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보] 하루평균 20km 36일간 K-맨발 알리는 맨발의 산티아고 순례자

대한민국 해군 특수전전단(UDT/SEAL) 출신맨발걷기국민운동본부 부산 금정구 윤산지회장- 유병호 씨의 산티아고 맨발 순례에 부쳐 -

■ 신발을 벗는다는 것

우리는 매일 아침, 신발을 고르는 일로 하루를 시작한다. 기능성 깔창, 쿠셔닝, 충격 흡수 신발은 이제 발을 보호하는 도구를 넘어, 하나의 삶의 방식이 되었다.

하지만 지금, 그 모든 것을 벗어던지고 맨땅 800km를 맨발로 걷기 시작하려는 사람이 있다. 나이 예순넷, 유병호 씨다.

14일(한국시간), 그는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맨발로 걸어 나선다. (맨발걷는 코스 기준으로) 출발지는 프랑스 생장. 하루 평균 20km씩 약 36일간 이어지는 길이다.(전체 여정은 14일부터 내달 25일까지다.)

바위와 자갈, 흙과 모래가 교차하는 낯선 길 위에, 그는 신발 대신 맨발을 선택했다. 그의 도전은 얼핏 무모해 보인다. “그 나이에?”, “요즘 같은 시대에?”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하지만 누군가의 무모함은, 또 다른 누군가에게 인생의 전환점이 된다.

■ 왜 맨발인가

“맨발은 가장 정직한 신발입니다.”

그의 말은 짧지만, 가볍지 않다.

맨발로 걷는다는 건 단순한 운동이 아니다. 땅을 직접 느끼는 감각, 자연과 이어지는 본능적인 교감, 자신과 마주하는 고요한 시간. 맨발은 가장 원초적인 인간의 언어다.

부산 윤산의 황톳길 위에서 그는 1년 365일,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맨발로 걸었다. 땅을 딛는 그 발걸음에는 단련된 체력보다 단단한 마음이 담겨 있었다. 지금 그 발이 향하는 곳은 세계의 순례길이다.

그는 말한다.

“맨발은 진심만 남기는 발걸음입니다.”

이 여정은 외면의 고행이 아니라, 내면의 성찰이다.

■ 유병호, 발바닥에 새긴 인생

그의 발자국은 우연이 아니다. 유 씨는 대한민국 해군 특수전전단(UDT/SEAL) 출신이다.

1996년 강릉 안인진리 북한 잠수함 사건 당시, 최초로 내부 진입한 주역이 바로 그였다. 제1 연평해전에서는 45일간 북한과 대치했고, 항구적 자유작전(4개월) 파병 임무도 완수했다.

두 차례의 소말리아 파병에서는 제미니호 인질 구출작전을 성공적으로 이끌었으며 안중근의사 100주년 기념 위국헌신군인본분상을 수상한 적도 있다.

그는 오랜 시간 생사의 경계에서 임무를 수행해 왔다. 극한의 긴장 속에서 단련된 정신력과 육체. 그런 그가 말하는 ‘정직한 발걸음’은 단지 건강의 문제가 아니라, 삶 전체를 꿰뚫는 태도에 가깝다.

유튜브로 준비 물품을 설명하는 유병호 씨.
유튜브로 준비 물품을 설명하는 유병호 씨.
유튜브로 준비 물품을 설명하는 유병호 씨.
유튜브로 준비 물품을 설명하는 유병호 씨.

■ K-맨발, 새로운 길이 되다

이번 산티아고 순례는 그에게 단순한 개인의 도전이 아니다. 그는 이 여정을 ‘K-맨발 걷기’의 출발이라 부른다.

한류가 방탄소년단(BTS), 김치, 드라마로 전 세계를 물들였다면, 이제는 자연과 건강을 향한 한국식 삶의 방식(맨발걷기 등)이 이어질 차례라고 말한다.

그가 속한 맨발걷기국민운동본부(회장 박동창)는 지난 9년간, 잊혀진 자연의 감각을 되살리는 운동을 이어왔다. 부산 금정구 윤산지회장인 유병호 씨 주변에는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지표가 개선되었다는 사례도 적지 않다. 모든 것이 과학으로 설명되진 않더라도, 중요한 건 사람들이 다시 자기 몸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그의 발이 닿는 자리는 단순한 흙길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잊고 지내온 생명성과 마주하는 자리이자, 기술과 속도의 시대에 진정 내려놓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묻는 철학적 공간이다.

■ 기도처럼 걷는 한 걸음

“산티아고 순례는 제게 기도입니다.”

그는 이 길을 종교적 의식이 아닌, 삶의 고백이라 말한다.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고, 맨발 걷기의 의미를 세상에 전하기 위한 사명의 발걸음이다.

누군가의 발자국은 또 다른 누군가의 마음을 흔든다. 그의 맨발 위로, 우리 삶의 수많은 질문들이 포개진다. 진심이 담긴 한 걸음은 결국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

■ 우리도 신발끈을 풀어볼 시간

그가 걸을 때, 우리도 한 번쯤 신발끈을 풀고 동네 한 바퀴를 걸어보면 어떨까. 공원의 흙길도, 아파트 단지의 잔디밭도 괜찮다. 땅과 맞닿는 그 짧은 순간에, 어쩌면 아주 오랫동안 잊고 있던 감각이 깨어날지 모른다.

유병호 씨의 맨발 순례는 단지 한 개인의 도전이 아니다. 그것은 건강과 생명, 그리고 진심의 회복을 향한 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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