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과 기업을 가미카제 자살특공대로 내몰아서야 되겠나’

이경묵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23일 개인 블로그에 글 올려"물밑 외교협상으로 갈등 풀라""경제 전쟁 땐 양국 모두 손해"“질 것 뻔히 알면서도 기업과 국민을가미카제 특공대 같이 내 보내서장렬하게 전사하도록 하면 곤란"

이경묵 교수
이경묵 교수

서울대 경영학과 이경묵 교수가 ‘한일 양국이 서로 강수를 두겠다고 하면서도 물밑으로는 외교 협상을 하면서 갈등을 풀면 좋겠다’고 촉구했다. 이 교수는 그 근거로 ‘한일간의 경제 전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양국이 다 손해를 볼 것이 명확하다’는 점을 들었다.

이 교수는 23일 오전 자신의 블로그 '다 함께 잘 사는 나라'에 ’‘한일문제, 국민과 기업을 가미카제 자살특공대로 내몰지 말아야 한다’는 제목으로 글을 올렸다.

(이 교수는 이 블로그를 '조직이론, 조직설계론, 창업론, 인사관리, 기업과 사회를 가르치고 공부한 것을 바탕으로 정부의 정책 대안을 제시하는 블로그'라면서 '특정 정당이나 정파를 지지하거나 비판하기 위한 것이 아님을 밝혀 둔다'고 명시했다.)

이경묵 교수는 우선 ‘한국만의 힘으로는 일본과의 경제전쟁에서 승리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본과 1:1로 싸워도 승산이 없고, 전 세계 주요 국가의 지지를 바탕으로 일본과의 전쟁에서 승리하기도 어렵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정부가 협상을 통한 원만한 타결을 최종 목적으로 삼고 애쓰고 있을 것”이라며 “그 노력이 성공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한국이 승리하기 어려운 싸움인 근거로 2010년 국가 및 지역 간 무역에 관한 자료를 곁들여 설명했다.

“한국과 일본 간의 무역을 보겠습니다. 한국이 일본에서 수입하는 금액의 70% 이상이 중간재입니다. 소재, 부품, 설비라는 것입니다. 반면에 한국이 일본에 수출하는 금액 중에서 중간재가 차지하는 비중은 30~40% 사이입니다. 중간재에 대해서는 일본의 한국에 대한 의존도보다 한국의 일본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상대 국가에서 사 오던 것을 다른 나라에서 사올 수 있느냐까지 고려하면 일본 기업들이 우리에게 중간재를 팔지 않으면 가동이 불가능할 우리나라 첨단 공장이 많을 것이라는 점을 추측할 수 있습니다.”

주변국을 동맹으로 끌어들이면 승산 있을 수도 있어

이 교수는 “무역전쟁이 일어나 두 나라 간의 교역이 끊기면 일본보다 한국이 훨씬 더 큰 피해를 보리라는 것은 쉽게 알 수 있다”면서 “경제 전체의 무역의존도까지 고려하면 한국보다 일본이 무역 전쟁으로 인한 피해를 견딜 맷집이 훨씬 크다”고 밝혔다. 그는 “2017년 기준으로 한국은 무역의존도가 70% 정도인데, 일본의 무역의존도는 28% 정도”라면서 “무역의존도는 수입과 수출을 더한 교역액을 GDP로 나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과 일본 정부는 경제 전쟁을 벌이면 둘 다 손해를 본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이 그림은 2010년 국가 및 지역 간 무역에 관한 자료다. 화살표의 굵기는 수출액 혹은 수입액의 규모다. 10억 달러 단위다. 화살표의 색채는 무역액 중에서 중간재의 비중이다. 9년 전 자료지만 전체적인 무역 구조에는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일본 경제산업성이 2013년에 발간한 오니즈카 다카코가 쓴 ”커넥티비티를 둘러싼 의론의 상황”이라는 책에 나오는 그림을 한국노동연구원 배규식 원장이 이해하기 쉽게 수정한 것이다. (그림=이경묵 교수 페이스북)

한국의 주변국은 한국의 손을 들어줄까?

“일본은 국내 시장 규모가 훨씬 크기 때문에 무역의존도가 낮은 것입니다. 핵심 소재, 부품, 장비의 일본에 대한 의존도와 양국 경제의 무역에 대한 의존도를 동시에 고려하면 한국의 경제력만으로는 일본을 이기기 어렵다는 것은 명확합니다.”

