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3년 멕시코 4강 신화는 북한 덕분? 탓?

[생활글 기고] 홍유표 전 한국방송공사(KBS) 스포츠취재제작국장-해설위원

[편집자 주] 홍유표 전 한국방송공사(KBS) 스포츠취재제작팀장-해설위원(한국체대 대학원 강사, 현 리&에스 스포츠 이사)의 페이스북 글을 소개합니다. 홍 이사는 현역 체육기자 시절의 경험을 바탕으로 1984년 멕시코 세계청소년축구선수권대회에 관한 일화를 소개하고 이번에 20세 이하 FIFA 월드컵(폴란드)에 출전한 대한민국 대표팀 선수들을 격려하는 글을 올렸습니다. 일필휘지로 작성한 이 글은 일상의 경험과 느낀 점을 활용하여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얼마든지 좋은 글을 쓸 수 있음을 엿볼 수 있게 합니다.

홍유표 이사
홍유표 이사

1983년 멕시코 4강 신화는 북한 덕분? 탓?

요즘 폴란드에서 벌어지고 있는 20세 이하 FIFA 월드컵에서 우리 청년들이 ‘Again 83’을 외치며 승승장구하고 있어 축구팬들을 행복하게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뜬금없이 83년 멕시코 4강 신화는 '북한 덕분’ 이라고 말하면 아마 뺨 맞을 소린지도 모르겠습니다.

거 무슨 생뚱 맞는 소리냐구요^^ 판단은 여러분의 몫으로 남기고 37년 전으로 거슬러 가 보겠습니다. 83년 19세 이하 멕시코 세계청소년 축구선수권 대회에 앞서 82년 8월 멕시코 세계 대회 예선을 겸한 아시아 선수권 동부예선이 싱가포르에서 열렸습니다.

당시 박종환 감독이 이끈 19세 이하 대표팀은 중국에 2대0으로 패한 뒤 북한과의 준결승에서 무려 8골을 주고받는 사투를 벌였습니다. 결과는 5대3 패배. 한국은 북한, 중국에 이어 동부 예선 3위로 밀려 멕시코 세계대회 출전의 꿈을 접어야 했습니다.

그런데 3개월 뒤 기적 같은 사건이 일어납니다. 82년 11월 인도 뉴델리 아시안게임 축구 경기가 남북축구의 운명을 바꿨습니다. 북한이 준결승에서 쿠웨이트에 2대3으로 패하자판정에 불만을 품은 북한선수단이 그라운드에 난입해 태국인 심판을 폭행한 것입니다. 이 사건으로 북한은 2년간 국제대회 출전 자격을 박탈 당합니다. 이 여파로 북한은 그 해 12월 멕시코 세계청소년선수권 아시아 예선을 겸한 아시아청소년선수권 본선리그 출전도 막힙니다. 대신 동부예선 3위팀인 한국이 어부지리로 출전하게 됩니다.

여기서 우리나라는 중국, 이라크, 아랍에미리트와 풀리그를 벌여 2승1무승부로 우승을 차지합니다. 그러나 무슨 연유인지 아시아축구연맹은 83년 멕시코 세계청소년 선수권대회 출전권을 놓고 한국-중국이 플레이 오프를 벌이도록 했습니다. 82년 12월 24일 입니다. 결과는 한국이 중국을 2대0으로 꺾고 예선전의 패배를 설욕하며 멕시코행 티켓을 따냈습니다.

1984년 멕시코 세계청소년축구대회에서 4강에 오른 '박종환 사단'.(사진=홍유표 이사 페이스북)
1984년 멕시코 세계청소년축구대회에서 4강에 오른 '박종환 사단'.(사진=홍유표 이사 페이스북)

당시 축구 기자 1년차인 필자는 밤늦게 외신부 텔렉스 앞에서 결과를 초조히 기다렸습니다. 자정 넘어 AP통신에서 'South Korea 2-0 China' 라는 기사가 떴습니다 '한국, 중국 꺾고 멕시코 세계청소년선수권 출전권 획득.'

가슴 펄떡이는 싱싱한 기사를 쓰고 나온 그날 밤은 마침 크리스마스 이브였습니다. 흰눈이 펄펄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한국 축구의 미래를 축복하는 듯한 서설(瑞雪)같았습니다. 뿌듯하고 상쾌했습니다

이후 박종환 감독의 청소년 대표팀은 기량이 일취월장, 이른바 싹수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이듬해인 83년 2월 태국 국제청소년축구대회에 출전해 당시 소련, 폴란드, 헝가리 등동유럽의 강호들을 제치고 당당히 우승을 차지합니다. 이어 6월 멕시코 세계 청소년대회에 출전한 박종환 사단은 잘 아시다시피 '벌떼 축구', '붉은 악마'로 불리며 4강 신화를 창조합니다.

멕시코인들은 당시 동양인을 만나면 하포네스?(일본 사람?)하고 물었는데 멕시코 대회가 끝나고는 "꼬레아?"라고 물을 정도로 한국축구가 강한 인상을 심어줬다고 합니다. 83년 한국청소년의 멕시코 4강 신화는 이렇듯 우여곡절 끝에 탄생했습니다. 어쩌면 북한의 불행이 우리에겐 행운이 된 셈입니다. '역사에 가정은 없다' 고 하지만 당시 북한이 자격을 박탈 당하지 않았더라면 우리의 4강 신화는 있을 수 없는 이야기가 되고 맙니다.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습니다.

현재 폴란드 20세 이하 월드컵에 출전한 우리 선수들은 83년의 4강을 넘어 새로운 신화를 창조했으면 좋겠습니다. 4강에서 만날 가능성이 높은 프랑스를 넘는다면, 그 꿈이 이루어지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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