 건강한 몸에서 자라난다.

학습력 회복에 정서 안정 효과도

이 제안이 교육 현장에 주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맨발걷기는 ‘몸으로 읽는 교과서’이며, ‘사색의 교실’이다. 시험 점수로는 측정할 수 없는 정서적 근력, 회복탄력성, 공감 능력을 길러주는 경험교육이다. 예민한 사춘기의 감정을 부드럽게 감싸고, 친구 간의 대립을 흙과 햇살로 봉합하는 치유적 실천이다.

지방자치단체에도 이 제안은 의미심장하다. 인구 감소와 교육 격차에 흔들리는 지방 도시들에게 ‘삶의 질’을 중심에 둔 교육 모델을 제시하는 셈이다. 한 마을의 아침 풍경을 바꾸는 일이 도시의 브랜드를 바꾸고, 인구 구조를 되돌리는 일로 이어질 수 있다.

흙길을 걷는 아이들의 사진 한 장이 서울의 학부모에게 “이런 곳에서 키우고 싶다”는 마음을 품게 할지도 모른다. 현재의 거창군 인구 68,000명이 머지 않아 100,000명으로 비약하는 흐뭇한 상상을 해볼 수도 있다.

지방 도시들에게 '삶의 질'에 중심 둔 교육모델

박동창 회장의 제안은 결코 즉흥이 아니다. 그는 지난 9년간 전국 130여 지회를 통해 맨발걷기 운동을 꾸준히 실천해온 주인공이다. 그리고 그 주요 무대 중 하나가 바로 거창이다.

이제 교육도시 거창은 ‘치유도시’, ‘생명도시’로 거듭나기 시작했다. 구인모 군수는 “맨발 교육도시 프로그램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조용한 교육 혁명이, 지역 현장에서 작지만 단단하게 시작될 수 있을 것 같다.

교육은 머리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발끝에서 시작된다. 흙을 밟고 햇빛을 받으며 몸으로 느끼는 감각의 회복이, 곧 교육의 회복이다. 맨발로 시작된 아침은 그 자체로 하나의 교육이며, 하나의 도시가 삶의 방식으로 선택한 철학이다.

거창이 이 길을 먼저 걷는다면, 대한민국의 다른 도시들도 따라 걷게 될 것이다. 언젠가, 전국의 아이들이 아침마다 신발을 벗고 흙길을 걷는 풍경이 일상이 되는 날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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