이경묵 교수는 일본의 주요 교역국이 우리 편을 들어준다면 경제 전쟁에서 이길지도 모른다고 전망했다. 미국, 중국, 대만, 홍콩, 태국, 호주, 사우디아라비아 등 일본의 주요 교역국이 한국 편을 들어준다면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그는 그 국가들이 한국 편을 들어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한국 주장의 명분도 있어야 하고, 해당 국가의 실리도 있어야 합니다. 명분에서는 어떨까요? 경제 제재를 일본이 먼저 시작했다는 점에서는 한국이 명분에서 앞섭니다. 그러나 다른 나라에서 일본의 경제 제재를 야기한 것이 한국 대법원 징용 피해자 판결이고 그 판결이 타당하지 않다고 판단한다면 한국이 명분에서도 뒤질 수 있습니다. 필자가 법학을 전공하지 않아서 대법원 판결이 타당한지를 알지 못합니다. 다만 기존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판단해 보면 한국이 명분에서 이기는 것이 쉽지 않아 보입니다.”

한국의국제법 학자들조차도 일본 손을 들어줄 수 있어

이 교수는 한국 국제법 학자들조차도 일본의 손을 들어준다고 소개했다. 2012년 5월의 대법원 판결을 놓고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의 이근관 교수가 국제법적 차원에서 검토한 결과를 공개했다.

“첫째, 강제징용 피해자의 청구권이 한일협정의 물적 대상에 포함되었기 때문에 추가적으로 일본에 청구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답니다. 한일협정으로 개인들의 청구권도 소멸되었다는 것입니다.

둘째, 국가가 국민들을 대신해서 보상받는 일괄보상 협정이 여전히 인정받고 있기 때문에 1965년 청구권 자체에 의해 개인의 청구권이 소멸되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고, 따라서 1965년 한일협정의 효력을 문제 삼기는 어렵다는 것입니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셋째, 대법원의 판결은 사법자제(Judicial self-restraint)의 원리에 비추어 신중하지 못한 것이었다는 것입니다. 국가 간에 큰 문제를 유발할 수 있는 판결을 할 때는 행정부의 의견을 물어보는 것이 타당한데, 행정부가 지속해 온 협정에 대한 해석을 무시하고, 행정부의 의견을 듣지 않은 것은 신중하지 못하다는 것입니다.”

이경묵 교수는 그 외의 사례도 제시했다. 주진열 부산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2018년 12월 서울국제법연구에 게재한 논문을 인용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청구권 협정의 해석이 아니라 폐기이며, 사법부 권한을 완전히 넘어선 것이다. 한일 양국의 국제관계에서 보면 이번 판결은 국제법 분쟁의 도화선이라는 점에서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국제법에 위반되는 대법원 판결로 강제집행이 이루어지면 국제법 위반 책임은 결국 대한민국으로 귀속된다. 한국 정부가 대법원 판결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계속 유지한다면, 청구권 협정 분쟁의 외교적 해결은 불가능하므로, 한일 양국이 합의한 국제 법정에서 국제법에 따라 해결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다."

이경묵 교수는 (징용 피해자가 배상을 받을 권리가 있을 수 있다고 주장하는) 고려대학교의 강병근 교수조차도 우리에게 유리하지 않은 견해를 갖고 있다고 소개했다.

“강병근 교수는 2014년 저스티스 학술지 게재 논문에서 ‘국내 국제법 학계에서는 1965년 청구권 협정의 내용 중 청구권에 강제징용으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권이 포함된다는 의견이 매우 강하다’고 정리했습니다. 한일 양국 간의 협정에 대한 해석 문제와 관련해서는 ‘한일 양국이 1965년 청구권 협정의 해석에 관한 이견을 신속히 해결하려면 우선 한일 양국 간 국제재판이나 1965년 청구권 협정 제3조에 따른 중재절차를 활용하는 것을 적극 고려해 볼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제안하고 있습니다.”

주요 주변 국가의 실리에서도 일본을 이기기 어려워

이경묵 교수는 해당 국가의 실리에서도 일본을 이기기가 어렵다고 우려했다. 그는 “제3국에게 한국과 일본이 경제전쟁 중이니 한 나라를 고르라고 하면 해당 국가가 어떤 나라인지에 따라 답이 다를 것”이라면서 “중국은 한국의 손을 들어 줄 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국가는 실리라는 면에서 일본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국제 사회에서 한국보다는 일본의 영향력이 세고, 무역 등 직접적인 교류에서도 일본과의 교류가 더 많기 때문이라는 점을 그 근거로 들었다.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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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에서는 일본의 불법 식민지 지배로 따른 강제에 대해 위로금을 줘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영국, 프랑스, 독일, 스페인 등 식민 지배를 했던 나라들은 한국의 그런 주장에 전혀 동조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것이 국제법적으로 인정되면 과거에 자신들이 식민 지배했던 국가와 국민들에게 엄청난 배상금을 물어야 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메모리 반도체 생산하지 않겠다고 하면 주변국이 한국을 도와줄까

