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레노 축구대표팀 감독이 아들에게 건넨 한마디, “넘어지면 다시 일어나면 된다”

열 살 아들에게 들려준 위로좌절한 한국 축구와 우리 모두에게 보내는 메시지입시·사업·질병·이별·상실·처벌 등 넘어졌다는 사실이인생의 패배를 뜻하지 않는다오늘 한 발, 내일 또 한 발이면 다시 시작 가능

한국 사령탑 취임 기자회견서 꺼낸 말

“넘어지면 다시 일어나면 된다.”

로베르트 모레노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취임 기자회견에서 꺼낸 말이다. 거창한 전술론도, 화려한 정신력 강의도 아니었다. 축구를 하던 열 살 아들이 발목 연골을 다쳐 한 달 동안 그라운드에 나설 수 없게 되자 아버지가 매일 밤 들려준 말이었다. “한 달 뒤를 미리 걱정하지 마라. 지금에 집중하자. 다시 일어나 한 발씩 내디디면 된다.” 모레노는 이 말을 월드컵 실패의 상처를 안은 한국 대표팀에도 들려주고 싶다고 했다.

이것은 축구선수에게만 필요한 말이 아니다. 세상을 살면서 한 번도 넘어지지 않는 사람은 없다. 인생은 잘 닦인 육상트랙보다 돌부리가 숨어 있는 비포장도로에 가깝다. 중요한 것은 넘어졌다는 사실보다 넘어진 자리에서 어떻게 적응하고 다시 움직이느냐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회복탄력성(resilience)’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회복탄력성 연구의 대표 학자인 앤 마스텐은 역경을 이겨내는 능력이 일부 특별한 사람만 가진 초능력이 아니라 인간의 일상적인 적응 체계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설명하며 이를 ‘평범한 마법(ordinary magic)’이라고 불렀다(Masten, 2001).

열 살 아들 축구하다 발목 연골 다치자....

상실과 충격을 연구한 조지 보난노 역시 중요한 사실을 발견했다. 큰 상실이나 잠재적 외상을 경험한 사람이 모두 오랫동안 심리적으로 무너지는 것은 아니며, 상당수는 다양한 경로를 통해 적응하고 삶의 기능을 이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Bonanno, 2004). 그러니 넘어졌다는 사실과 다시 일어설 수 없다는 판단은 같은 말이 아니다.

한국 축구대표팀도 넘어졌다. 좋은 선수(2학년 이홍석)를 다른 학교에 빼앗길 위기에 놓인 청주 세광고 야구부도 흔들릴 수 있다. 그러나 선수 한 명이 떠난다고 팀의 역사가 떠나는 것은 아니다. 빈자리는 처음에는 구멍처럼 보이지만 누군가에게는 햇빛이 들어오는 창문이 될 수도 있다. 벤치에 있던 선수가 일어서고, 후배가 성장하고, 남은 선수들이 더 단단히 뭉치면 위기가 새로운 팀을 만드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역경 이후의 적응에는 개인의 의지만이 아니라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 사회적 지지, 환경적 자원이 중요하게 작용한다는 것이 회복탄력성 연구의 핵심 가운데 하나다(Masten, 2001).

유망주 이탈한 세광고 야구부에도 해당

입시에 연거푸 실패한 N수생에게 불합격 통지서는 세상이 내리는 최종 판결문처럼 느껴질 수 있다. 사업에 실패한 사람에게 닫힌 사무실 문은 인생 전체가 폐업한 것처럼 보인다. 선거에서 거듭 낙선한 정치인에게 떨어지는 낙엽 하나조차 자신의 처지처럼 느껴질지 모른다. 협상 테이블에서 처절하게 실패한 협상가에게는 악수 한번 제대로 못 하고 돌아서는 길이 천 리처럼 멀 것이다.

