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준 기자의 ‘내가 만난 스타’ 이청용]일찌감치 축구에 인생 건 이청용육상선수 아버지의 유전자 타고나 빨라정강이뼈 부러지는 부상 겪고도 부활
[편집자 주] 체육기자로 활약한 중앙일보 이해준 기자의 ‘내가 만난 스타’를 연재합니다. 이 기자는 간결하고 반듯한 문장과 현장감 넘치는 표현으로 독자들에게 ‘글맛’을 느끼게 합니다. 단순 나열식 문장이 아니라 마치 영화의 한 장면을 떠오르게 하는 방식으로 묘사를 합니다. 독자 여러분도 이 기자처럼 자신의 경험담을 글로 진솔하게 표현해 보내 주시면 실어 드리겠습니다.
[글쓴이 주] 편집국 스포츠부를 떠난 지 어언 4년이 흘렀다. 한동안 글쓰기도 싫고, 운동 경기를 쳐다 보기도 싫었다. 일로 글을 쓰고, 스포츠를 본 세월이 너무 길어서다. 지난해부터 다시 축구를 보기 시작했다. 글을 쓰고 싶은 마음도 다시 생겼다. 내가 스포츠를 취재하며 만난 사람들, 겪은 사건, 들었던 이야기, 느꼈던 점을 편한 마음으로 쓰려한다. 이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한동안 고민했다. 그냥 나를 위해서 쓰기로 했다. 그 시절을 추억하는 건, 자신을 돌아보는 즐거운 일이다.
#1 이청용은 FC서울을 담당할 때 취재했다. 그는 중학교를 중퇴하고 프로팀에 입단해 스타가 됐다. 병역 면제를 염두에 둔 결정이다. 일찌감치 축구에 인생을 건 셈이다.
#2 그의 아버지는 육상선수 출신이다. 이청용은 부모로부터 좋은 유전자를 받고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는 아들이 FC 서울에서 뛸 때면 조용히 경기장 2층에서 경기를 보고 돌아갔다. 내 아들의 동선을 쫓아가며 관전하면 얼마나 기분이 좋을까. 많은 축구 대디들이 꿈꾸는 일이다.
#3 그의 아버지와 인터뷰한 적이 있다. 그가 아들에 대해 이야기한 것 중에서 기억에 남는 게 하나 있다.
“청용이는 고집이 세요. 자기가 한 번 가지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얻어내고야 말아요.”
그가 축구를 선택한 것도, 중퇴를 하고 축구에 전념한 것도 그런 성격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4 가냘퍼 보이는 선수가 잘 할 수 있을까라는 건 기우다. 그는 빠르다.

#5 그가 볼턴 원더러스에 입단했을 때 그를 취재하러 영국에 갔다. 그는 선뜻 자기 집 방 한 칸을 내줬다. (나한테 방을 내줘서 하는 말은 아니고^^) 그는 성격이 소탈하고, 예의가 바른 편이다. 영어 공부도 열심히 했다. 그는 영리하고, 속이 꽉 찬 선수다.
#6 그는 2011년 5부리그 선수에게 태클 당해 정강이뼈가 부러지는 심각한 부상을 당했다. 9개월 넘게 재활이 필요한 큰 부상이다.(이청용이 톰 밀러를 용서한 일은 매우 유명하다.) 그 때 이후 이청용은 좀처럼 그 이전의 퍼포먼스를 보여주지 못했다. 부상을 당했을 때 그의 나이는 고작 23세. 그리고 지금 그는 서른이다.
#7 그가 온갖 시련을 이겨내고 지금도 뛰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경이롭다. 갑작스러운 부상으로 몸이 예전 같지 않을 때 느끼는 실망과 절망을 그는 견뎌냈다. 이번 시즌은 지난 시즌보다 좀 더 나아졌다고 한다. 모처럼 벤투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에도 발탁된다.
#8 시련을 큰 시련으로 느끼지 않는 정신력. 좌절에 굴하지 않고 다시 일어서고야 마는 회복탄력성. 오늘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회복탄력성이다.
#9 지금껏 견뎌왔기에 앞으로도 몇 년 간 이청용이 만만하게 물러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비록 젊은 시절 빛나는 폭발력을 보여주지는 못할지라도, 그는 서른이라는 나이에 걸맞은 기량을 보여줄 것이다.
#10 다음 대표팀 경기 땐 이청용의 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이청용의 동선을 쫓아 경기를 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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