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맨발 순례 8] "피가 고이고, 발이 터지고…" 로그로뇨 진입로서 고통과 처절하게 싸우다

[맨발 순례 6일차]"물집 터져 피 고이고 새로 잡힌 물집 솟아올랐다""맨발은 내 철학... 하지만 내 발은 생명...철학으로 생명을 망가뜨릴 순 없었다"

아침부터 땅이 뜨거웠다. 이른 아침 7시 30분에 출발했지만, 아스팔트는 이미 전날의 열기를 고스란히 품고 있었다.

자갈, 시멘트, 아스팔트. 어느 것 하나 발에 쉬운 것이 없었다. 비가 지난 자리에는 수분이 증발하며 올라오는 숨막히는 열기가 있었다. 그 위로 쏟아지는 해는 가차 없이 맨살을 내리눌렀다.

“한 걸음을 디딜 때마다 이미 생긴 물집이 터져 피가 고이고, 새로 잡힌 물집이 솟아오릅니다. 이게 내 발이 맞나 싶습니다.”

유병호 지회장의 양쪽 뒤꿈치엔 이미 물집이 퍼져 있었다. 그 위로 아스팔트의 열기와 시멘트의 마찰이 덧씌워졌다. 고통은 뼛속까지 스며들었다.

“고통이 너무 심해 소리 내 울고 싶었다…”

그가 지나간 길은 황량한 도로변, 잡초가 드문드문 솟은 비탈길 시멘트, 그리고 말라붙은 자갈밭이었다.

“고통이 너무 심해 나도 모르게 소리를 냈습니다. ‘아악…’ 하고 울음처럼 새어나왔는데, 사방을 둘러봐도 사람 하나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게 더 서러웠습니다.”

울 수도 없고, 쉴 곳도 없고, 그 누구도 없다. 오직 하늘, 그리고 땅, 그리고 상처 입은 자신의 발만이 있었다.

뒷꿈치는 붉게 부어올라 있었다. 앞발바닥은 자극으로 뜨거워진 채 뒤틀리듯 아팠다.그는 결국 한쪽에 샌들을 신었다. 발을 보호해야 했다.

“이 구간은 신발을 꼭 신으셔야 합니다”

유병호 지회장은 (마음 속으로) 고국의 맨발걷기국민운동본부 회원들에게 간곡한 당부를 했다.

“이 구간, 그러니까 로그로뇨로 들어가는 길처럼 아스팔트, 시멘트가 많은 구간은 절대로 맨발로 끝까지 가지 마십시오. 신발을 꼭 신어야 합니다. 아니면, 발바닥을 붕대로 단단히 감으셔야 합니다.”

그는 이날 3.5km가량을 샌들을 신었고, 그나마도 맨발을 견디기 위한 최소한의 선택이었다.

“맨발은 내 철학입니다. 하지만 내 발은 생명입니다. 철학으로 생명을 망가뜨릴 순 없습니다.”

“그래도… 다시 맨발로 벗었습니다”

신발 벗는 장면은 마치 한 병사가 헬멧 벗고 전장으로 나아가는 장면 같았다

양쪽 발에 샌들을 신고 걷던 어느 순간, 그는 멈춰 섰다. 그리고 조용히 오른발 샌들을 벗었다.

“이게 맞나… 오늘 하루, 이 고통을 견딜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오른발만 다시 맨발로 걸었습니다.”

그가 신발을 벗는 장면은 마치 한 병사가 헬멧을 벗고 전장으로 나아가는 장면 같았다. 두려움 속의 결의. 고통을 감싸 안는 묵언의 용기.

“숙소 도착했지만… 샤워를 못할 정도였다”

오후 3시 20분, 로그로뇨 도착. 그는 그렇게 도착했지만, 샤워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다.

“발이 너무 부어 물을 끼얹는 것조차 고통이었습니다. 다리에 힘이 풀려 제대로 서 있을 수 없었습니다. 그냥 주저앉고, 누운 채 다리를 들었습니다.”

그의 평균 속도는 2.5km/h. 선두 그룹과는 3시간 이상 차이가 났다. 그가 걷는 게 느린 게 아니라, 그가 지금도 걷고 있다는 게 기적이었다.

이날 유병호 지회장은 인간적으로 완전히 무너졌다. 그리고, 그 무너짐 위에 다시 일어섰다. 어쩌면 이 길에서 맨발로 걷는다는 건, 자신을 매일 무너뜨리고, 다시 일으켜 세우는 일일지도 모른다.

피투성이 발, 버려진 도로변, 소리 내 울고 싶은 고통, 아무도 없는 길…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걸었다. 걸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위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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