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맨발 순례6] "성당의 종소리...어머니가 떠올랐고, 가족이 생각났다"

유병호 지회장, 통증과 빗속을 딛고 29km 완주토레스 델 리오 향한 맨발걷기 5일차맨발걷기국민운동본부 깃발, 순례길 한가운데 높이 휘날려

출발 전 발 상태. 숙소에서.
출발 전 발 상태. 숙소에서.

“비는 그쳤지만, 바닥엔 여전히 어제가 남아 있다”

4월 22일 화요일. 푸엔테 라 레이나에서 토레스 델 리오까지 약 29km. 그 길은 마치 한 권의 두꺼운 시집 같았다. 한 페이지, 한 행, 한 단어마다 통증과 사색, 고요와 인내가 줄을 이었다.

출발할 땐 빗방울이 흩날렸다. 비는 오전 중 그쳤지만, 땅은 그 모든 기억을 아직 품고 있었다. 길바닥엔 질척한 진흙이 남아 있었고, 잔 자갈과 돌출된 바위는 칼처럼 발을 찔렀다.

“한국의 맨발걷기길은 부드러운 흙이 사람을 배려하지만, 이곳은 그렇지 않습니다. 여기는 날것 그대로의 땅. 무심한 듯, 그러나 진실한 땅입니다.”

길 위를 걷는 그의 발걸음은 점점 느려졌다. 발등은 부어오르고, 발바닥은 무너진 둑처럼 욱신거렸다. 하지만 그는 한 번도 “그만 걷겠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숙소 앞에서.
숙소 앞에서.

“성당 종소리에, 나도 울었다”

점심은 길가에 앉아 간이식 빵과 사과, 바나나로 때웠다. 그리 특별할 것 없는 한 끼였지만, 그 순간 그의 귓가에 성당의 종소리가 울렸다. 그리고, 그 종소리에 무언가가 터졌다.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이 솟구쳤습니다. 어머니가 떠올랐고, 가족이 생각났고…. 그리고 지금의 내가, 참 오래도록 낯설었습니다.”

그는 그 순간, 길 위에서 자신을 만났다. 그의 맨발은 단지 땅을 디딘 것이 아니라, 자신의 속마음 깊은 곳을 짚어내고 있었다.

“발바닥 통증은 함께 걷는 동반자”

하루 종일, 주변엔 아무도 없었다. 구글 앱을 보며 방향을 확인했지만, 사방을 둘러봐도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고요 속에서 그는 자신의 발을 본다. 그 붉게 부은 발등, 상처 난 발바닥. 하지만 그는 멈추지 않았다. 통증은 그의 적이 아니라, 함께 걷는 동반자가 되었다.

“오늘도 나는 맨발로 갑니다. 통증이 나를 가르치고, 침묵이 나를 다잡습니다.”

“Are you going to Santiago… barefoot?”

엄지척과 함께 사진 찍는 사람들. 도중에 만난 유럽 순례객들은 놀라워하며 물었다.

“Are you going to Santiago… barefoot?”

그는 짧게 답했다.

“I’m from South Korea.”

그리고 맨발을 내보였다.사람들은 모두 엄지를 치켜들고, 기념사진을 요청했다. 맨발걷기국민운동본부의 깃발은 그날, 순례길 한가운데에서 높이 휘날렸다.

“모든 에너지를 다 썼다. 지금은 새벽 2시 20분”

오후 3시. 토레스 델 리오 숙소 도착. 그는 샤워를 했고, 상처 부위를 소독했다. 그리고 그대로 침대에 누웠다. 모두가 잠든 밤, 그는 새벽 2시가 넘은 시간에 깨어 조용히 일지를 적는다.

“오늘도 길 위에서, 나를 조금 더 안고 갑니다. 모든 에너지를 다 썼습니다. 그래도 걷고 싶습니다. 내일도, 맨발로.”

기사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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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권순대 2025.04.26 09:34

    ¡Buen camin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