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걷기국민운동본부 부산광역시 금정구 윤산 유병호 지회장]
“생장 알베르게 숙소 도착입니다.”
한국시간 20일 오전 4시 16분, 조용한 새벽을 깨우는 한 통의 메시지가 도착했다. 보낸 이는 맨발걷기국민운동본부 유병호 지회장(부산 금정구 윤산).
그는 지금, 프랑스 생장을 출발해 스페인 산티아고까지 이어지는 800km 성지순례길을 맨발로 걷고 있다.
그 여정의 시작점은 피레네산맥. 거세게 몰아치는 비와 바람, 돌과 자갈이 뒤엉킨 유럽의 하늘길을 신발 없이 넘는다는 것. 상상조차 어려운 고행길이지만 그는 그것을 맨발로 시작했다.
“(여긴 프랑스 기준) 낮 12시입니다.”
처음으로 사진 8장이 도착했다. 생장 알베르게 숙소 인근 거리 풍경이 담겨 있었다. 고풍스러운 골목 사이로 햇살이 부서지듯 내려앉고 있었다. 생장은 산티아고 순례를 떠나는 프랑스 구역 출발지다.
조용한 새벽을 깨우는 한 통의 메시지


12시간 피레네산맥 맨발로 행군
그 다음은 12시간에 걸친 산길 행군 후 촬영된 영상이 왔다. 피레네산맥의 봉우리를 넘으며 촬영한 영상이었다.
“오전 6시 30분에 출발해 오후 6시 30분에 도착했습니다.”
동영상은 말 대신 자연이 전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었다. 비에 젖은 자갈길, 자갈 위로 떨어지는 빗소리, 무게감 있는 발걸음 소리, 거센 바람이 스치는 소리. 그의 발은 신발 없이 그 위를 걷고 있었다.
그는 말한다.
“1일차 피레네산맥, 강풍 20노트 이상. 사람이 바람에 밀렸습니다. 2일차는 자갈과 바위, 흙 미끄러짐. 비에 6시간 노출.”
자갈과 바위길에 강풍 몰아쳐...비에 6시간 노출도



"바람은 적이 아니야. 혹독한 인사말이야"
등 뒤에서 밀어붙이는 강풍은, 가끔은 넘어뜨리려는 듯, 또 때로는 등을 떠미는 선생처럼 느껴졌다.
그는 그 바람을 적으로 삼지 않았다. 대신 세상에서 가장 혹독한 인사말처럼 맞이하며, 한 발 한 발 땅에 새기듯 걸었다.
바람은 말했고, 땅은 응답했다.
“그래, 너는 진심이구나.”
발은 아팠지만, 마음은 맑았다. 뾰족한 돌멩이들은 차디찬 침묵 속에서 영혼을 다듬는 숫돌처럼 느껴졌고, 흙길은 신음하듯 흔들렸지만 그 위를 걷는 마음은 묵직한 평화를 향해 흔들림 없이 나아갔다.
그는 힘들다고 하지 않았다. 대신 “가장 난 코스라고 하네요”라고 담담히 전했다. 그 말속엔 이미 무너뜨릴 수 없는 단단함이 깃들어 있었다.
"뽀족한 돌멩이는 영혼 다듬는 숫돌이지"


휘날리는 맨발걷기국민운동본부 깃발~
이튿날 행군에서 촬영한 사진 세 장이 도착했다. 맨발 위에 감긴 붕대, 장대비 속에 걸어가는 우비 입은 모습, 그리고 숙소에 놓인 짐가방. 한 장의 사진엔 ‘맨발걷기국민운동본부’의 깃발과 격문이 함께 담겨 있었다.
그는 말했다.
“숙소에서 다시 만나면 외국 순례자들이 ‘엄지척’하며 다가옵니다. 제 발을 보며 놀랍니다. 모두 ‘이런 순례는 처음 본다’고 합니다.”
그 길의 시작, 생장에 도착했을 때의 심정은 마치 오래된 편지봉투를 열고, 그 안에 적힌 옛 연인의 이름을 다시 마주하는 순간 같았을 것이다.
설렘과 긴장, 두려움과 기대가 뒤섞인 채, 오래도록 가슴속에 간직했던 “그 길”을 향해 첫 발을 내디뎠다.
그는 그렇게 말하지 않았다. 하지만 사진 속 풍경은 말했다. 햇살 한 조각에 마음을 실은 듯한 눈빛, 골목 끝에 걸려 있는 옛 성당의 종소리 같은 정적, 그 사이를 가로지르며 찍힌 맨발.
이 길을 기다려왔다고, 지금 걷는 이 순간이 바로 살아 있음을 느끼는 찰나라고, 말없이 전하고 있었다. 그는 말 대신 길을 택했고, 말 대신 걸었다.
외국인 순례자들 맨발 보고 ‘엄지척’
이 여정의 주인공 유병호 지회장은 결코 평범한 이가 아니다.
대한민국 해군 특수전전단(UDT/SEAL) 출신. 1996년 강릉 잠수함 사건 당시, 권총 한 자루만 들고 북한 잠수함에 최초로 진입했던 인물. 연평해전 대치, 아프간 파병, 소말리아 인질 구출작전 등 숱한 전장을 헤쳐온 특수요원. 안중근의사 100주년 기념 ‘위국헌신 군인본분상’ 수상자.
그가 이제는 전쟁 대신 평화와 치유의 맨발 순례에 나섰다.
전쟁 대신 평화와 치유의 맨발 순례

상처 입은 발바닥, 불굴의 의지 상징
상처 입은 발바닥 사진 한 장이 마지막으로 도착했다. 피로 가득할 법한 그 발은, 그러나 불굴의 의지를 품은 또 하나의 깃발처럼 빛나고 있었다.
이렇게 유 지회장의 ‘맨발 산티아고 순례’는 시작되었다. 지금, 한국은 새벽 여명이 터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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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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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룡 2025.04.20 09:33
유병호 지회장님의 대단한 용기와 실천력에 응원의 박수를 보냅니다. 여건만 허락한다면 저도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입니다. 그런데 발가락 2지, 3지 밑에 피멍 물집이 생겼군요 4,5지 밑에도 굳은살이 있는 것으로 보아 발걸음에 문제가 있습니다. 걷는 모습 동영상을 보지 못해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약간 팔자걸음을 걸을 개연성이 있습니다. 이런 경우 주로 힘을 써야 하는 엄지가 체중 받치지 못하고 보조 겸 균형을 맡은 2~5지가 힘을 쓰면서 생기는 현상입니다. 이는 걸음걸이를 조금 수정하면 좋겠습니다. 방법은 엄지가 목표방향을 향하는 11자 걸음을 기본으로 하고, 발을 디딜 때 뒷굼치 먼저 땅에 닿은 후 발 앞부분은 엄지발가락 쪽이 먼저 땅에 닿게 딛으면 됩니다. 이 내용을 현지에 전해주시면 좋겠습니다.
남양우 2025.04.20 22:46
유지회장님! 도전정신에 박수를 보냅니다! 다음에 저도 도전하고 싶습니다! 열렬히 응원합니다!ㅎㅎ
임학섭 2025.04.20 16:19
유병호 지회장님, UDT 전사 출신~~. 산티아고 순례길 도전에 존경과 경의를 보내 드립니다. 비도 많이 올 때도 있는가 본데 저체온 등 조심하시고 발 다치지 않게 신경 써가시면서 건강한 모습으로 순례를 마치시기를 바랍니다. 멀리서 건승을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