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토론논술교육 학교현장 10년노력 아~ '심정지'됐다

[인터뷰] 김두루한 참배움연구소장, 경기고 교사(문학박사)“제주-대구교육청의 국제 바칼로레아(IB) 공교육 도입에 반대”“폐단 많은 정기고사나 수능시험 같은 일제고사부터 폐지해야”“주제 수업과 수행평가로 IB의 교육 효과 얼마든지 얻을 수 있어”

김두루한 교사.
김두루한 교사.

“‘한국 교육’은 어떤 모습인가요? 일제히 ‘주입식’으로 수업하고 ‘시험’을 치르면서 주어진 정답을 찾아 외는 거짓 배움이었죠. 발표, 토의, 토론, 논술 등으로 서로 생각을 나누는 것은 아예 어려웠습니다. 등급내기, 줄세우기 시험을 치르니 학생이나 교사 저마다 배움 과정에서 살맛을 느끼고 배움의 즐거움을 누리는 보람이 없어요.”

문학박사이자 참배움연구소 소장인 김두루한 교사(경기고)는 한국 공교육의 문제점을 이렇게 지적했다. 김 교사는 “대부분 학교(공립, 사립)들이 ‘교육’ 틀에 얽매여 있다”면서 “‘혁신학교’나 ‘자율학교’조차도 ‘행정업무’ 중심”이라고 비판했다. 김 교사는 “학교장이나 교감이 되면 ‘수업’을 하지 않고 교사들도 학급 행정과 학교 업무 분장 처리에 많은 시간을 쏟는다”면서 “중등의 경우엔 학급 정담임을 맡은 교사와 부담임으로 구분되어 업무량이 차이가 크다”고 밝혔다.

김두루한 교사는 학교에서 교사의 일과는 ‘소통’은 어렵고 수업은 뒷전이라 ‘배움의 즐거움’을 나누기는커녕 ‘스승의 날’에도 ‘여유’라곤 없다고 말했다. 지나친 ‘행정업무’에 치이고 심지어 학교 폭력이나 성적처리에 따른 민원이 잇달아 고생한다고 밝혔다. 학생들은 물론이고 교사들도 줄세우기 시험에 얽매인 채 꽉 짜인 학사 일정을 소화로 바쁘다는 게 김 교사의 주장이다.

참배움연구소 교사들.
참배움연구소 교사들.

김두루한 교사의 이야기를 19일 이메일 인터뷰로 들어보았다. 다음은 일문일답으로 두 차례로 나누어 싣는다.

- 현재 한국 공교육 시스템에 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흔히 한국을 ‘시험공화국’이라 하죠. 유아, 초등에 이어 중등은 대학의 ‘식민지’란 자조 섞인 말이 사실로 받아들여질 정도죠. 두 달에 한 번 씩 치르는 정기고사 중심 학사 운영으로 각종 교내 대회 위주로 판에 박힌 학교생활기록을 할 뿐, 맞춤 배움 차원에서 보면 학생의 삶을 정작 제대로 기록하지 못하고 있어요. 초등학교에 이어 중학교 1학년에 머물고 있는 ‘과정 평가’나 고2까지 시행하는 ‘수행평가’조차 ‘고부담 저효율’의 실태가 잘 보여줍니다."

-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제라도 ‘교육과정(교과)’과 ‘상담’을 내세워 수업을 살리는 운영의 틀을 마련해야 합니다. 학생은 물론 교사 자신도 늘 ‘배움’이 있고 성장하는가의 관점으로 새로운 ‘틀’을 마련해야 합니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해야죠. 이미 오랜 현장 생활을 통해 문제점을 파악하고 세부 방안을 마련했는데 ‘배움 혁명’이란 책에 담아 펴낼 예정입니다.”

- 우리 헌법부터 대학에서 배우는 학문 분야에서도 수입해온 게 대부분입니다.

“먼저 ‘학문’이 무엇인지 생각해 봐요. 학문은 흔히 ‘지식을 배워서 익힘’이라 말합니다. 하지만 그동안 우리나라에서는 ‘학문’이 곧 ‘지식’이라 여긴 듯합니다. 이런 점에서는 ‘지식’을 ‘수입’할 수 있죠. 그런데, 왜 ‘지식’이란 생각의 결과물로만 ‘학문’을 봐야 합니까? 그동안 ‘교육’이란 이름으로, 수입해 온 ‘학문(지식)’의 전달에 그친 점을 성찰해야 합니다. 더욱이 공무원, 입사 ‘시험’에 이르기까지 대한민국에선 더 이상의 ‘배움’에 힘쓰지 않은 여파가 너무 큰 듯합니다. 요즘 들어와서 ‘인문학’의 중요성을 말하고 있는 실정이니까요.”

- 그렇군요.

“하지만 ‘학문’은 배움이고 질문을 하는 것이죠. 나아가 ‘학문(배움)’은 배워서 나누는 활동이고 익히고 펼치는 움직임이란 것입니다. 이런 뜻에서 우리 스스로 질문하고 생각하며 답을 찾는 과정을 소홀히 한 잘못을 오늘날 톡톡히 치르고 있다는 것입니다. 참된 이해력의 정도는 표현력(말하기나 글쓰기)에 비례한다고 봐요. 말하기인 구술 면접이나 글쓰기인 논술 능력으로 알 수 있죠.”

- 또 무엇이 문제인가요?