그러나 시험의 실패는 인생의 불합격이 아니고, 사업의 폐업은 삶의 폐업이 아니며, 한 번의 협상 실패가 그 사람의 모든 가능성을 몰수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도달할 수 없는 목표를 무조건 붙잡고 있는 것보다 때로는 목표를 조정하고 새로운 목표에 다시 참여하는 능력이 심리적 안녕과 관련될 수 있다는 연구도 있다(Wrosch et al., 2003). 최근 235개 연구를 종합한 메타분석에서도 목표에서 물러날 때와 다시 새로운 목표에 참여할 때의 적응 과정이 서로 다르며, 상황에 맞게 목표를 조정하는 능력이 다양한 심리·기능적 결과와 관련된다고 보고했다. 다시 일어난다는 것은 반드시 같은 길로 다시 달린다는 뜻이 아니다. 때로는 길을 바꾸는 것도 전진이다.

사업의 폐업은 삶의 폐업이 아니다

몸의 시련은 더 아프다. 난치병과 싸우는 환자에게 “힘내라”는 말조차 때로는 짐이 된다. 어제 할 수 있었던 일을 오늘 하지 못한다는 사실 앞에서 사람은 쉽게 무너진다. 그럴 때 먼 훗날의 완치를 한꺼번에 짊어지려 하지 않아도 된다. 오늘 밥 한 끼를 먹고, 의료진의 지시에 따라 가능한 재활과 활동을 하고, 햇볕을 조금 쬐고, 사랑하는 사람과 한마디를 나누는 것. 그것도 앞으로 내디딘 한 걸음이다. 심리학에서 말하는 ‘자기효능감’은 자신이 필요한 행동을 수행할 수 있다는 믿음과 관련되며, 앨버트 반두라는 여러 종류의 외상 이후 회복 연구를 종합해 대처 자기효능감이 적응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Benight & Bandura, 2004).

마음의 상처도 마찬가지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버림받은 청춘에게 이별은 세상의 종말처럼 찾아온다. 부모와 가족을 잃은 사람에게는 아침이 오는 것조차 야속하다. 학교와 직장에서 따돌림을 당하는 사람은 수십 명 사이에 서 있으면서도 무인도에 홀로 남겨진 기분을 느낀다. 부모에게 상처받는 아이에게 집은 피난처가 아니라 두려움의 장소가 되기도 한다.

시험의 실패는 인생의 불합격 아니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빨리 잊어라”라는 재촉이 아니다. 상처가 아프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 손을 잡아줄 사람, 필요하다면 전문적인 보호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통로다. 실제로 사회적 지지와 외상 후 스트레스 증상의 관계를 분석한 대규모 메타분석에서는 139개 횡단연구 6만2천여 명과 37개 종단연구 2만5천여 명의 자료를 종합한 결과, 사회적 지지가 외상 후 적응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음을 확인했다(Wang et al., 2021).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메타분석에서도 사회적 지지와 도움 요청이 여러 심리사회적 결과와 관련되어 있었다(Rickwood et al. 관련 연구 종합; Heerde & Hemphill, 2018). 그러므로 다시 일어난다는 것은 혼자 이를 악물고 버티는 것만을 뜻하지 않는다. 때로는 “도와주세요”라고 말하는 것이 가장 용감한 첫걸음이다.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사람에게도 “빨리 잊으라”고 말할 이유는 없다. 현대의 애도 연구는 고인과의 내적 관계를 지속하는 ‘지속적 유대(continuing bonds)’가 사람마다 위안이 되기도 하고 고통과 복잡하게 얽히기도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애도에는 하나의 정답이나 시간표가 있는 것이 아니다(Taylor et al., 2023). 어떤 사람은 사진을 바라보며 살아가고, 어떤 사람은 추억을 이야기하며 살아간다. 중요한 것은 기억을 지워버리는 것이 아니라 그 기억을 품고도 다시 오늘을 살아갈 수 있는 길을 찾아가는 것이다.

