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문] '흙 속의 손주사랑'...할아버지의 슬기로운 육아법
60대 중반인 O전O는 어린 손주를 보며 문득 오래전 기억이 떠올랐다. 연로하신 부모님께서 아직 기어 다니던 큰놈을 돌봐주시던 시절이었다.
아침부터 분주하게 기저귀를 갈아주던 어머니, 그리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아버지는 갑자기 기저귀를 확 벗겨내더니 아이를 알몸 그대로 안아 들고 나가셨다. O전O는 놀라서 따라나갔지만, 아버지는 태연하게 마당을 지나 동네 놀이터로 향했다.
"냅둬라, 절대로 흙 안 먹는다. 글쿠, 흙기운 받아야 건강해."
아버지는 모래밭 한가운데 손주를 조심스레 내려놓으셨다. 아이는 처음에는 어리둥절한 듯하더니 곧 사방을 기어 다니며 흙을 만지고, 손으로 퍼 올리고, 얼굴에 잔뜩 묻히기 시작했다. 이내 입술까지 새까매지고 말았다.
"아버지, 애가 흙을 먹어요!“
O전O가 다급하게 말하자 아버지는 호탕하게 웃으며 손을 저었다.
"놔둬라. 흙도 먹어봐야 뭐가 맛없는지 안다. 근데 신기하게도 그냥 입에 묻을 뿐이지, 삼키진 않는다."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알 길이 없었지만, 한참을 지켜보니 정말로 아이는 흙을 잔뜩 만지작거리면서도 씹지는 않았다. 손으로 입가를 문지르고, 콧등에 묻은 흙을 털어내며 깔깔 웃었다. 모래알이 쏟아지는 작은 폭포 같기도 했다. 그러다 지쳐서 모래밭에 벌러덩 드러누운 아이를 보며 아버지는 흐뭇하게 고개를 끄덕이셨다.
"자연 속에서 커야 튼튼하다. 흙기운 받고, 바람 맞고, 해를 봐야 하는 기라."
그때는 잘 몰랐지만, 이제 와서 생각해 보면 아버지의 그 철학이 참으로 깊었다. 아이를 무균실처럼 깨끗한 곳에 가두기보다는 자연 속에서 단단해질 기회를 주는 것이 더 큰 사랑이었음을, 김전배 씨는 이제야 깨닫는다.
손주는 이제 조금 커서 작은 손으로 땅을 파고, 돌멩이를 주워 모으고, 가끔은 흙을 손바닥에 올려놓고 신기한 듯 바라보곤 한다. 그 모습을 볼 때마다 김전배 씨는 아버지가 했던 말이 떠오른다.
"흙도 먹어봐야 뭐가 맛없는지 안다."
세상을 살아가면서도 마찬가지 아닐까. 부드러운 것만 만지고, 좋은 것만 겪으며 자랄 수는 없다. 때때로 흙을 만지고, 손에 묻히고, 맛도 보고, 때로는 넘어져서 입술에 흙이 묻는 경험도 해야 한다. 그래야 진짜로 단단해진다.
O전O는 웃으며 손주를 바라본다. 그리고 이번엔 자신이 먼저 손주의 양말을 벗기고, 맨발로 땅을 밟아보라고 한다. 손주가 눈을 반짝이며 조심스럽게 발을 내디딘다. 작은 발이 흙 위에서 움찔거리다 이내 익숙해지듯 움직인다.
O전O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오래전 아버지가 했던 것처럼 작은 미소를 지어 보인다. 세월이 흘러도, 흙이 주는 사랑과 교훈은 여전히 변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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