이경묵 교수는 메모리 반도체 생산을 하지 않겠다고 해도 주변국이 한국을 도와줄지는 의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마지막 카드는 메모리 반도체를 무기로 자해 공갈을 하는 것”이지만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디램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전 세계 시장점유율이 73%이고, 낸드는 두 회사의 세계 시장점유율이 40%입니다. 두 회사가 공장 가동을 중단하고 메모리 반도체를 공급하지 않겠다고 하면 전 세계 경제에 엄청난 타격을 줄 수 있습니다. 나라가 망하는 한이 있더라도 일본이 무릎을 꿇을 때까지 투쟁하겠다고 할 수 있습니다. 손해를 보는 많은 나라들이 외교적 문제를 경제적으로 보복한 일본에 문제가 있고, 경제 제재를 풀라고 할 것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한일협정에 대한 해석과 관련해서 우리 손을 들어주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가 한일협정 제3조에 따라 해결하자는 일본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아 문제를 유발한 것이라고 해석하면 우리나라의 국제적인 이미지도 나빠질 것입니다.”

2차 대전 때 일본이 미국 대상으로 싸워보자고 한 것과 같아

한마디로, ‘2차 세계대전 때 일본이 미국을 대상으로 싸워보자고 한 것과 같다’는 것이다.

“일본은 진주만 공습을 하면서 미국과의 전쟁을 시작했습니다. 미국보다는 못하지만 일본도 클 만큼 컸으니 싸울 만하다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경제력과 국방력이 부족하면 정신력으로 싸워 이길 수 있다고 했을 것입니다. 가미카제 특공대를 보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싸우면 이길 수 있다고 했을 것입니다. 전쟁에 반대하는 자들은 매국노라고 했을 것입니다. 지금 한국 정부에서 하는 것과 너무나 유사합니다.”

이경묵 교수는 “질 것을 뻔히 알면서도 기업과 국민들을 가미카제 특공대 같이 내 보내서 장렬하게 전사하도록 하는 것은 좋은 정부냐”고 반문했다. 그는 “대통령과 참모들이 그렇게 우매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한국의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강수를 두고 있는 것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결론: 통합적 협상 통해 과거사 문제 불가역적 해결해야

이 교수는 결론적으로 ‘통합적 협상을 통해 과거사 문제를 불가역적으로 해결하면 좋겠다’고 밝혔다. 일본이 경제 제재를 한다고 하니 한국도 그에 대응하는 것이 협상 차원에서 좋을 수는 있지만 너 죽고 나 죽자 식의 투쟁이 되어서는 곤란하다는 것이다.

“하루빨리 물밑 교섭을 시작해서 과거사 문제, 경제 협력 문제 등 한일 관계와 관련된 모든 문제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협상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일본과 직접적인 협상을 시작하는 것이 어렵다면 미국에 중재를 요청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국과 일본의 관계가 깨지면 미국의 대중국 포위 전략이 깨질 수 있기 때문에 미국에게 큰 문제입니다. 문제가 더 커질 것 같으면 미국이 나서줄 것입니다.”

이경묵 교수는 ‘일본과는 맺고 있지 않은 자유무역협정(Free Trade Agreement)을 테이블 위에 올리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이왕에 하는 것 앞으로는 더 이상 과거사 문제로 서로 시비를 걸지 않겠다는 불가역적 조치를 취하면 좋겠다는 주장이다.

“대통령과 참모들께서 현명한 분들이니 협상을 통한 원만한 타결을 최종 목적으로 삼고 뛰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노력이 성공하길 간절히 소망합니다.”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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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묵 교수는 다음 논문을 참고했다고 밝혔다.

①강병근. "국제법적 관점에서 본 일제강제징용 배상판결의 주요쟁점에 관한 연구." 저스티스 (2014): 234-268.

②이근관. "일제강제징용사건 대법원 판결에 대한 종합적 연구; 한일청구권협정상 강제징용배상청구권 처리에 대한 국제법적 검토." 서울대학교 법학 54.3 (2013): 327-391.

③이근관. "외교문제에 대한 사법자제의 원리: 비교법적 고찰." 서울국제법연구 20.2(2013): 25-71

④주진열. "1965 년 한일 청구권협정과 개인청구권 사건의 국제법 쟁점에 대한 고찰: 대법원 2018. 10. 30. 선고 2013 다 61381 전원합의체 판결을 중심으로." 서울국제법연구 25.2 (2018): 173-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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