잘못을 저지른 사람에게도 내일은 필요

잘못을 저지른 사람에게도 내일은 필요하다. 사법적 판단을 앞둔 피고인이나 학칙을 어겨 징계를 받게 된 학생이라면 자신의 행동에 따른 책임을 피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책임지는 것과 인생을 포기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잘못을 인정하고, 피해가 있다면 회복을 위해 노력하고, 합당한 책임을 받아들이고, 다시 같은 잘못을 하지 않겠다고 삶으로 증명하는 것 역시 ‘다시 일어서는 일’이다. 학교 현장의 회복적 접근에 관한 체계적 문헌고찰에서도 책임과 관계 회복을 중심에 둔 프로그램들이 학교 분위기와 갈등 관리, 또래·교사 관계 등에 긍정적인 가능성을 보여주었지만, 인과적 효과에 대해서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정리한다(Lodi et al., 2022).

자신에게 자비를 베푸는 것 역시 책임을 회피하는 태도와 같지 않다. 실패하거나 잘못한 사람에게 자기연민(self-compassion)을 갖게 한 실험에서는 오히려 자신의 약점을 개선하려는 동기, 잘못을 바로잡으려는 동기, 시험 실패 후 다시 공부하려는 행동이 증가했다(Breines & Chen, 2012). 자신을 용서한다는 것이 “나는 잘못이 없다”고 우기는 일이 아니라 “잘못했지만 여기서 끝나지는 않겠다”고 선언하는 일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넘어지고도 자신에게 남아 있는 자원을 발견해야

우리는 흔히 성공한 사람을 보며 넘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착각한다. 그러나 인생의 고수는 반드시 넘어지지 않는 사람이 아니다. 넘어지고도 자신에게 남아 있는 자원을 발견하고, 다른 사람의 손을 잡고, 목표를 수정하며 다시 살아가는 사람이다. 심각한 삶의 위기와 씨름하는 과정에서 삶에 대한 감사, 인간관계, 개인적 강점, 삶의 우선순위 등에 긍정적 변화가 나타나는 현상을 심리학에서는 ‘외상 후 성장(posttraumatic growth)’이라고 부른다(Tedeschi & Calhoun, 2004). 물론 모든 고통이 성장을 가져오는 것은 아니며 고통받는 사람에게 성장을 강요해서도 안 된다. 다만 상처 이후에도 삶에 새로운 의미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은 절망 속의 사람에게 작은 등불이 될 수 있다.

상처가 없는 사람이 강한 것이 아니다. 상처를 안고도 살아가는 사람이 강하다. 흉터는 반드시 패배의 낙인이 아니다. 한때 아팠지만 살아냈다는 몸의 서명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오늘 인생의 바닥에 앉아 있는 사람에게 먼 미래까지 생각하라고 요구하고 싶지 않다. 1년 뒤도, 한 달 뒤도 잠시 내려놓자. 모레노 감독이 아들에게 말했듯 지금에 집중해 보자. 심리치료 연구에서도 현재 순간을 알아차리고, 불편한 생각과 감정을 억지로 없애려 하기보다 받아들이면서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방향으로 행동하는 ‘심리적 유연성’이 심리적 고통의 감소와 관련되어 있음이 보고되고 있다(Macri et al., 2024).

상처를 안고도 살아가는 사람이 강하다

시험에 떨어졌다면 오늘 책 한 페이지를 다시 펼치면 된다. 사업이 무너졌다면 오늘 전화 한 통부터 다시 걸면 된다. 몸이 아프다면 의료진과 상의해 오늘 가능한 만큼 움직이면 된다. 마음이 부서졌다면 오늘 믿을 만한 사람 한 명에게 손을 내밀면 된다. 잘못했다면 오늘 사과와 책임의 첫 단추를 끼우면 된다. 울고 있다면 눈물을 닦는 것부터 시작해도 좋다.