“제 나라 말글로 제다움(정체성)을 살리지 못했습니다. ‘국어’와 ‘윤리’, ‘사회’나 ‘수학’, ‘과학’을 주입식으로 수업하고 고르기(찍기) 시험을 치르지 않았습니까? 이들 교과목을 칸막이로 배우고 시험을 치르게 되면서 ‘통합과 융합’의 능력을 살리지 못했습니다. ‘사회탐구’의 ‘문과’와 ‘과학탐구’의 ‘이과’로 구분했지만 정작 ‘수학’으로 최상위권이 정해진 ‘대학입시전형’ 방식도 그렇고요. 그런데, 학생들이 이들 교과목을 어렵게 생각하게 된 바탕에는 뜻(개념)을 알 수 없는 빌린말 탓도 큽니다.”

- 예를 들어 주시지요.

“예컨대, ‘한자’로 적힌 일본말(글)의 소리만 바꿔 쓴 것을 교과서에 싣고 있어요. 또 요즘은 ‘프로젝트’나 ‘메이커 교육’처럼 ‘한글’로 적힌 ‘잉글리시’를 지나치게 많이 쓰고 있어요. 저마다 생각하고 느낀 것을 알기 쉬운 겨레말로 드러내기보다는 빌린말을 마구 쓰고 있어요. 일본말이나 미국말을 자꾸 쓰게 되면서 제다움(정체성)을 기르긴 어렵죠. 그러니 초중등 학교는 물론 고등 교육인 대학에서도 참배움이 일어나지 않았고 오늘날 대한민국 사람이면 모두가 ‘애들이 사라진 대한민국’의 앞날을 걱정하는 슬픈 현실입니다."

참배움연구소 교사들.
참배움연구소 교사들.

- 이런 일이 왜 슬픈 현실일까요?

“‘지식(학문)’을 전달하는 과정일 뿐인 주입식 수업에다 고르기(찍기) 시험을 치르면서 여전히 구태의연한 ‘교육’이 되었죠. 혁신을 내세우지만 학교 교육 현장에서는 학생 스스로 좀더 잘 이해하고 나아가 새로운 것을 생각해 낼 수 있는 여건 마련이 필요합니다. 이해하는 데 그치지 않고 표현할 수 있는 힘을 길러야 해요. 그래서 ‘배움 혁명’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 일부 교육청이 국제 바칼로레아(IB) 도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만.

“제주, 대구 교육청을 비롯해 서울 교육청에서도 별도의 추진단을 만들었다는 소식을 듣고 있습니다. 국바(IB) 도입을 찬성하는 측은 평가 시스템의 ‘공정성’을 확보해 교육 신뢰도를 회복할 수 있다고 말하죠. 그런데, 당장은 왜 국제바칼로레아(IB)라야 하는지 ‘감성’으로 접근하기보다 ‘합리’에 따른 논거를 바탕으로 신뢰를 얻어야 한다고 봅니다."

- 문제가 있다고 보십니까?

“그동안 수업 방법과 평가 틀의 개선에 힘써 온 ‘우리 안의 혁신’은 아예 외면하더군요. 학교 현장에서 어려운 여건을 탓하지 않고 묵묵히 ‘토종 배움’을 실천하는 데 힘써 온 이들에게 마땅히 관심을 더 기울여야 한다고 봐요. 그들이 스스로 노력해 온 것들을 더욱 뒷받침해야 하지 않을까요? 예컨대, 이전에 학교 현장에서 추진해 온 독서, 토론, 논술 배움의 열기가 지난 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서 10년 가까이 ‘심정지’ 된 사실을 떠올려 봐야 해요.”

-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가 있을까요?

“아무튼 요즘 일부 교육감들이 추진하는 방향이 매우 걱정스럽습니다. 교육청이나 대학에서 펴낸 2016 대구, 2017 경남, 2018 부산, 2018서울, 2018 인하대 보고서를 살펴 본 이들은 몇 해 동안 뚜렷한 진전이나 차이를 느끼지 못한다는 지적을 해요. 보도에 따르면 교육감들의 반응도 정말 다양하더군요. 경북‧경남 '관심', 전남‧부산‧울산 '글쎄', 강원‧세종‧광주 '관심 없어', 충북 '미국 IB 운영교 방문 등 탐구 중', 서울‧경기‧인천 '노 코멘트'입니다."

- 그렇게 생각하시는 이유를 설명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첫째, 무엇보다 배움은 교육에서 노렸던 ‘결과’보다 ‘과정’을 중시해야 하니까요. ‘학문’은 배워서 나누는 활동이고 움직임이라 했는데, 그동안 수업을 살리자면서 스스로 질문하고 함께 생각하며 답을 찾는 과정이 소홀했다고 봅니다.

둘째, 학생에게 제대로 배움과 성장이 일어나도록 하려면 마땅히 발표나 토의, 토론, 글쓰기를 해야 합니다. 이를 통해 참된 수학능력인 이해력은 물론 표현력과 사고력을 기를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왜 굳이 국제바칼로레아(IB) 도입을 하려는지 그 이유나 뜻을 제대로 살펴봐야 합니다."

- 또 다른 이유도 언급해 주시지요.

“셋째, 국바(IB) 도입을 해서 연수 등을 강화한다고 하는데, 그런 노력보다 배움 현장에서 참배움이 일어나도록 하려면 학교 정기고사나 수능 같은 일제고사를 치르지 않는 것이 급선무라 여겨요. 학교가 두 달에 한 번씩 치르는 정기고사나 대학수학능력을 기르지 못하는 얼치기 수능 고사를 없애야 해요. 이런 평가 체제 혁신으로 학교 현장에서는 주제 수업과 온 수행평가가 제대로 참배움을 할 수 있도록 이끌게 되고 교사들이 신이 나서 이제껏 봤던 ‘교육’의 낡은 틀을 바꾸고 ‘호기심’과 ‘질문’으로 대화가 살아나는 교실로 바뀌고 21세기에 필요로 하는 인재를 길러낼 수 있어요.”(다음 기사에서 이어서 계속)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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