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걷기국민운동본부 부산시 금정구 윤산 유병호 지회장]3일차 아침 7시 30분에 출발...UDT 출신 800km 순례길 도전

수비리서 팜플로나까지...순례자 도시로 가는 길
“오늘은 수비리에서 팜플로나까지입니다. 모두 함께, 아침 7시 30분에 출발합니다.”
한국시간 20일 오후, 맨발걷기국민운동본부 유병호 지회장(부산 금정구 윤산)에게서 또 하나의 메시지가 도착했다.
800km, 생장에서 산티아고까지 이어지는 성스러운 길. 그 위를 신발 없이 걷는 ‘맨발 순례’의 3일차 여정이 시작된다는 신호였다.
프랑스 생장을 떠난 지 사흘째. 피레네산맥의 바람과 바위, 자갈밭을 통과하며 몸은 지쳤을 법도 하지만, 유 지회장의 말투는 여전히 단단했다.
“비에 젖은 자갈길을 6시간 걸었지만, 괜찮습니다. 길이 저를 받아줍니다.”

"자갈, 언덕, 돌바닥...몸으로 기억할 것"
이날의 목적지는 스페인 나바라주의 수도, 팜플로나. 20.5km의 여정은 ‘가장 쉬운 구간’이라지만, 맨발로 걷는 이에게는 또 다른 차원의 도전이다.
“오늘도 가시밭이냐고요?”
유 지회장은 짧게 웃더니, 이렇게 말했다.
“오늘은 흙, 자갈, 미끄러운 언덕, 그리고 도시의 돌바닥입니다. 이 길을 몸으로 기억하게 될 것 같습니다.”
7일차 코스(맨발걷기 도보 기준 3일차)에는 아름다운 중세 마을들이 이어진다. 초입에는 상업과 순례로 성장한 라라소냐(Larrasoaña)가 있다. 이곳엔 옛 도적들의 매복지였던 ‘라라소냐 다리’가 순례자들을 맞는다.
“다리 위에 서니, 중세 순례자들이 밟았을 돌 틈이 그대로 살아있더군요.”
이후 들르는 수리아인(Zuriain)과 이로츠(Irotz), 고요한 풍경 속의 마을들은 하나같이 “사색과 침묵을 위한 공간”이라고 했다.
“걷다 보니 말이 줄더군요. 발이 땅을 이야기하게 되니까요.”
"걷다 보니 말수 줄어...땅과 대화하니까"

"맨발로 기도하듯 걸었다. 그게 바로 순례자~”
목표지인 팜플로나(Pamplona)는 단순한 대도시가 아니다. 중세 나바라 왕국의 수도였으며, ‘산 페르민 축제’로 유명한 역사와 열정의 도시다.
“팜플로나 성문을 지날 때, 그냥 도시로 들어간 게 아니었어요. 마치 순례자가 문턱을 넘어, 시간의 강을 건넌 기분이랄까. 발이 뜨거웠어요.”
도시 안팎에는 16세기 성벽, 팜플로나 대성당, 삼위일체 다리 같은 유서 깊은 명소들이 가득하다.
유 지회장은 특히 삼위일체 다리 위에서 오래 멈췄다고 했다.
“맨발의 발자국을 기억하는 돌이 있는 듯했어요. 마치 나를 알아보는 듯한 느낌.”
도보 3일차. 이미 피레네산맥의 강풍과 비, 자갈과 진흙을 겪은 유병호 지회장의 발엔 작은 붕대들이 감겨 있었다. 하지만 그의 사진 속 표정은 오히려 밝았다.
우비를 입고 걷는 모습, 알베르게 숙소 앞에서 만난 순례자들의 ‘엄지척’은 이 여정이 단순한 도전이 아닌, 공유되고 있는 희망임을 보여준다.
“내 발자국 기억하는 돌이 있었다”

"땅은 사람을 안아줄 줄 알더라"
“모두 놀라면서 어떻게 걷느냐 묻습니다. 하지만 전, 발이 땅을 믿는다고 대답합니다. 그리고 땅은, 사람을 안아줄 줄 알더군요.”
그는 대한민국 해군 특수전전단(UDT/SEAL) 출신이다. 소말리아 제미니호 인질 구출작전, 연평해전, 안인진리 잠수함 사건의 주인공이자, ‘위국헌신 군인본분상’을 수상한 진짜 용사다. 하지만 지금, 그는 그 어떤 작전보다 조용하고 오래가는 싸움을 하고 있다.
800km, 단 한 걸음도 쉬운 순간이 없는 ‘맨발의 순례’. 유 지회장은 매일 땅과 대화하며, 발로 기도하듯 길을 걷고 있다. 그리고 이 길은, 단지 유 지회장의 길만은 아니다.
이제, 대한민국의 수많은 맨발이 그의 뒤를 따를지도 모른다.<계속>
"대한민국의 수많은 맨발이 그 뒤를 따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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