아주 작은 행동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생각 역시 단순한 수사가 아니다. 우울증 치료에서 활용되는 행동활성화(behavioral activation)는 거창한 기분의 변화를 기다리기보다 의미 있고 구체적인 행동을 조금씩 회복하도록 돕는 접근이며, 무작위 대조시험들을 종합한 메타분석에서도 성인 우울증 치료에 효과가 있는 심리치료법으로 평가된다(Cuijpers et al., 2026).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책 전체를 덮어버리진 말자

인생은 우리에게 “왜 넘어졌느냐”고만 묻지 않는다. 언젠가는 이렇게 묻는다. “그래서, 그다음에는 어떻게 했는가?” 오늘 그 대답을 시작해 보자. 무릎에 묻은 흙을 털고, 누군가의 손을 잡고, 아주 작은 한 걸음이라도 앞으로 내디뎌 보자. 한꺼번에 멀리 갈 필요는 없다. 한 발이면 된다. 그리고 내일, 또 한 발이면 된다.

회복탄력성에 관한 수십 년의 연구가 우리에게 알려주는 것도 결국 희망은 ‘상처가 없었던 상태로 시간을 되돌리는 능력’이 아니라 변화된 현실 속에서 다시 적응해 살아갈 수 있는 인간의 가능성이라는 사실이다(Masten, 2001; Bonanno, 2004). 그러니 오늘만큼은 인생 전체를 포기하는 결정을 내리지 말자. 아직 끝나지 않은 경기의 중간 스코어를 최종 결과라고 착각하지 말자. 지금 쓰고 있는 한 페이지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책 전체를 덮어버리지 말자.

모레노 감독이 아들에게 건넨 말, 우리 자신에게 들려줄 차례

모레노 감독이 열 살 아들에게 건넨 그 말을 오늘은 우리 자신에게 들려줄 차례다.

“넘어지면 다시 일어나면 된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남은 질문은 하나다. 나는 오늘, 어떤 한 발을 다시 내디딜 것인가. 이제 그 한 발을 내딛자.

[참고문헌]

Bandura, A. & Benight, C. C. (2004). Social cognitive theory of posttraumatic recovery: The role of perceived self-efficacy. Behaviour Research and Therapy, 42(10), 1129–1148.

Bonanno, G. A. (2004). Loss, Trauma, and Human Resilience: Have We Underestimated the Human Capacity to Thrive After Extremely Aversive Events? American Psychologist, 59(1), 20–28.

Breines, J. G. & Chen, S. (2012). Self-Compassion Increases Self-Improvement Motivation.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Bulletin, 38(9), 1133–1143.

Cuijpers, P. et al. (2026). Behavioral activation for depression: A comprehensive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Clinical Psychology Review.

Heerde, J. A. & Hemphill, S. A. (2018). Examination of associations between informal help-seeking behavior, social support, and adolescent psychosocial outcomes: A meta-analysis. Developmental Review, 47, 44–62.

Lodi, E. et al. (2022). Use of Restorative Justice and Restorative Practices at School: A Systematic Literature Review. International Journal of Environmental Research and Public Health, 19.

Macri, J. A. et al. (2024). Examining domains of psychological flexibility and inflexibility as treatment mechanisms in acceptance and commitment therapy: A comprehensive systematic and meta-analytic review. Clinical Psychology Review.

Masten, A. S. (2001). Ordinary Magic: Resilience Processes in Development. American Psychologist, 56(3), 227–238.

Taylor, P. et al. (2023). The impact of continuing bonds following bereavement: A systematic review.

Tedeschi, R. G. & Calhoun, L. G. (2004). Posttraumatic Growth: Conceptual Foundations and Empirical Evidence. Psychological Inquiry, 15(1), 1–18.

Wang, Y. et al. (2021). Examining Moderators of the Relationship between Social Support and Self-Reported PTSD Symptoms: A Meta-Analysis.

Wrosch, C., Scheier, M. F., Miller, G. E., Schulz, R. & Carver, C. S. (2003). Adaptive Self-Regulation of Unattainable Goals: Goal Disengagement, Goal Reengagement, and Subjective Well-Being.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Bulletin, 29(12), 1494–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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